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구 박사의 4차 산업혁명 따라잡기]<7>산업혁명과 인프라

[박종구 박사의 4차 산업혁명 따라잡기]<7>산업혁명과 인프라

올해 1월 3일 우리나라는 5세대(5G) 이동통신을 세계 최초로 개통한 나라가 됐다. 지난해 말부터 5G 개통을 놓고 우리나라와 미국, 중국이 경쟁을 벌인 것은 단순히 차세대 통신이기 때문이 아니라 5G가 4차 산업혁명의 초반 주도권 경쟁에서 큰 역할을 할 인프라이기 때문이다. 5G 인프라 위에 자율주행자동차 등 여러 신기술이 올라타게 될 것이다.

새로운 산업 패러다임에는 항상 새로운 인프라가 필요하다. 이전의 인프라로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추구하는 높은 생산성을 낼 수 없기 때문이다. 증기엔진 채택으로 섬유 산업이 번창하자 광산으로부터 많은 양의 석탄을 실어 오고, 생산된 면직물을 항구까지 실어 나를 효과 높은 수단이 필요하게 됐다. 1차 산업혁명 이전 때부터 건설되기 시작한 운하로는 한계가 있었다. 1831년 영국 리버풀과 맨체스터 사이에 증기기관차가 달리는 철도가 개통돼 새로운 물류 체계로 자리 잡았고, 빠르게 확산됐다. 2차 산업혁명이 진행되는 동안에는 발전소에서 가로등과 공장으로 전기를 공급하는 전력망이 구축됐으며, 정보를 전달하는 전신망과 전파망이 뻗어나갔다. 자동차 도로망이 갖춰짐에 따라 각 가정까지 물류 이동이 가능하게 됐다. 3차 산업혁명기에는 항공기술 발달로 사람과 제품 이동이 더욱 빨라졌으며, 유선통신·무선통신·인터넷 등 정보망이 구축돼 실시간 정보 유통이 가능해졌다. 인프라는 원료와 제품을 나르는 물류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에너지, 정보 등 여러 부문에 걸쳐 있다. 인프라 대상이 상품 흐름 중심에서 사람·정보 흐름 중심으로 옮아가고 있으며, 상품·사람·정보가 빠르게 혼합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새로운 인프라는 놀라운 생산성 향상으로 얻게 될 큰 수익과 연결되기 때문에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 수밖에 없다. 기대 수익이 큰 만큼 투자가 과열되기도 한다. 1790년께 영국 내 운하의 총 길이가 1500㎞에 이를 정도로 붐을 이뤘으며, 1847년께는 철도 붐이 일었다. 그때 영국 전체의 고정자산 증가분 가운데 55%가 철도에 투자됐다. 1980년께 영국 투자의 30~50%가 해외 항만시설 건설에 투자됐다. 닷컴 붐이 한창일 때는 미국 벤처자금의 85~90%가 정보통신 기업에 투자됐다. 인프라 구축에는 시기가 중요하다. 인프라는 선제 투자 성격을 띨 수밖에 없지만 너무 일찍 투자해 본격 활용하는 시기가 늦어지면 운하 버블(1790년대 초반), 철도 버블(1837년), 닷컴 버블(1995~2000년) 같은 버블이 발생하고 반대로 너무 늦게 투자해서 제때 효율을 높이지 못하면 경쟁력을 잃게 된다. 부작용 사례에도 인프라에 대한 집중 투자는 기업가정신을 자극하고 신기술 개발을 촉진, 버블이 꺼진 후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이 돼 왔다.

4차 산업혁명 발전을 뒷받침하고 생산 효율을 눈부시게 향상시킬 인프라는 무엇일까. 현재 4차 산업혁명을 대표하는 체계는 독일의 사이버-물리 체계(CPS)와 미국의 디지털 트윈(쌍둥이)이며, 실제 환경과 실제 환경을 완벽하게 디지털화한 사이버 환경을 시간 지연 없이 연결(동기화)하는 것을 추구하고 있다. 이에 필요한 초연결·초고속·초지능·초감각 기능을 제공하는 초고속 인터넷, 클라우드 컴퓨팅,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 고기능 센서, 초대용량 데이터 저장시스템 등이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인프라다. 이런 인프라가 통합돼 제 기능을 발휘할 때 4차 산업혁명이 최고 생산성을 달성할 수 있게 된다. 5G는 정보를 빠르게 주고받는 인프라다. 5G와 여러 인프라를 체계화해서 통합해 4차 산업혁명 추진에 필요한 유용한 수단으로 만들어야 한다.

다음 주에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형성되는 단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기업가정신에 대해 알아본다.

박종구 나노융합2020사업단장, '4차 산업혁명 보고서' 저자

jkpark@nanotech2020.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