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반도체 테스트베드 '꾸준함'이 핵심이다

삼성전자 서초사옥에 전시된 웨이퍼. <전자신문DB>
삼성전자 서초사옥에 전시된 웨이퍼. <전자신문DB>

대전 나노종합기술원에 새로운 반도체 테스트베드가 들어선다. 약 450억원 예산으로 불화아르곤(ArF) 노광장비, 식각장비 등 12인치 웨이퍼용 공정 라인을 갖춰 2021년 4월 가동한다는 계획이다. 이곳에서는 국산화율이 낮은 포토레지스트와 식각 가스, 불화수소 연구가 진행될 예정이다.

이 테스트베드는 한-일 경제 전쟁으로 소재·부품·장비 국산화 이슈가 불거지면서 급물살을 탔다. 전국 각지에는 이미 10개가 넘는 반도체 테스트베드가 있다. 그러나 시설이 낡고 산업 현장과도 맞지 않아 국내 기업들이 쓸 엄두를 내지 못했다. 국내 소재 기업들은 외국 실험 설비에 가서 비싼 돈과 긴 시간을 들여야만 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소자 업체 주도로 중소기업과 협업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많지만 대기업도 그들 나름의 고민이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대기업도 당연히 국내 소재 공급사가 많아지면 좋다”면서도 “국내 소재 업체들이 양산에 쓰일 만한 단계에 올라올 수준이 안 되는 현실적인 실정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초격차 기술을 구현하는 대기업과 협업하기 전에 국내 생태계 전반에 걸쳐 탄탄한 기술 토대부터 갖춰야 하고, 실정에 맞는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공공 인프라 구축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현실적으로 벨기에에 있는 최대 반도체 연구 허브 IMEC 수준까지 닿으려면 많은 시간과 비용이 필요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그동안 미진한 반도체 테스트베드 고도화가 첫 발을 뗐다는 것 자체에 의미를 둬야 한다. 특히 전문가들은 '꾸준함'을 빼놓지 않고 강조한다. 그동안 들쭉날쭉하던 테스트베드 지원 정책을 반면교사 삼아 국내 생태계에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얘기다.

한 반도체 장비업체 관계자는 23일 “장기적 로드맵으로 자연스럽게 반도체 대기업 참여를 유도한 해외 사례를 충분히 검토하고 전략적으로 적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7월 초 일본의 갑작스런 대 한국 수출 규제 조치 이후 모두가 충격에 빠지던 순간을 늘 기억해야 한다. 들불처럼 일어난 후방산업 지원 동력이 단숨에 끊기는 일은 없어야 한다. 언제든 다시 찾아올 수 있는 위기에서는 깜짝 놀랄 수비력을 갖춘 반도체 국가대표가 든든히 버티고 있기를 기대한다.

강해령기자 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