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포럼]전력공급비용 절감 효율화 '수요자원시장'이 정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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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포럼]전력공급비용 절감 효율화 '수요자원시장'이 정답

올 여름 더위는 다행스럽게도 기상 관측 이래 최고였다는 지난해에 미치지 못했다. 처서가 지난 요즘은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까지 불어와 올 여름철 전력 수요와 공급은 안정감있게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해마다 돌아오는 동·하계 전력 수급 대책 기간이면 전력 시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25개 수요관리사업자와 4000여개 참여 고객은 전력거래소의 수요 감축 요청에 대비해 만반의 준비를 다하고 있다. 이렇게 수요자원(DR) 시장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전력 수급 안정을 위해 책임을 다한다.

우리나라는 소득 수준 증가에 맞춰 산업화와 자동화, 가전기기 및 냉난방 증가로 전기 사용량 또한 증가하는 등 매년 최대 전력 수요가 꾸준히 증가했다. 이처럼 늘어나는 전력 수요를 발전소 건설로만 대응하기에는 부족한 면이 있다.

전력 사용이 많은 시기는 여름과 겨울 각각 2~3개월에 불과한 데다 그 가운데 며칠에 그친다. 거기서도 피크는 1~2시간 정도다. 그 시간의 수요에 맞춰 발전소를 짓는다는 것은 비효율이기 때문이다. 여름과 겨울 외에 다른 시기나 전력 사용이 적은 새벽 시간대에는 예비율이 40%에 육박할 정도로 개점휴업 상태의 발전소가 많다. 이로 인한 낭비가 발생할 수 있다.

또 발전소 건설이 말처럼 쉽지 않다. 대규모 발전소 건설에는 적지 않은 기간과 수천억원의 비용이 소요되고, 이를 전력 계통과 연계할 송전선로와 송전탑도 지어야 한다. 이들 전력 공급 설비는 지역 수용성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건설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기도 하다.

돈도 돈이지만 최근 들어 발전소 운영 시 발생하는 온실가스, 미세먼지 등 환경 문제도 큰 이슈가 되고 있다. 전력 사용이 많은 동·하계 피크 기간에 전력 수요를 낮추거나 발전소를 대신할 수 있는 대체 자원이 있다면 짧은 기간 전력 수급을 위해 고비용의 발전소 건설을 안 해도 되기 때문에 상당한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

DR 시장은 전기 사용자가 스스로 전력 수요를 줄여서 전력 수급 상황을 개선시키고, 줄인 전력 수요만큼을 금전으로 보상받는 제도다. 이 제도는 고비용 발전소를 가동하는 대신 수요를 감축시켜 전기요금 상승 요인을 억제하면서 환경 문제도 해결할 수 있기 때문에 일석이조 효과를 보는 최적의 전력 수급 해결 수단인 셈이다.

2014년 우리나라 전력 시장에 개설된 DR 시장의 대표 특징은 전력 시장 내 발전사업자와 동등한 위치에서 활동하는 수요관리사업자의 출현이라 할 수 있다. 수요관리사업자는 전기 사용자를 모집해 교육, 훈련을 통해 전력거래소의 수요 감축 요청이 있을 때 단시간 안에 약정한 수요 감축을 관리하는 사업자다. 현재 25개 수요관리사업자가 4000여개 전기 사용자를 모집, DR 시장에 참여하고 있다. 또 정보통신기술(ICT) 기반의 수요관리 프로그램을 개발해 전국에 산재된 DR의 통합 관리로 수요 감축 신속성과 신뢰도를 향상시키고 있다.

DR 시장 개설로 인한 또 하나의 이점은 DR가 전력 시장에서 고비용 발전기와 가격 경쟁을 하면서 전력 시장 가격을 낮추는 경제 효과다. DR 시장 개설 전에도 여러 가지 수요관리제도가 있었지만 전력 시장과 별도로 운영돼 전력 수요 감축에도 전력 시장 가격에 영향을 미칠 수 없었다. DR 시장은 DR와 발전 자원의 통합 거래로 이런 문제를 해소했다.

DR 시장을 통해 올해 5월까지 약 1212GWh의 전력량을 감축했다. 이는 제주도 전체가 약 3개월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전력량과 비슷하다.

시장 초기에 비해 참여 용량은 약 2.9배, 참여 고객은 약 4.5배 각각 증가했다. 시장 규모도 2000억원 규모에 이를 정도로 짧은 기간에 크게 성장해 왔다.

이처럼 전력 시장에서 진가를 발휘해 오고 있는 DR 시장은 에너지신산업으로도 각광받고 있다. 현재 수요 감축은 1시간 전 요청을 받고 있지만 30분이나 15분, 짧게는 5분 전 감축 요청에 대응하는 이른바 '패스트 DR'도 연구하고 있어서 신재생에너지 최대의 난제인 간헐성을 풀어 줄 해법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DR가 전력 사용 효율화를 위한 실행 도구로 더욱더 활발하게 활약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김흥일 수요관리사업자협회장 heungil@ene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