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독립, 이 기업을 주목하라] <1>디스플레이 계측기 국산화 '에이앤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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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앤아이가 디스플레이 생산 막바지 단계인 검사공정에 사용하는 계측기를 자체 개발해 생산하고 있다. 23일 경기도 수원시 에이앤아이 색차계 양산라인에서 직원이 디스플레이의 밝기와 색을 조정하는 색차계 교정작업을 하고 있다.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에이앤아이가 디스플레이 생산 막바지 단계인 검사공정에 사용하는 계측기를 자체 개발해 생산하고 있다. 23일 경기도 수원시 에이앤아이 색차계 양산라인에서 직원이 디스플레이의 밝기와 색을 조정하는 색차계 교정작업을 하고 있다. 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

#일본이 우리나라를 상대로 반도체·디스플레이 첨단 소재 수출을 규제하면서 해외 의존도가 높은 소재·부품·장비 공급망을 다변화하고 미래 핵심 기술을 국산화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어느 때보다 커졌다. 그동안 우리 중소·중견기업이 국산화를 꾸준히 시도했지만, 해외 경쟁사 기술력과 가격 경쟁 등에 밀려 상용화에 성공하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 반도체, 디스플레이는 물론 배터리, 로봇, 기계 등 주요 산업군을 중심으로 새로운 기술 기업과 제품을 발굴하기 위해 수요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본지는 '기술독립, 이 기업을 주목하라' 시리즈를 통해 해외 의존도가 높고 기술 국산화가 부족한 분야에서 묵묵하게 연구개발에 매진하는 기업들을 조명한다. 기술독립으로 우리 산업 경쟁력 강화에 기여하고 있는 이들 기업 행보에 주목하자.

디스플레이 생산 막바지 단계인 검사공정에 사용하는 '광(光)계측기'는 디스플레이 패널의 최종 색 품질에 큰 영향을 미치는 주요 장비다. 이 장비는 디스플레이 패널의 색상, 밝기, 색 영역 등을 측정하는 역할을 한다.

광계측기는 디스플레이 패널에서 가장 중요한 화질을 결정한다. 최고 품질의 디스플레이를 생산하려면 최고 품질의 광계측기를 선택하고 이를 표준으로 지정해 생산 설비에 적용해야 한다. 이에 따라 기존 장비를 쉽게 변경하기 힘들다.

현재 세계 디스플레이 계측기 시장은 일본, 독일, 미국이 장악했다. 국내 패널 제조사의 경우, 외산 계측기가 시장을 90% 이상 장악할 정도로 점유율이 높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액정표시장치(LCD)에 이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시장까지 외산 업체 아성이 굳건하다.

에이앤아이(대표 박병해)는 해외 업체가 장악한 디스플레이 광계측기 시장에 자체 개발한 국산 기술 제품으로 도전했다. 약 7년간 연구개발에 매진한 결과, 순수 국산 기술 제품 중 처음으로 세계 최대 중소형 OLED 제조사 표준 계측기로 등록되며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에이앤아이는 디스플레이 검사장비 전문기업으로 2013년 처음 디스플레이 광계측기 시장에 뛰어들었다. 주력 제품인 OLED 모듈 화질검사장비를 비롯해 반도체 패키지 공정 내 검사장비 등을 공급해왔다. 검사장비에서 핵심 모듈인 광계측기로 발을 넓혔다.

기존 검사장비가 카메라를 이용한 기술이고 계측기도 광학기술이 핵심인 만큼 기술 개발 과정은 녹록지 않았다. 2013년 처음 선보인 색차계 'CM-H505'는 이듬해 장영실상을 수상하며 국산 계측기 기술력을 인정받았지만 실제 양산라인에는 샘플 수준 물량만 공급하는 데 그쳤다.

연매출 1000억~3000억원대를 오가는 중소기업이 이렇다 할 수익 없이 한 가지 기술 개발에 수년을 매달리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박병해 대표와 연구진은 반드시 성과를 내겠다는 뚝심으로 7년가량을 광계측기 연구개발에 매달렸다.

그 결과 올해 처음으로 '루카스(LUKAS)-H600' 모델이 세계 최대 중소형 OLED 제조사 표준 계측기로 등록되는 성과를 거뒀다. 중국 등 해외 기업도 구매 상담을 의뢰하는 등 투자 성과가 가시화되고 있다.

이규호 에이앤아이 기술연구소장은 “순수 국산 기술로 개발한 제품이 표준 계측기로 등록된 것은 처음”이라며 “2013년부터 2018년까지 샘플 수준으로 수백대 공급한 게 전부였는데 올 상반기에만 기존 총 공급량을 넘어서는 물량을 납품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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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각도에서 측정할 수 있는 색차계는 일본 디스플레이 제조사에도 납품했다. 물량은 많지 않지만 자국 기술 선호도가 높고 기술 검증이 까다로운 일본 기업까지 고객사로 확보하면서 기술에 자신감이 붙었다.

회사는 표준 광계측기로 등록된 색차계뿐 아니라 대면적 디스플레이에 사용할 수 있는 면휘도계와 분광휘도계도 개발해 제품 확대를 시도하고 있다.

면휘도계는 2016년 첫 제품을 출시한 후 매년 신모델을 개발해 기술력을 업그레이드했다. 올 연말 목표로 개발 중인 면휘도계도 납품 가능성에 기대를 걸고 있다. 면휘도계도 독일, 일본 등 선진 외국업체가 시장 강자로 군림하고 있다.

색 휘도, 색도, 스펙트럼 분석이 가능한 분광휘도계도 준비하고 있다. 분광휘도계 역시 양산용으로 공급된 국내 기술 제품은 아직 전무하다. 디스플레이 화질이 4K에서 8K로 진화하고, OLED가 등장하면서 트루 블랙 등 고화질 디스플레이에 대한 시장 요구가 점점 높아지고 있어 향후 수요 증가가 예상된다.

성일 에이앤아이 광계측시스템 사업부장은 “고해상도 고품질 요구 수준이 까다로운 한국 패널사는 물론이고 최근에는 중국 패널사도 화질 관리 수준을 높이고 있다”며 “그동안 축적해온 고유 광학 기술로 국내외 시장에서 루카스 브랜드를 알려 2030년까지 광계측기 분야에서 세계 선두 브랜드로 자리 잡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배옥진 디스플레이 전문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