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짝 누르면 a, 꾹 누르면 A…힘으로 조절하는 키보드 아세요?

키보드 자판 가운데 소문자 a와 대문자 A가 있다. 보통 시프트(Shift) 버튼을 누른 채 a키를 누르면 대문자 A가 된다. 기존 대부분의 키보드는 전자 신호를 0과 1이라는 디지털로 읽기 때문이다. 즉 눌렀느냐 누르지 않았느냐만 구분하는 식이다.

그런데 키를 살짝만 누르면 소문자 a가, 힘을 줘서 꾹 누르면 대문자 A가 나타난다면 어떨까. 미국 캘리포니아의 커스텀 키보드 제작 스타트업 인풋클럽이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하는 '키스톤' 키보드가 꼭 이런 방식이다.

살짝 누르면 a, 꾹 누르면 A…힘으로 조절하는 키보드 아세요?

키스톤 키보드는 감압식 아날로그 키보드다. 고해상도 키감을 제공한다. 키를 누른 힘을 세분화해 인식할 수 있다. 앞서 언급했듯 살짝 누르면 소문자를 세게 누르면 대문자를 입력하는 식이다.

이게 가능한 건 인풋클럽이 키스톤 키보드에 '홀 효과'를 적용했기 때문이다. 키스톤 키보드를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홀 효과가 무엇인지 이해할 필요가 있다.

홀 효과는 미국 물리학자 에드윈 홀이 1879년 발견했다고 해서 붙인 이름이다. 도체나 반도체 내의 전하 움직임인 전류는 자기장에 영향을 받는다. 가령 바닥에 놓인 도체 속 전류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흐른다(수평 방향)고 하자.

이때 자석(자기장)을 위에서 도체 방향인 아래(수직 방향)로 가까이 가져가면 도체 한쪽에는 +전하가, 다른 한쪽에는 -전하가 양 끝으로 흩어진다. 전하가 나뉘면서 전위차가 발생하는데, 이런 현상을 홀 효과라고 한다. 그 전위차가 홀 전압이다.

키보드 키에 자석이 부착된 것인데, 살짝 누르면 도체에 자석이 떨어진 상태라 전기 신호가 미약하게 발생한다. 꾹 누르면 자석과 도체가 가까워져 전기 신호가 강해진다. 키 압력 차이가 전위차를 만들고 전기 신호 강도가 바뀌면서 센서 정확도를 높일 수 있다. 자동차 가속 페달(액셀러레이터)을 살짝 밟으면 엔진이 천천히 돌고 깊게 꾹 밟으면 빠르게 돌아가면서 자동차 속도가 빨라지는 걸 생각하면 쉽다.

홀 효과를 이용한 홀 센서는 PC 주변기기 가운데 아날로그 조이스틱에 많이 쓰인다. 비접촉식 홀 센서를 이용한 아날로그 조이스틱으로 게임을 해보면 알 수 있다. 조이스틱을 살짝 움직이면 게임 캐릭터나 자동차, 비행기 등이 짧게 움직이거나 천천히 움직인다. 조이스틱 움직임을 강하게 하면 빠르게 움직이거나 이동거리가 길어진다.

키스톤 키보드는 키보드에서도 이러한 게이밍 환경을 제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게임뿐만 아니다. 태블릿 등을 활용한 디자인 작업도 키스톤 키보드로 좀 더 세밀하고 편리하게 할 수 있다는 게 인풋클럽의 설명이다. 음악과 영상 편집 등 활용 범위는 넓다.

사람마다 손가락 크기나 타이핑 속도가 다르다. 키스톤 키보드는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 사용자의 타이핑 패턴 등을 지속 추적한다. 사람이 키보드 형태에 맞출 필요 없이, 키보드가 키감을 자동으로 조정할 수 있다.

키스톤 키보드는 기본적으로 1970년대 빔 스피링 방식의 고전적 키감을 구현했다. 크라우드 펀딩 시 추가 금액을 내면 다른 키 감을 추가할 수 있다. 가장 많이 사용하는 방향키 경우 추가 펀딩으로 재질이 다른 키 캡을 받을 수 있다.



권동준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