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지영이 만난 사람] 메카로 이종수 사장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국산화는 대기업-중소기업-정부의 합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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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수출규제와 화이트 리스트 제외 조치로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국산화가 시급한 국가적 과제가 됐고 또 절실해졌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 분야의 국산화는 어느 특정 기업만의 노력만으로는 어려우며 소자업체인 대기업과 공급업체인 중소기업 그리고 학계와 정부의 다자간 노력이 결실을 맺어야 한다고 말한다. 일본의 아베 수상은 최근 "한국에 대한 방침은 먼지만큼도 달라진 게 없다."고 말할 정도로 한∙일 경제전쟁을 더욱 숨 가쁘게 몰아가고 있다. 국산화에 대한 경험과 지혜의 공유가 필요한 시기에 메카로의 이종수 사장을 만나 국산화를 위한 그간의 과정과 진심 어린 조언을 들어보았다. 메카로는 반도체 제조에 쓰이는 소재와 부품을 성공적으로 국산화하여 소자업체인 대기업에 이미 활발히 공급하고 있으며, 최근 반도체 제조 전∙후 공정에 필요한 첨단 장비를 개발하는 코피알엔디의 지분 65%를 50억 원에 인수한 바 있다.
 

메카로 이종수 사장
<메카로 이종수 사장>

- 세계 각국이 협력해 만든 글로벌 가치사슬 작동에 문제가 생겼다. 자유무역주의 질서의 한 모퉁이가 깨진 셈이다. 게다가 우린 당사자이다. 이 같은 현상이 일시적 현상일지 아니면 보호무역주의의 일환으로 향후 확대될지에 대한 전망은?

 ▲ 2020년 미국의 대선 여부와 관계없이 보호무역주의는 전방위적으로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1980년부터 본격화된 세계화 속에서 구축된 글로벌 공급망은 미국 등 선진국과 개도국이 모두 성장하는 기반이 되었다. 그러나 최근 글로벌 공급망 확대의 한계와 함께 자국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경향이 두드러지면서 강력한 보호무역주의가 다시 힘을 얻고 있다. 영국의 브렉시트와 최근 일본의 대(對)한국 수출규제 건 모두 이러한 보호무역주의의 일환이라고 볼 수 있다.

결국 세계 경제 패권을 쥐기 위한 미국과 중국의 지속적인 무역마찰을 중심으로 선진국들의 신 글로벌 공급망이 재구축 될 때까지 자국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보호무역주의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자유 무역주의의 대표 기구인 WTO(세계무역기구)의 규범이 깨지고 있고, 미국의 TPP(환태평양 경제 동반자 협정) 탈퇴 등으로 국가 간 맺은 자유무역협정의 이행력과 구속력이 약화되고 있다.

-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 이후 소재∙부품∙장비 국산화에 대한 필요성이 절실해졌다. 국산화의 주체인 소자업체와 공급업체 간의 바람직한 역할과 책임은?
 
▲ 대기업인 소자업체의 노력과 지원으로 상당수의 국산화가 이루어졌음을 인정해야 한다. 이는 결국 국산화를 위한 리더십은 대기업에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아직도 많은 소재∙부품∙장비의 국산화가 필요한데 사실 지금 남아 있는 것들이 더 어려운 과제들이다. 소자 업체에서 사용할 제품이기에 모든 개발, 평가 수준 등의 환경이 동일해야 하나, 현실적으로 공급 업체의 재원으로는 동일 조건의 평가 환경 구축이 불가능하다. 그러기에 적정 수준으로 개발된 제품에 대한 평가는 결국 수요처에서 해주어야 한다.

대기업은 국산화 확대를 위해 장기적으로 공급업체를 리딩해야 하는데 새로 개발되는 디바이스, 제품 등에서 필요로 하는 소재∙부품∙장비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와 기술을 공유하고 적절히 지원하여, 공급업체의 개발 용이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해주고, 정기적 평가 기회도 갖게해 주어야 한다. 이로 인해 대기업은 일정 부분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이익이라는 점을 이해해야 하고, 정부도 일정 부분 지원 해주어야 한다. 궁극적으로 수요 업체도 공급의 다변화를 통한 안정성 및 가격 경쟁력을 갖출 수 있게 된다.  

공급업체도 당장의 눈앞의 이익에만 치중하지 말고 기술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연구개발에 과감히 투자해야 한다. 물론 단기적으로 투자에 어려움이 있겠으나 이를 극복해야만 국산화를 통한 장기적인 이익을 얻을 수 있다. 또한 기존 공급망의 단순 모방이 아닌 고유한 지적재산권(IP)을 확보해야 한다. 진정한 국산화를 위해 꼭 필요한 과정이다. 정부도 적절한 정책을 통해 공급업체의 연구개발 투자 활동을 지원해 주어야 한다. 국산화는 수요 업체와 공급업체 간의 노력에만 의존할 수 없다. 상호 입장과 이해관계가 조금은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정부가 소자업체와 공급업체 간의 갈등과 문제를 중재해주고 풀어줘야 한다.

- 국산화와 국가 다변화가 같이 논의되고 있다. 이의 판단 기준은 무엇이 타당한가?

▲ 둘 다 필요하다고 본다. 우리나라에서 공급되지 않는 원재료가 상당히 많다. 따라서 100% 국산화는 불가능하다. 그러한 차원에서 일정 부분 소재∙부품∙장비의 국가 다변화는 필요하다고 본다. 단기적으로는 국가 다변화를 통해 공급 안정성을 꾀하고, 장기적으로는 첨단 반도체 산업에 필요한 국산화를 통해 경쟁력 있는 기술을 확보해야 한다. 솔직히 국내 소재∙부품∙장비의 시장이 크지 않기 때문에 선택과 집중이 필요해 보인다. 국산화를 통한 기술 확보 후 결국 해외 시장으로의 진출을 도모해야 하는데 이런 상황에서 국산화만을 주장한다면 글로벌 시장에서 공동의 적이 될 수 있다.

- 메카로의 기술과 제품에 대해 소개해달라.

 ▲ 메카로는 반도체 제조에서 쓰이는 소재와 부품을 국산화해서 소자업체에 공급하고 있다.
그중 하나는 프리커서라고 하는 박막증착용 전구체이며, 특히 ALD(원자증착) 공정에 사용되는 high-k 전구체인 ZM40이라는 물질을 자체 국산화하고 IP까지 확보하여, 현재 국내 대기업 및 해외 시장에 공급하고 있다. 이러한 ZM40 물질을 위시하여 반도체에 사용되는 여러 증착 필름 물질 제조기술을 확보하고 공급 중이다.

또한 반도체 공정에서 사용되는 각종 증착 공정(CVD, PVC, ALD등) 장비의 핵심 부품인 히터블럭(Hearter Block)을 자체 국산화하여 소자업체 및 장비업체에 공급하고 있다. 히터블럭은 증착 장비의 핵심인 열관리를 해주는 부품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특히 기술력과 품질을 앞세워 국내 시장 점유율 1위를 하고 있고 해외 시장에서도 많은 고객을 확보하고 있다. 이런 제품들은 국내 양 대 소자업체의 적극적인 국산화 의지와 지원을 통해 이룰 수 있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상생의 바람직한 사례라고 자부한다.

메카로의 제품과 공정 / 제공=메카로
<메카로의 제품과 공정 / 제공=메카로>
메카로의 제품과 공정 / 제공=메카로
<메카로의 제품과 공정 / 제공=메카로>

- 연구개발의 효율화와 성공을 위한 메카로의 연구개발 방법론이 있다면?

▲ 메카로는 전체 인력의 25% 수준의 R&D 인력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MAPS(Mecaro’s Advanced Precusor System)라고 하는 연구 인프라가 구축되어 있다. 이는 반도체 소재 지도에서 고객이 원하는 곳을 찾아간다는 의미로, 메카로의 화학물질 연구소 이름이기도 한다. MAPS연구소 인력과 반도체 소자업체의 기술 미팅 (고객사의 정기적인 TRM/Technology Roadmap Meeting) 등을 정기적으로 추진하여 향후 적용 가능한 후보 제품군을 선정하고, 선행연구 및 개발 활동을 통해 고객사의 신규 디바이스에 적용될 전구체를 미리 대비한다.

아울러 동종 제품의 국내 유일한 연구 기관인 한국화학연구원(KRICT)과의 공동 개발과 한양대 등의 전문 교수들과의 산학연 과제 추진을 통해 신속한 평가 등을 병행하고 있다. 중소기업이기 때문에 모든 개발을 독자적으로 하기엔 한계가 있다. 하지만 메카로는 지속적인 선행투자로 연구개발에 전념하며 양산 적중률을 높이고 있다.

- 반도체 소재 부품의 양산화와 국산화로 가기 위한 초기 연구부터 개발, 양산 준비 과정을 그동안 거쳐오면서 많은 시행착오와 어려움을 극복해왔을 것으로 본다. 같은 과정을 걸어가는 또는 걸어갈 국내 중소기업에 조언을 한다면?

▲ 당장의 눈앞이 아닌 장기적 안목에서 R&D에 투자해야 한다. 쉽지만은 않겠으나 기초부터 탄탄하게 다져야 살아남을 수 있다. 또한 고객의 작은 불만도 단순 개선의 차원이 아닌 100% 해결한다는 철두철미한 자세로 임해야 한다. 그러한 노력이 있어야만 기술 경쟁력이 쌓이기 때문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고객의 믿음이 쌓이게 된다. 믿음이 고객과의 신뢰 형성과 지속적인 상생모델의 밑거름이 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회사 구성원이 창의적으로 일 할 수 있는 업무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연구개발이건, 기업 운영이건 사람이 하는 것이다. 특히 연구개발 구성원들의 개발 의욕을 고취시키는 것이 회사의 경쟁력이 된다.

- 앞으로 국내 소재 장비 업체가 가야 할 방향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또 메카로가 앞장 서 가고자 하는 방향과 비전은 무엇인가?

▲ 국내 소재∙부품∙장비 업체가 단순히 특정 국가 의존도가 높은 품목보다는, 기술경쟁력 관점에서의 의존도가 높은 품목을 주목했으면 좋겠다. 첨단 기술력이 사용되지 않는 소재∙부품∙장비 등은 꼭 국산화가 아니더라도 국가 다변화 정책 등을 통해 언제든 글로벌 공급망을 이용할 수 있지만, 기술경쟁력이 필요한 첨단 소재∙부품∙장비 등은 국가 다변화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기 때문에 국산화가 필수적이다. 그렇다고 모든 품목을 다 국산화할 필요는 없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장기적 안목에서 국산화가 추진되어야 한다. 이때 정부∙대기업, 소자업체∙공급업체의 상생을 통해 국산화 품목을 결정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다. 결국 국내 공급을 통한 기술력 확보 이후, 해외로의 진출이 절대적으로 요구되는 시점이다.

메카로도 기존 대기업 소자업체와의 공급 관계에 만족하지 않고 지속적인 연구개발과 선행투자를 바탕으로 핵심 소재의 국산화 프로젝트를 계속 추진할 것이며, 제품 다변화를 통한 안정적인 포트폴리오 구축에 매진할 것이다. 이를 위해 대기업 소자업체와의 상생협력 관계를 지속하고 산학연 연구개발 활동에도 투자하여, 계속 첨단화되는 반도체 공정의 핵심 소재 국산화에 앞장서고자 한다. 전 세계 메모리반도체 공급 1위인 대한민국에서 소재 국산화를 바탕으로 글로벌 공급망을 확장할 것이며, 주요 사업 품목인 전구체와 히터블럭에서 글로벌 공급 1위가 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기업 경영에 있어 투명한 경영과 경영자의 마인드가 매우 중요하다는 얘기를 하고 싶다. 투명경영을 통해 모든 구성원과 나아가 고객과의 신뢰를 쌓기 바라며, 눈앞의 이익만이 아닌 중장기적 비전을 갖추고 정진했으면 좋겠다.

 류지영 전자신문인터넷 기자 (thankyo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