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D의 공포, 임기응변으로 안된다

소비자물가상승률이 0%를 기록했다. 1965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낮은 수치다. 소수점 세 자릿수까지 따지면 0.038% 하락, 사실상 마이너스다. 정부가 여러 이유를 들어 디플레이션 우려는 없다고 얘기하고 있지만 시장은 불안하기만 하다.

정말 'D의 공포'가 우려된다. D의 공포는 물가 하락을 뜻하는 디플레이션에 대한 공포를 말한다. 디플레이션은 지속적으로 물가가 하락하는 상태다. 디플레이션 장기화는 생산·소비와 투자·고용을 위축시키고, 소득 악화와 경기 침체로 이어지며, 경제 전반에 걸쳐 퇴보를 가져오기 때문에 경제 주체들에게 공포의 대상이다.

정부가 아니라고 하지만 소비, 투자, 고용 등의 지표는 디플레이션 우려에서 자유롭지 않다고 말하고 있다.

4일 부랴부랴 정부가 경제활력대책회의 겸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고 하반기 경제 활력 보강 추가대책을 확정했다. 정부의 경제 활력 제고 대책이 발표한 지 불과 두 달 만이다.

문제는 이번 대책에도 뾰족한 대안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1조6000억원 재정 보강이 눈에 띄지만 이미 추가경정예산이 풀려 있는 상황이어서 추가 재정 투입이 얼마나 효과를 낼지 의문이다.

현재 경제 상황은 여러 복합 요인이 작용하고 있다. 투자·수출 부진이 지속되며 활력이 떨어졌고, 미-중 무역 분쟁과 일본의 대 한국 수출 규제 등으로 대외 여건도 악화됐다. 문제는 미국 대통령 선거 이전까지는 대내외 여건 개선의 실마리도 안 보인다는 점이다.

결국 올해 우리 경제는 만회가 어렵다고 판단하는 게 좋다. 이미 정부도 올해 경제성장률이 정부 목표치인 2.4~2.5%보다 낮게 나올 것이라고 보고 있다.

그럼 대책도 이에 맞춰야 한다.

단기 처방과 임기응변이나 내년 총선을 겨냥한 대책이 아니라 최소 1~2년을 내다본 경제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 청와대나 정부 부처 어디에서 지금 이 일을 담당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결국 이번에도 기업이 선방하기만 기다려야 하는지 묻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