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민 교수의 펀한 기술경영]<185>멧커프 경쟁 우위

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멧커프 법칙(Metcalfe's Law). 통신망이나 네트워크 가치는 사용자 수 제곱과 같다는 원칙이다. 정작 여기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공유성이나 호환성이 소비자 가치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면 뭐든 해당된다.

1998년 마이크로소프트(MS)는 독점 금지 소송을 당한다. MS 윈도가 PC 사용자들에게 유일한 운용체계(OS)는 아니지만 실제 선택을 제약했다고 주장됐다. 호환성 낮은 다른 OS가 주는 불편함을 소비자는 감당할 수가 없다. 그런 만큼 소비자가 치러야 하는 전환비용은 턱없이 높은 셈이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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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는 일관되게 부인했지만 시장 영향력은 기업에 바랄 만한 일이다. 다른 표현으로 불완전경쟁 시장이란 독점·과점·독점적 경쟁을 포괄한다. 그리고 이들엔 공통점이 있다. 이때 기업은 가격 프리미엄과 안정된 고객을 향유할 수 있다.

대개 간과하지만 멧커프 법칙은 놀라운 얘기다. 고객이 증가하면 가치는 그 제곱만큼 증가한다. 가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어느 선을 넘어서면 독점적이 된다.

통신망이나 아마존·이베이·쿠팡 같은 이커머스 기업, MS 윈도나 아래한글 같은 소프트웨어(SW) 기업은 이 전략의 달인이다. 실상 규모가 주는 우위는 모든 경쟁의 기초다. 설비가 커지면 생산성은 높아진다. 그만큼 가격으로 경쟁자를 밀어낼 수 있다. 낮은 가격은 진입장벽도 된다.

멧커프 법칙은 비슷한 듯 다르다. 규모 경제가 생산 규모로 경쟁한다면 멧커프 경쟁은 고객이 만드는 네트워크 효과로 경쟁한다. 둘 다 소비자는 선호한다. 단지 전자가 낮은 가격 탓이라면 후자는 고객이 향유하는 더 큰 효용 탓이다.

그럼 어떻게 기업은 이 멧커프 법칙을 활용할 수 있을까. 어떤 혁신으로 멧커프 공간을 열 수 있을까. 어도비(Adobe)를 살펴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어도비는 PDF 포맷 표준이다. 실상 PDF는 어도비의 '아크로바트 포터블 도큐먼트 포맷'이라는 SW 이름에서 왔다. 마치 질레트가 면도기, 후버가 진공청소기, 거버가 이유식 대명사인 것처럼 PDF와 어도비 아크로바트가 동의어인 셈이다.

전문가들이 말하는 아크로바트의 성공 요인은 여럿이다. 그러나 그 가운데 세 가지는 멧커프 우위 전략 그 자체다.

첫째 구글과는 아크로바트 문서가 검색, 즉 이른바 크롤링되게 했다. 이것으로 구글이란 플랫폼을 보완재로 확보한 셈이다. 둘째 프로그램을 공개했다. 결국 아크로바트 주변으로 다른 SW가 개발됐고. 이들 개발자들과 어도비는 윈윈할 수 있었다. 셋째 제3자 웹 사이트를 통해 배포했다. 여러 배포 채널을 통해 배포했고, 소비자는 손쉽게 내려 받을 수 있었다.

1519년 한여름날 페르디난드 마젤란과 함께 출항한 다섯 척의 함선 가운데 빅토리아호는 그 이름마냥 3년 후에 처음 출항한 안달루시아의 산루카르데바라메다 항으로 귀항한다. 이 항해로 지구는 둥글기도 하지만 대양은 모두 연결돼 있다는 점도 증명됐다.

그러나 혁신 공간은 실상 호수에 가깝다. 한곳의 혁신은 다른 곳엔 상상도 못한 것이기 일쑤다. 혹시 당신의 바다는 규모 우위에 익숙한가. 그렇다면 멧카프 우위를 한번 생각해 보라. 남들이 모르는 혁신 우위를 한번 생각해 보는 건 어떨까.

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jpark@konku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