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사라지는 산부인과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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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동네 산책길에서 새로 오픈한 병원이 눈에 띄었다. 원래부터 병원이 있던 자리였으니 정확하게는 진료 분야를 바꿔 재개원한 것이다. 관심을 끈 것은 기존 진료 항목에서 바뀐 부분이다.

원래 이 병원은 신도시에서 전통을 자랑하는 산부인과였다. 1990년대 말 공전의 히트 시트콤 '순풍산부인과'의 배경으로도 나온 곳이다. 이 산부인과가 이번에 요양병원으로 바뀌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출산율 저하도 중요한 이유의 하나일 것으로 추측된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2018년도 우리나라 합계 출산율은 0.98명으로 세계에서 유일하게 0점대를 기록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2017년도)인 1.65명과 비교해도 턱없이 낮다. 우리나라는 합계출산율 1.3명 미만인 상황이 3년 이상 지속되는 '초저출산 사회'에 일찌감치 진입했다.

곳곳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인구절벽과 그에 따른 생산인구 감소, 생산성 감소와 소비 위축 등 많은 문제가 예상된다. 초고령화 사회가 되면서 젊은 층의 노년 인구 부양 부담도 급증할 수밖에 없다.

정부도 저출산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2005년 '저출산 쇼크' 이후 2006년부터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저출산 대책에 쏟아 부은 자금만 150조원이 넘는다. 그럼에도 출산율은 매년 떨어졌다.

그동안 시행한 대책의 실효성을 점검해 봐야 할 때다. 새로운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 새 대책은 공무원이 만들기보다 출산 가능성이 있는 젊은 세대들에게서 답을 찾아보면 어떨까. 그들이 왜 출산을 꺼리는지 이유를 알아야 답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세계에서 가장 낮은 출산율이 이어진다면 대한민국의 미래도 없다.

권건호 전자산업 전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