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서 잠든 '벤처 확인제도'...연내 통과도 안갯속

사진=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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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 벤처생태계 조성에 토대가 될 '벤처기업 확인제도' 개정안이 국회에서 잠자고 있다. 국회 무관심 속에 연내 법안 통과조차 불투명해졌다.

4일 벤처업계에 따르면 최근 열린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이하 산자중기위) 법안심사소위원회 안건으로 개정안이 상정됐지만 소득 없이 회의가 끝났다. 내달 다시 논의하기로 잠정 결론 냈다. 개정안에 대한 여야 간 이견은 없었지만 우선순위에서 다른 법안에 밀린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말 통과도 장담할 수 없다. 국정감사, 예산 심사와 같은 굵직한 국회 일정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내년 초 개정안 시행을 목표로 세웠던 정부, 벤처업계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혁신 성장 골든타임을 놓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현행 벤처기업 확인제도는 혁신기업을 선별하기에 역부족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벤처기업으로 확인받으려면 세 가지 기준 중 하나를 충족해야 한다. 보증·대출, 벤처투자, 연구개발 유형으로 나뉜다. 전체 신청 기업 중 90%에 육박하는 업체가 보증·대출 실적 평가를 통해 벤처기업 인증을 받는다.

이번 개정안은 보증·대출 유형을 없애고 혁신성·성장성으로 벤처기업 여부를 판단한다. 혁신 벤처생태계를 조성하겠다는 취지다. 재무 안정성보다는 기업별 혁신성·성장성 기준 심사를 위해 평가 주체도 기존 기술보증기금과 중소기업진흥공단 중심 공공기관에서 민간 전문가로 바꾼다.

정부와 벤처업계는 남은 기간 동안 국회 관심을 끌어내 추진동력을 확보할 방침이다. 벤처기업협회 관계자는 “내주 초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협회 방문이 예정돼 있다”며 “업계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서인데 이때 법통과를 적극 당부하겠다”고 말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정부는 시행령 작업에 돌입한다. 6개월가량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민간 전문가로 꾸려질 벤처기업확인위원회 구성과 운영 사무국 선정, 잔산시스템 구축 등 세부 업무가 산적해 있다. 법 시행은 이르면 내년 하반기쯤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벤처기업 수는 지난해 기준 3만6820개다. 2016년 3만3360개, 2017년 3만5282개에서 매년 꾸준히 늘고 있다. 벤처기업 확인제도를 통해 벤처기업으로 인증되면 법인세와 소득세를 50% 감면받는다. 코스닥 상장, 신용보증, 정책자금 지원 등 금융 혜택도 주어진다.

이정민 한국벤처기업협회 경영지원본부장은 “개정안은 향후 10년간 벤처생태계 발전을 지원하는 제도적 인프라”라면서 “민간 주도 생태계 육성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기대가 크다”고 전했다. 그는 “글로벌 벤처생태계 변화 속도가 상당히 빠르다”며 “조속히 개정 절차를 진행, 국내 벤처기업을 지원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최종희기자 choi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