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상생안이 아니라 살생안인가

택시-플랫폼 상생안 도출을 위한 두 번째 실무회의도 큰 성과 없이 끝났다. 개정안에는 지난 7월 발표된 상생안이 그대로 적용될 예정이다. 정부는 이해관계자가 한자리에 모인 것에 의미를 부여했다. 시간이 많지 않다는 점을 강조했다. 올해 안으로 국회 법안 통과까지 마무리되도록 속도를 낼 예정이다. 논란이 되는 지점은 하위 법령에서 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모빌리티업계는 또 힘이 빠진다.

상황이 국내 카풀 사업 몰락과 유사하게 흘러간다는 반응이 나온다. 활발하게 사업을 전개해 오던 국내 카풀업체들은 올 3월 택시-카풀 대타협을 기점으로 점차 쇠퇴했다. 운영 시간을 제한한 운수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카풀업체는 모두 사업을 접었다. 말은 대타협이지만 피해는 일방으로 봤다.

한국은 모빌리티 분야에서 가장 뒤처진 국가다. 우버, 디디추싱, 그랩도 없다. 미국에서는 우버 운전자를 노동자로 인정하느냐를 논하는데 국내에서는 논의 시작도 못했다. 글로벌 흐름에 5년 이상은 뒤처져 있다. 정부가 택시 입장에 경도돼 있기 때문이다.

이날 회의 모두발언에서 김상도 국토교통부 종합정책관은 “외국 모빌리티 상황과 많이 비교하지만 우리나라는 외국과 다르다. 택시가 산업 전반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부 사항은 더 논의해야 한다고 하지만 기본 틀은 택시총량제 유지라고 했다. 7월 상생안 발표 당시부터 모빌리티업계가 크게 반대한 방향이다.

자본력이 없으면 경쟁이 어려운 구조다. 운영 대수 총량도 운전자 자격도 규제 투성이가 된다. 모빌리티업계에서 요청한 제안은 수렴되지 않았다. 이렇게 결론이 날 거라면 지난 두 달 동안 무슨 논의가 필요했느냐는 불만이 나온다.

정부는 법안이 통과되면 사업 불확실성이 없어진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는 카풀금지법 통과 당시도 마찬가지였다. 불확실성 없이 모두 사업을 접었다. 이렇게 되면 정부가 상생안 입법을 서두르는 이유도 의심이 간다. 만장일치도 고려하지 않겠다고 했다. 일단 강행하겠다는 의도로 읽힐 수 있다. 속도감 있는 행정 처리도 중요하지만 방식이 잘못됐다. 이미 한국은 최소 5년을 우버 없이 살았다. 서둘러야 할 시점은 이미 지났다. 늦게라도 바른 방향으로 가야 한다. 상생안이 두 번째 살생안이 될 수 있다.

이형두기자 dud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