[데스크가 만났습니다]박혜자 KERIS 원장 "에듀테크 촉진은 내 소명...KERIS 존재도 알리겠다”

박혜자 한국교육학술정보원 원장. 사진=김동욱기자 gphoto@etnews.com
박혜자 한국교육학술정보원 원장. 사진=김동욱기자 gphoto@etnews.com

“직원에게 취임 일성으로 '에듀테크' 발전에 기여하고 싶다는 뜻을 전했습니다. 4세대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나이스)에 클라우드·빅데이터·블록체인 등을 적극 도입하되 벤처·스타트업이 주된 역할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이를 통해 일자리 창출과 기업의 해외 진출의 기반을 마련하겠습니다.”

박혜자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 원장은 최근 취임 100일을 넘겼다. 에듀테크를 발전하고 촉진시키는 것이 본인의 소명이라는 박 원장은 취임 후 첫 인터뷰를 전자신문과 가졌다. 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 기술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매일 토론하면서 방향을 잡아간 100일. 조직에서 100일은 내부를 겨우 파악하고 새로운 색깔을 내기 시작하는 단계라고 평하지만 박 원장은 인터뷰 참고자료 없이 본인 머릿 속에 정리해 둔 그림을 풀어냈다.

박 원장은 우리 교육이 변환기에 처했다고 강조했다. 박 원장이 생각하는 방향은 크게 3가지다. 나이스는 알지만 KERIS는 모르는 국민에게 KERIS를 심어주는 것이 첫 번째다. 에듀테크를 적극 도입하고 기업이 KERIS와 학교 프로젝트를 발판 삼아 해외로 진출할 수 있도록 돕는 것도 중점적으로 추진할 일이다. 과학적인 데이터를 제공함으로써 교육정책이 데이터에 입각해 수립, 추진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KERIS의 몫이다.

올해 KERIS는 20주년을 맞았다. 20년 동안 쌓아놓은 수많은 교육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법적 기반도 마련됐다. 개인정보 비식별체계 조치를 통한 데이터 활용에 대해 2017년 시민단체가 제동을 걸고 항고까지 했지만 검찰이 기각하면서 논란은 종식됐다. 교육 서비스에서도 새로운 지평이 열릴 것으로 박 원장은 기대했다.

학교 밖 청소년에 이르기까지 그 혜택을 돌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박 원장은 “디지털 교육이 공교육 안으로 들어오면 모든 아이들이 보편적으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교육이 될 것”이라면서 “인공지능(AI)의 도움을 받아 교사는 지식 촉진자가 아닌 진정한 교육 촉진자로 거듭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박혜자 KERIS 원장과의 일문일답.

대담=이호준 정치정책부 부장

이호준 전자신문 정치정책부장과 박혜자 한국교육학술정보원 원장이 미래 교육 시스템에 대한 대담을 하고 있다. 사진=김동욱기자
이호준 전자신문 정치정책부장과 박혜자 한국교육학술정보원 원장이 미래 교육 시스템에 대한 대담을 하고 있다. 사진=김동욱기자

-취임 100일이 지났다. KERIS에서 꼭 해보고 싶은 것, 꼭 해야 할 과제 등을 정했나.

▲과학의 발전이 인류의 역사를 견인해 온 것은 사실이다. AI 등 새로운 기술이 진보하는 시점이다. 교육도 굉장한 변환기에 와있다. 교육 관련 모든 기관 중 KERIS가 해야 할 일이 막강하다는 책임감을 갖게 됐다.

20주년을 맞아 KERIS만이 갖는 정체성을 점검해야 한다. 학부모들이 나이스와 에듀파인은 알지만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이라고 하면 “정보원이요?”라면서 국가정보원 같은 조직인 줄 안다. 나이스를 알면서 정작 그것을 만들고 끌고 가는 KERIS는 모른다. 원장 면접할때도 연수원 같은 그런 큰 건물 짓는 예산을 받아올 수 있는지를 물었다. 나의 역할은 건물 세우는 것보다 국민이 KERIS를 이해하고 심어놓는 것이라고 대답했다. KERIS는 그동안 학교와 교사 지원 역할을 했다. 교육처럼 갈등이 많고 국민 일상과 밀접한 의제가 없다. 국민의 생각과 실제 교육의 가교 역할을 하고자 한다. 국민이 기대하는 바를 데이터를 통해 가감없이 정확하게 교육부에 전달하겠다. 그것이 KERIS의 강점이다.

-한국이 IT 강국이지만 학교 IT 환경은 처참한 수준이다. 전자신문은 그동안 방치되어 왔던 학교 IT 인프라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2022년까지 교육 IT 인프라 구축과의 싸움이 될 것이다. 4세대 나이스 정보화전략계획(ISP)을 수립 중이다. 지금까지는 행정시스템으로서 교사·교직원의 편의를 생각했다. 4세대 나이스는 학생·학부모 편의를 우선시 할 것이다. 클라우드, 빅데이터, 블록체인 등 모든 신기술과의 결합도 이뤄져야 한다. 그런데 그 신기술을 KERIS가 독점해서 개발하고 구축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어디를 가도 신기술을 한 기관이 독점하는 경우는 없다. 교육정보화 사업 관련 많은 스타트업들이 새로운 기술을 만들고 있다. 취임 일성으로도 내가 하고 싶은 일은 에듀테크 산업을 촉진하는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교육도 산업이다. 앞으로는 이렇게 가야 한다. 미래교육에서도 마찬가지다. KERIS가 개발 방향을 이야기하면 콘텐츠나 각종 기술을 기업이 개발하고 또 KERIS는 그것을 적극적으로 써줘야 한다. 이것이 또 다시 실적이 돼서 해외로도 나갈 수 있다. 해외에서는 기업에게 한국에서 국가사업에 참여해봤냐고 묻는다. 공공 공급 실적은 기업에게 매우 중요한 요소다. 이 기회를 스타트업 같은 기업에게 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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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세대 나이스 방향은.

▲클라우드, 블록체인 등 신기술을 써야하지만 거부감도 있다. 그것을 우려해 보수적으로 가면 수천억원 사업비 들여 4세대 나이스 뭐가 바뀌었나 이런 비판이 분명 나올 것이다. 학교 현장과 교육부는 혁신적인 변화가 쉽지 않은 부분이 있다. 우리가 접점을 찾아야 한다. 일단 교육관계자들 노조도 있고 다양한 이해 관계자가 있다. 최대한 의견을 많이 듣는 수밖에 없다.

정보화돼서 좋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용자는 일이 늘었다고 생각하기 쉽다. 풀어내기 위해 내부적으로도 치열하게 논쟁하고 있다. 본부 간의 벽을 우선 깨려고 한다. 나이스 담당 본부가 아니라 다른 시각 사람들을 투입해 토론했다. 다른 분야 사람들에게 이렇게 가는게 맞냐고 질문하도록 했다. e학습터에서는 나이스 이렇게 가면 안 된다, 미래본부에서는 AI플랫폼 개발하는데 나이스 이렇게 가면 어쩌냐 이런 의견이 나올 수 있다. 혼선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다양한 의견을 교환 중이다. 한번 지켜봐달라. 오히려 혼선이 있지만 지금 ISP할때 다양한 의견을 거치지 않으면 안된다.

-에듀테크 발전을 위해 가장 선결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일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모든 예산과 시스템 변화는 법적 근거가 없으면 사상누각이다. 에듀테크 산업법이든 정보화진흥법이든 법을 통해 만들어가야 한다. 지금까지는 KERIS가 정보화 20년 동안 축적된 정보를 볼 수 조차 없었다. 운영도 우리가 하지만 학교장에게 자료를 받아야 했다. AI 맞춤형 교육 플랫폼을 두고 민간과 경쟁해야 하는 처지가 됐는데 우리의 강점인 데이터를 활용할 수가 없다. 고검에서 최종적으로 개인정보 비식별화해 빅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 e학습터와 위두랑 등 학습자료를 개인과 연계할 수 있도록 4세대 나이스에서도 고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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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듀테크 활성화에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

▲에듀테크 촉진하는 것을 나의 소명으로 생각한다. 디지털 추세를 피해갈 수는 없다. 디지털이 교육 내용 콘텐츠를 전달하는 수단이 아니라 그것과 통합될 수 있도록 수업 자체가 정보화 수업이 되어야 한다. 그렇게 녹여져야 한다. 디지털교과서 도입 10년이 됐는데 아무것도 달라진 것이 없다는 비판도 크다. 그래서 디지털교과서 보급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연구 용역을 진행 중이다.

사실 틀만 디지털교과서면 뭐하나. 서책을 디지털로만 전환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디지털 교과서에 관련된 콘텐츠가 실리고 그것을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일례로 공룡을 교과서에 실어야 하는데 디지털 교과서에 실린 공룡은 소리가 나지 않는 반쪽짜리 공룡이다. 만화에서처럼 '어흥'하고 달려오는 공룡 영상을 실으면 실감이 날텐데 교과서라 공룡 소리가 정확해야 한다. 하지만 누구도 이 소리를 확증할 수 없다. 논쟁하다 결국 소리를 뺄 수 밖에 없었던 사정이 있다.

교과서는 편찬심의회를 거치는데 작은 것 하나도 걸리면 반영하지 못한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을 수 밖에 없다. 이제 좀 다르게 가야 한다고 본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가상·증강현실(VR·AR)은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분야다. 축구도 농구도 교실에서 VR로 할 시대가 오고 있다. 그러려면 우리도 좀 전향적으로 풀어줘야 한다. 우리가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이런 형태로 하겠다'는 정보를 주면 다양한 기업과 개발자가 개발하는 것이다. 다른 의도는 없다. (산업 편을 드는 것에 대해) 혹시 비판당하더라도 갈 길을 가겠다.

-정보 통합이 강조되는데 방법이 있나.

▲디지털, 신기술로 큰 방향에서는 가야 한다. 계속해서 쉽고 간편하게 쓸 수 있는 방안을 KERIS가 찾아야 한다. 교사에게 부담이 되어서는 안된다. KERIS의 숙제다. 담당자에게 교직원 노조를 만나보라고 이야기했다. 나이스도 수요자인 그분들의 의견이 수렴돼야 한다. 4세대 나이스는 더 간소화될 것이다. 간소화하면 교육정보통계시스템(EDS) 통계 내기에 부족한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세부 항목이 많으면 입력하는 사람은 불편하지만 좋은 데이터가 된다.

KERIS에 와서 놀란 것이 나이스 정보공시, EDS 정보, 미래본부에서 하는 정보 실시간 분석 등 정보 포맷이 3~4가지다. 통합하라고 했더니 쉽지 않다고 하더라. 정보공시는 법적인 기준이 있어서 다르다. EDS는 또 그때그때 종합해서 내놓아야 하고, KERIS 내에도 정보를 생산하는 것이 다 다르다. 국민이 보면 이해 못한다. 실무자 이야기를 들어보면 우리는 법적 기준이 있다고 이야기한다. 국회에서 달라고 하면 실시간 자료 줘야지, 작년 12월 공시자료 줄 수는 없지 않냐고 한다. 그래서 공시해야 할 정보가 20개 항목이라면 30개 항목을 한다고 문제가 될 것은 없다고 지시했다. 내부에서 논쟁 중이다.

학생에게도 개인과 데이터를 연계할 수 있도록 아이디, 패스워드 통합 문제를 4세대 나이스에서 고민하고 있다. 지금은 아이디 발급에 14세 학부모 동의가 필요하다. 교사가 아이들 패스워드와 아이디를 통합 관리해야 앞으로 시스템이 원활하게 운영될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이것부터 풀고 장기적으로는 통합하려고 한다. 통합이 쉽지 않다. 나이스에 금융까지 들어가 있어서. 그러나 당연히 가야하는 방향이다.

[데스크가 만났습니다]박혜자 KERIS 원장 "에듀테크 촉진은 내 소명...KERIS 존재도 알리겠다”

◆박혜자 한국교육학술정보원 원장은...

광주에서 나고 자라 2012년 광주에서 제19대 국회의원으로 선출됐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여성가족위원회·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을 지냈다. 의원시절 국정감사 NGO모니터단 국정감사 우수의원,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대한민국 국회 과학기술 우수의정상 등에 선정됐다. 정치보다 행정과 연이 깊다.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오레곤대학 석사를 거쳐 서울시립대에서 행정학 박사를 받았다. 정치인의 길을 걷기 전 호남대 행정학 교수로 활동했다. 학생들의 진로를 돕다 2012년 '지역균형 인재 육성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다. 전라남도 개방직 공무원으로서 복지여성국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개방직 공무원으로서는 드물게 임기를 마치는 것을 넘어 2년 연장 근무했다. 한 번도 임기를 마치지 않은 적이 없다는 것을 자랑으로 여긴다. 총선 출마에 대한 질문을 늘 받지만 “맡은 일이 최우선”이라는 답으로 대신한다.

정리=문보경 정책 전문기자 okmun@etnews.com

사진=김동욱 기자 gphot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