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37주년:기술독립선언II]바이오 불모지에서 글로벌 선두로 우뚝, 셀트리온 혁신 현장을 가다

글자 작게 글자 크게 인쇄하기

초가을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날, 서울에서 차로 한 시간가량 달려 인천 송도에 위치한 셀트리온 본사를 방문했다. 진입로에 차를 세우자 보안요원이 '면접 보러 왔느냐'고 묻는다. 취재 차 방문 왔다고 전한 뒤 보안검사를 거쳐 셀트리온 관계자를 만났다. 사업이 확대되면서 상시로 직원을 뽑다보니 면접 일정이 많다고 귀띔한다.

바이오산업 역사가 짧은 우리나라는 이제 막 성장기에 접어들었다.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시장에서 '글로벌 1위' 품목을 보유하는 것은 멀게만 느껴졌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글로벌 바이오시장에서 선두에 오른 제품이 있다. 바로 바이오시밀러다. 2014년 유럽시장에 출시한 자가면역질환 치료용 바이오시밀러 '램시마'는 출시 5년이 지난 현재 오리지널 의약품 점유율을 넘어 시장 1위를 차지한다. 독자기술력으로 바이오 불모지에서 글로벌 기업으로 발돋움한 셀트리온 경쟁력을 확인해 봤다.

셀트리온 제2공장 전경
<셀트리온 제2공장 전경>

◇축구장 26개 크기 '캠퍼스', K-바이오 요람 '송도'

인천 연수구 송도동에 위치한 셀트리온은 16만5289㎡(약 5만평) 부지에 자리 잡았다. 잘 조성된 캠퍼스를 연상케 한 본사는 사무동과 제1공장, 제2공장, 계열사인 셀트리온헬스케어가 모여 있다.

가장 먼저 셀트리온 현재를 만든 동시에 미래를 준비하는 연구소를 방문했다. 500명이 넘는 연구개발(R&D) 인력을 보유한 셀트리온은 이곳에서 램시마, 트룩시마, 허쥬마 등 글로벌 바이오시밀러가 탄생한 요람과 같다.

'ㅁ' 형태로 구성된 연구소는 R&D 단계별로 부서가 위치한다. 가장 처음 위치한 곳은 세포주개발실이다. 동물세포를 개발하는 첫 단계다. 어떤 유전자를 어디에 넣느냐에 따라 항체 역할과 품질이 달라지는데, 이런 실험을 하는 곳이 세포주개발실이다.

세포주 개발과 선정이 완료되면 파일럿 배양실에서는 우선 100ℓ 규모 리액터에 넣고 배양하게 된다. 온도, 습도 등 다양한 조건에 따라 세포 결과가 달라지는 만큼 작은 변수 하나가 결과물에 미치는 영향은 엄청나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선정된 세포주를 100ℓ 리액터에 넣고 우선 배양하는데, 이후 500ℓ 규모 리액터에서 한번 더 파일럿 배양하게 된다”면서 “연약한 세포가 큰 리액터에서 배양될 때 자칫 외부 환경 변화로 문제가 생기는 것을 방지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둘러 본 정제공정개발실은 배양된 세포가 정확히 무슨 물질인지 확인하는 역할을 한다. 불순물을 제거하고 세척하는 과정이 중요한데, 여기에 레진이라는 물질이 사용된다. 1~2m 장비에 들어가는 레진만 200~300ℓ가 필요하다. 이 비용만 30억원에 달한다. 일부 레진은 자체 개발도 하는데, 대부분 외국에서 수입한다. 또 질량분석기, 흑광측정계 등 연구에 쓰이는 장비만 해도 대당 6억~7억원을 호가한다.

연구소 한 바퀴를 돌면 끝 쪽에 세포기반분석실이 위치한다. 정제공정개발까지는 물질 자체를 분석했다면 여기서는 생물학적 활성 즉 세포 기능을 확인한다. 50가지 이상 비교분석법을 적용, 다양한 실험이 이뤄진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허쥬마를 예로 들면 유방암 세포를 키워서 암세포를 얼마나 잘 죽이는지 확인하는 곳이 세포기반분석 과정”이라면서 “15가지 출하시험을 포함해 50가지 이상 비교분석이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셀트리온 생산라인
<셀트리온 생산라인>

◇신생아 같은 세포, 스트레스 최소 공정 눈길

바이오시밀러 개발은 세포주 개발, 배양, 정제, 완제, 임상, 허가 단계를 거친다. 연구소에서 개발된 세포주는 영하 200도에 냉동을 시켰다가 배양이 시작되면 해동시킨다. 무한증식세포를 활용한 탓에 1바이알에 2000만개로 증식된다.

실제 배양이 이뤄지는 곳이 바로 '바이오리액터 홀'이다. 유리 창문 너머로 보이는 커다란 원형 장비는 계단식으로 배열돼 있다. 맨 위부터 24ℓ, 120ℓ, 600ℓ, 4500ℓ 규모 탱크가 보였다. '신생아'처럼 예민한 세포가 갑자기 1만5000ℓ 이상 큰 배양기에 들어갈 경우 받는 스트레스를 최소화하기 위해 중력을 고려해 단계적으로 설계했다. 세포 영양제와 같은 '미디엄'과 항체를 걸러내는 정제액 '버퍼'도 직접 만든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세포는 환경에 민감하기 때문에 중력에 따라 규모가 큰 리액터로 흐르도록 설계됐다”면서 “대용량 설비로 가기 전 4500ℓ 규모 리액터에서 배양한 세포는 임상시험용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배양된 세포는 정제 과정을 거친다. 배양한 세포가 10이라면 실제 사용하는 항체는 1뿐이다. 원심분리기를 이용해 찌꺼기를 가라앉히고 단백질만 걸러낸다. 1층에 있는 완제실은 유일하게 사람이 없는 100% 자동화 공간이다. 불순물 유입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액체 상태 약품은 동결 건조 과정을 거쳐 백색가루로 약병에 담는다. 병원에서는 이를 녹여 환자에 투여한다.

◇'기대주' 램시마SC 생산 시작…글로벌 종합의약품 회사로 우뚝

셀트리온 바이오시밀러는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과 유럽에서 돌풍을 일으켰다. 올해 1분기 기준 램시마는 유럽 인플릭시맵 시장 57%를 차지해 1위를 굳건히 지킨다. 혈액암 치료용 바이오시밀러 '트룩시마'도 같은 기간 유럽 리툭시맵 시장 37%를 차지한다. 지난해 2분기 출시한 유방암 치료용 바이오시밀러 '허쥬마'도 유럽시장 점유율 13%를 차지하면서 꾸준한 상승세다.

회사가 기대하는 '램시마SC'도 출격 대기 중이다. 지난해 11월 유럽의약품청(EMA)에 허가 신청한 램시마SC는 기존 램시마를 피하주사 형태로 개량한 제품이다. 정맥주사와 피하주사 형태로 투약 옵션을 늘려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시장 주도권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4분기 허가가 유력한데, 출시를 앞두고 생산에 돌입했다. 이 밖에 대장암 치료제 아바스틴 바이오시밀러 'CT-P16',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휴미라 바이오시밀러 'CT-P17'도 글로벌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글로벌 바이오시밀러 시장은 2025년 663억달러(약 80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셀트리온은 2030년까지 매년 1개 바이오시밀러 제품을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꾸준한 R&D와 함께 생산역량 확보도 나섰다. 현재 1, 2공장 합쳐 19만ℓ 규모 생산능력을 제3공장 구축으로 2030년까지 100만ℓ로 확대하는 게 핵심이다.

이를 위해 2030년까지 인천 송도에 25조원을 투입, 파이프라인 확대와 생산시설 확충, 고용 등에 나선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인천시와 협업해 송도 바이오밸리를 구축해 셀트리온뿐만 아니라 국내 바이오기업과 상생하는 오픈이노베이션을 실현할 것”이라면서 “빅데이터 등 ICT를 활용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한 헬스케어 서비스도 준비한다”고 말했다.

정용철 의료/바이오 전문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