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암호화폐 해외는 지금]<3·끝>태국-증권거래소까지 디지털자산 시장 진출 임박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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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태국 정부는 비트코인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거래를 금지할 정도로 인식이 나빴다. 하지만 태국 정부 관료가 이더리움 창시자 비탈릭 부테린을 만나 태국 경제와 블록체인 활용 가능성을 논의한 후 분위기가 반전됐다.

암호화폐 잠재력에 주목하기 시작한 태국 정부는 비탈릭과의 만남 한 달 만인 2017년 9월 투자자 보호를 목적으로 ICO(암호화폐공개)에 관여하겠다고 밝혔다. 다음해 초 암호화폐 및 ICO 법안과 과세안이 발효됐다. 이어 기존 시중은행이 암호화폐를 발행하고 서비스 중개 사업을 할 수 있도록 법령을 정비했다. 절차 간소화에도 공을 들였다. 제안서 없이 토큰 발행을 허용하며 ICO 규제를 완화했다.

태국은 정부 관료를 중심으로 암호화폐 산업이 육성되기 때문에 의사결정이 빠르다.

국내 블록체인 업계 전문가는 “태국 정치의 중심인 국왕이 시장 조성 의지가 분명하기 때문에 법제화 속도가 매우 빠르다”고 말했다.

이 후 태국은 2018년 암호화 자산에 대한 왕실 칙령을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증권거래위원회(SEC)는 ICO 감독, 거래소, 브로커 딜러를 비롯한 암호화폐 기업 감독을 맡게 됐다. 재무부는 암호화 자산 사업을 운영하는 데 필요한 라이선스 발급 권한을 가졌다. 2018년 7월 16일 '디지털 자산 라이선스 시스템'이 시행됐다. 이에 따라 암호화폐 거래소, 브로커 딜러 등 디지털 자산과 관련된 기업은 모두 SEC에서 라이선스를 받도록 했다.

SEC는 올해 1월 8일 처음으로 암호화폐 거래소 4곳에 공식 라이선스 발급했다. 이후 최근 후오비 태국이 추가돼 라이선스를 보유한 거래소는 총 5곳이 됐다.

태국 증권거래소가 올해 디지털 자산 운영 라이선스를 재무부에 신청할 계획이다. 증권사협회의 의장이자 태국증권거래소의 간사회 대표인 파테라 딜로크룽씨라폽은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증권거래소가 암호화폐 거래소 설립을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태국 디지털 자산 운영 라이선스 획득은 어려운 일이지만 태국 증권거래소는 자본 기반 및 신뢰에 있어 다른 경쟁자보다 우위를 가진다”면서 “좋은 운영시스템과 백오피스 시스템, 전자지갑 등 세부 작업도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 암호화폐거래소도 태국 진출을 가속화하고 있다.

고팍스는 태국에서도 코인거래소 사업을 위해 라이선스 신청을 해 둔 상태다. 인도네시아처럼 현지 기업과 협업 형태로 진출할 전망이다. 업비트도 2018년 11월 5일 태국과 인도네시아에 각각 현지 법인을 설립하고, 사업진출 가능성을 검토 중이다. 업비트는 이미 태국과 인도네시아 시장에서 사용할 도메인(인터넷주소)을 확보하고, 각 사이트에 현지 언어로 거래소를 소개했다.

2019년 3월 SEC가 승인한 태국 최초의 ICO 포털 3곳은 롱루트(Longroot), 티박스(T-box), SE 디지털이다. 세 업체 모두 아직 운영을 시작하지 않은 상태다. 태국에서 ICO를 하려면 우선 SEC 승인을 받아야 하며, 토큰은 허가 받은 ICO 포털에서만 판매할 수 있다.

태국 의회는 올해 초 블록체인 기반의 토큰화된 주식과 채권을 허용하는 증권거래법 개정안을 승인했다. 이제 디지털 토큰과 증권 예탁 결제원을 운영하고 싶은 기업 누구나 예금증서 신청을 할 수 있다. 개정안으로 ICO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이 블록체인 플랫폼을 통해 투자자에게 토큰화된 주식을 발행할 수 있게 됐다.

후오비 태국은 태국 증권거래위원회에서 디지털 자산 거래소 라이선스를 획득하며 올 3분기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후오비 태국은 후오비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구축·운영된다. 후오비 클라우드는 후오비 글로벌이 개발한 플랫폼으로, 복잡한 IT 기술 없이도 간편하게 디지털 자산 거래소를 구축하고 운영할 수 있게 하는 서비스다. 후오비 그룹은 각국의 규제당국과 협력을 글로벌 기업으로서 장기적 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해당 국가에서 합법적으로 거래소를 운영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는 의미다.

사크다 카테캐우 후오비 태국 최고경영자(CEO)는 “우리 목표는 입증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태국 사용자에게 안전하고 믿을 만한 디지털 자산 거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라며, 향후 정부 당국과 현지 기업들과의 파트너 십을 통한 협업을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