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인미디어]평행우주로 만든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

[사이언스인미디어]평행우주로 만든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

다정한 이웃이자 뉴욕을 지키는 영웅, 스파이더맨 '피터 파커'가 죽었다. 악당의 음모는 계속되고, 우연히 방사능 거미에 물린 흑인 소년 마일즈가 새로운 스파이더맨으로 빈자리를 채워야 한다. 갑자기 생긴 초인적 능력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고 헤매는 마일즈 앞에 또 다른 피터 파커가 나타난다. 조금 더 나이를 먹고 삶에 찌든 표정과 뱃살을 지니고서.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에는 다양한 스파이더맨이 한 무대에 등장한다. 실패한 인생을 사는 피터 파커뿐만 아니라 여성 히어로인 스파이더우먼과 흑백만화 스파이더맨 누아르, 일본 애니메이션 페니 파커에 돼지 캐릭터인 스파이더햄까지 서로 다른 시·공간 평행우주(평행세계) 속 주인공이 한 팀을 이룬다.

영화를 구성하는 기본 전제인 평행우주는 어떤 우주에서 분기해 병행 존재하는 또 다른 우주를 말한다. 지금의 내가 사는 처지와 한끝 차이로 다르거나 전혀 다른 신분으로 살아가는 '나'가 있는 세상이다. 상상 속 판타지로 치부되곤 하지만 양자역학 등 과학의 한 영역으로 존재 가능성을 설명하고자 하는 시도 역시 이뤄지고 있다.

혹자는 무한한 우주 어딘가에 지구와 똑같이 복제된 세상이 있을 수 있다고 말한다. 계속 되는 빅뱅 속에서 다중 우주가 수없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주장도 흥미롭다. 양자의 세계로 들어가면 빛이 파동인 동시에 입자일 수 있듯 물질을 이루는 입자 또한 동시에 파동일 수 있고, 파동이 고정된 위치를 가지지 않는다면 입자 역시 동시에 두 장소에 있을 수 있다는 가설도 나온다.

평행우주는 비슷한 세계관을 공유하면서도 설정 차이를 해결하는 이론적 토대를 제공하기에 다양한 대중문화 콘텐츠에 차용되곤 한다. 여러 편의 시리즈를 진행하며 다소 식상해질 수 있는 캐릭터에 신선함을 부여하는 장치로도 활용도가 높다. 사회생활을 잘 못하는 피터 파커만이 아니라 자신감 넘치고 매력적인 피터 파커도 그려내는 식이다.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도 어쩌면 매일 평행우주를 꿈꾼다. 또 다른 우주 속에서는 금수저를 물고 태어났거나 로또에 당첨됐을 지도 모를 일이다. 혹은 미처 고백하지 못했던 첫사랑에게 용기 내 다가가 행복하게 지내고 있는 세상도 있을 법 하다.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에 한데 모인 여러 스파이더맨은 결국 각자의 세상으로 돌아간다. 최종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세계를 구하는 일은 주인공인 마일즈의 손에 달렸다. 우리의 삶도 다르지 않다. 매일 또 다른 모습의 내가 있는 평행우주를 그려보지만 결국 주인공은 지금 이 순간 삶을 살아가는 나다.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