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계 "정권 바뀌어도 산업기술혁신정책 일관 돼야"

산업계 "정권 바뀌어도 산업기술혁신정책 일관 돼야"

최고기술책임자(CTO), 연구소장 등 기업 혁신 책임자가 '정부의 일관된 혁신 정책 추진'을 시급 과제로 꼽았다. 민간기업 중심 연구개발(R&D)기획 체계를 도입하고 '국가 기술혁신 실패백서'로 실패 사례를 취합·분석하는 시스템 필요성도 강조했다.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는 산업계 의견수렴을 통해 2030년까지 정부와 각계가 함께 추진해야할 20대 과제를 담은 '산업기술혁신 2030'을 30일 발표했다.

산기협은 지난해 4월부터 올해 9월까지 18개월에 걸쳐 산업계 대표 8명으로 구성된 '2030 추진위원회'와 전문가 10명으로 구성된 '워킹그룹'을 통해 산업기술혁신 2030을 수립했다. 6만7000여개 R&D기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산업·기술정책 전문가 자문 등을 통해 각계 의견을 수렴했다.

산업기술혁신 2030은 한국 산업기술혁신 체제를 프로젝트(Project), 플레이어(Player), 프로시져(Procedure), 폴리시(Policy) 측면에서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우리 산업이 투자 대비 성과가 저조한 '기술혁신의 생산성 함정'에 빠졌다고 진단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한 5대 어젠더로 △개방형 혁신 △모두를 위한 혁신 △시장에서 팔리는 혁신 △역량 기반의 혁신 △가치 창출형 혁신을 제시했다.

산업계 "정권 바뀌어도 산업기술혁신정책 일관 돼야"

산기협은 어젠더별로 각각 4개씩 총 20개 정책추진과제를 도출했다. 주요 정책 과제로 '정부의 일관성 있는 산업기술혁신정책 추진'을 꼽았다. '녹색성장' '창조경제' '4차 산업혁명' 등 정부에 따라 5년 단위로 정책 방향이 크게 흔들리고, R&D정책결정자와 추진기관은 물론 미래 성장동력 육성정책마저 바뀌며 혼란이 가중됐다고 지적했다.

독일의 '인더스트리 4.0'처럼 일관성 있고 예측 가능한 정책을 추진, 산업계가 지속적인 R&D 활동을 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고 정부에 요청했다.

민간기업이 의제를 제시하고 정부가 채택하는 새로운 R&D 기획체계 필요성도 제기했다. 국가 R&D 기획이 정부 주도로 이뤄져 능동적 대응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산업현장을 중심으로 주요혁신이 일어나고 기업이 주요 데이터를 생산·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R&D 기획체제를 민간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민간 중심의 R&D기획 협의체인 '(가칭)산업기술혁신2030 위원회(ITI2030 Committee)'를 구성해 정책방향, 어젠더를 제시하는 역할을 부여하자고 제언했다.

'국가 기술혁신 실패백서 구축'도 시급하다고 봤다. 미국, 독일처럼 연구수행 주체 성격에 따라 R&D 과제 재량권을 부여해 현재 90% 이상인 과제 성공률에 연연하지 않는 체제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술혁신 실패 경험을 지속 축적·활용할 수 있는 체계를 조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게임 체인지가 가능한 융합형 기술개발 과제 발굴·확산'도 주문했다.

산업계 "정권 바뀌어도 산업기술혁신정책 일관 돼야"

이종 기술간 융합을 통해 산업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혁신적인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범부처적으로 지원하고, 제품의 서비스화 혹은 제품과 서비스의 결합 등 'Servitization'을 추진해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을 이끄는 것이 골자다.

이와 함께 '기술사업화 촉진을 위한 지원체계 강화' '기업과 협력·상용화 중심으로 산업기술관련 출연(연) 역할 전환' 등을 주요 정책 과제로 제시했다.

사업화 이전단계에 집중된 R&D 지원사업을 과제 이후, 확대해 기술사업화를 촉진하자는 것이다. 또 공공 R&D 거버넌스를 기초·원천기술의 성과를 창출하는 영역과 산업 밀착형 기술개발을 추진하는 영역으로 개편하고, 산업지원 출연연은 민간기업 개발실적으로 평가받도록 연구과제중심제도(PBS)를 전환하고, 평가체계를 상용화, 성과중심으로 개선해 출연연 R&D역량이 기업의 혁신성장과 연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창환 산기협 부회장은 “승자독식의 새로운 경쟁 룰이 일반화되고 경쟁이 성능전에서 속도전으로, 폐쇄형에서 개방형으로 변화했다”면서 “성장 한계 국면을 돌파하기 위해서는 과감하면서 도전적인 산업기술혁신 패러다임 전환이 필수”라고 설명했다.

마 부회장은 “과거의 '나홀로' 혁신을 넘어 '함께 하는' 기술혁신을, '룰 테이커'에서 '룰 메이커'로의 체제전환을 통해 기존 주력산업을 잇는 새로운 먹거리를 발굴하고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마련해야한다”고 덧붙였다.

산기협은 10월 2일 창립 40주년 기념행사를 열고 국가발전과 산업경쟁력 강화를 위해 2030년까지 지향해야할 비전을 선포한다. '산업기술혁신 2030' 보고서를 배포하고 정부, 각계에 전달할 예정이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