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중국 '반도체굴기' 경계 늦추지 말아야

국내 한 대학의 EUV소재특성평가실 <사진=전자신문DB>
국내 한 대학의 EUV소재특성평가실 <사진=전자신문DB>

중국 파운드리 기업 SMIC가 극자외선(EUV) 공정 개발에 착수할 것이라는 소식이 들려온다. EUV 공정은 세계 파운드리 시장 1, 2위 업체인 대만 TSMC와 삼성전자가 구현할 수 있는 반도체 분야 핵심 기술이다. 각 나라의 파운드리 업체가 공정 확보를 원했지만 높은 기술장벽과 막대한 개발비 등으로 진입하지 못한 영역이다.

SMIC는 파운드리 시장 5위권 업체임에도 중국 정부의 반도체 산업 집중 육성 정책과 탄탄한 시장 수요를 바탕으로 EUV 공정 기술 확보에 나섰다. SMIC는 8월부터 전문가 채용 공고를 내면서 EUV 관련 내용을 빼놓지 않고 있다. 업계는 SMIC가 사실상 EUV 공정 확보 준비를 시작한 것으로 해석했다.

이른바 중국의 '반도체 굴기'는 한국 반도체 산업에 큰 위협 요인이다. 제한된 시장에서 중국 업체에 점유율을 빼앗길 수 있는 것은 물론 미래 경쟁력의 기반인 인력이 유출될 위험도 있다. 우리 반도체업계도 SMIC의 EUV 공정 기술 확보 움직임과 관련해 전문 인력이 중국으로 옮겨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SMIC는 한국인 개발자에게 상대적으로 높은 연봉을 제시하며 영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산업계와 정부는 7월 1일 일본 경제산업성의 대 한국 반도체 핵심 소재 수출 제한 조치 이후 상당한 어려움에 직면했다. 기술 자립 중요성이 커지면서 산·학·연·관이 공동 대응에 나섰지만 단기간에 해결될 일은 아니다.

일본발 리스크가 해소되지 않은 가운데 중국 반도체 업계의 추격은 우리에게 분명 또 하나의 위협 요인이다. 억지스러운 행정 조치로 한국 반도체 산업의 발목을 잡으려는 일본보다 규모의 경제를 앞세워 기술력을 기르고 있는 중국발 리스크가 더 위험하다.

기업은 기술과 인력에 대한 꾸준한 투자로 경쟁력을 강화하고, 정부는 기업이 이러한 투자에 적극 나설 수 있도록 불합리한 제도와 규정을 바로잡는 규제 혁신을 지속해야 한다. 우리 기업과 정부 모두 중국 반도체 굴기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