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주형철 청와대 경제보좌관 "혁신조달을 혁신성장을 위한 마중물로"

“30여개 산업군에서 공통적으로 문제 제기한 것이 공공구매 최저가입찰과 혁신제품 진입장벽이었습니다. 혁신조달(혁신지향 공공조달)을 혁신성장을 위한 마중물로 활용하겠습니다.”

주형철 청와대 경제보좌관은 지난 3월 취임 후 7개월 여간 청와대와 산업현장 간 '핫라인' 역할에 집중했다. 기업 현장 목소리를 과감하게 청와대에 전달하는데 충실했다는 그는 혁신조달정책도 산업계 의견을 적극 수용했다고 강조했다. 시제품의 공공 시장 진출 기회, 혁신성 평가 기준, 수의 계약, 단계적 협의 계약 등 공공조달 프로세스 혁신이 산업계에서 적극 요구한 사안이다. 여기에 혁신상품 단가도 합리적 수준으로 입찰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요청했다.

주 보좌관은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정책 수요자인 기업과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 성과”라며 “최대한 속도감 있는 혁신조달을 추진해 내년에 반드시 혁신성장의 조기 성과를 이루겠다”고 밝혔다.

그의 '핫라인' 역할은 국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신남방·신북방 국가 핫라인 구축에도 연일 매진하고 있다. 다음주 인도 출장을 나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는 “아세안과 인도는 4강 위주 무역에만 치중해 있는 우리에게 매우 매력적인 시장”이라며 “인도 총리 산하 국가개조위원회와의 핫라인 구축으로 미래협력 사업을 발굴해 인도 시장을 획기적으로 개척하겠다”고 말했다. 미래차, 핀테크, 5G, 인공지능(AI) 등 우리의 8대 미래산업을 이들 시장과 짝 짓는데 주력한다.

주 보좌관은 “일은 '해야 할 일'과 '되는 일'로 구분 지을 수 있다”며 “지금의 혁신조달 정책과 신남방 국가들과의 미래 사업 협력은 '되는 일'로 보면 된다”며 성과를 확신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대담=이호준 정치정책부장

주형철 경제보좌관 <사진 김동욱 기자>
주형철 경제보좌관 <사진 김동욱 기자>

-혁신조달을 통한 기대효과를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는가. 혁신조달을 공공서비스 질 향상뿐 아니라 혁신성장 지원으로 이어가기 위한 복안도 있는가.

▲공공기관은 기존 레퍼런스가 없으면 우수 신제품이 나와도 구매하지 못한다. 즉, 기술창업 기업이 혁신제품을 개발해도 기존 구매처가 없으면 공공부문에 팔 수 없다는 의미다. 이로 인해 공공 차원에서 혁신 제품이나 서비스를 적극 도입하지 않으면서 공공서비스를 도전적으로 업그레이드하기 힘들어진다. 그간 우리의 공공조달은 예산절감과 효율성 제고에만 초점이 맞춰졌다. 검증된 제품에 대한 판로보장 중심으로 운영됐기 때문에 기술혁신 촉진에는 미흡한 점이 있었다. 이번에 추진하는 혁신조달 정책의 근원적 목표는 혁신적인 공공 서비스를 만드는 것이고 또 하나는 스타트업, 혁신 서비스 산업 등 창업벤처기업을 돕기 위한 것이다.

-정부 차원에서 집중적으로 혁신조달을 도입하고자 하는 분야가 있는가.

▲1차적으로 공공서비스 혁신을 목표로 하고 있는 만큼 복지·환경·안전·치안·행정서비스 등 국민생활과 밀접한 5대 분야가 우선이다. 이들 분야에서 집중적으로 도전적 과제를 발굴해 보려 한다. 차세대 전자정부시스템, 공공빅데이터 등을 우선 검토할 계획이다. 그리고 국가 연구개발(R&D) 지원을 받아 개발한 신기술·제품 중에서도 혁신조달 구매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려 한다.

또 혁신 제품이 보다 자유롭게 거래될 수 있도록 '열린 장터' 형태의 혁신조달 플랫폼 구축도 추진 중이다. 플랫폼이 성공하려면 수요 기관의 구매 담당자들이 도전적이고 혁신적 공공 수요를 제기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기업들 역시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하며 상호 네트워킹을 강화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플랫폼이 이러한 수요·공급 기간 간 연결 사다리 역할을 해 줄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다른 나라에서도 혁신조달 정책이 활발히 시행되고 있는가.

▲미국, 캐나다, 유럽연합(EU), 일본, 필란드 등을 사례로 들 수 있다. 핀란드는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공공조달 구매 목표를 기존 5%에서 10%로 상향했다. 이것은 어마어마한 규모다. 캐나다의 경우 상용화되지 않은 혁신제품·서비스를 연방조달청(PSPC)이 우선 구매하고, 정부기관이 테스트에 참여해 제품 상업화를 지원하고 있다. 연간 600여개의 기업이 신청한다. 이 가운데 80% 프로젝트의 상용화에 성공했다.

-'혁신성'이라는 개념 자체가 정성적인 평가 비중이 클 수밖에 없다. 어떤 기준으로 혁신성을 평가하나.

▲혁신을 계량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쉽지 않다. 관련 전문가들의 지혜들을 모아서 판단해야 한다. 혁신제품 선정에 대한 객관성·신뢰성 확보가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긴 하다. 그래서 기술혁신에 국한하지 않고, 혁신조달의 목표를 공공수요의 해결을 통한 서비스 개선 등을 고려해 혁신성을 평가한다. 즉 혁신성, 시장성, 공공성, 사회적 가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한다. 특히 혁신성은 기존에 없던 새로운 제품·서비스인지, 월등하게 향상을 이끌어 내는 혁신기술이 적용되었는지, 신제품의 사업화 실현 가능성 등이 얼마나 있는지를 평가항목에 담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공무원들의 의지가 아닐까 싶다.

▲혁신조달 행정의 안착을 위해서는 현장 구매 담당 공무원에 대한 징계 면책과 인센티브 강화를 위한 제도적 기반이 동시에 마련돼야 한다. 선례가 없는 조달행정에서 사전컨설팅 제도를 적극 활용한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면책을 해주는 제도를 도입한다. 또 혁신조달 우수사례에 대해서는 기관평가에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우수기관과 개인에 대한 포상도 실시할 계획이다. 가능하면 조달법 개정안이 통과되기를 희망하지만, 법이 통과되지 않더라도 공무원의 '적극 행정'을 통해서도 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의지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속도'다. 내년에 일정 영역에 대해 시범 사업해보고 추후 확대 적용해도 되지만, 보다 적극적으로 속도를 내서 성과를 창출해 보려 한다. 내년 공공조달 시장에 바로 적용하게 되면 기업과 국민도 성과를 체감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주형철 경제보좌관 <사진 김동욱 기자>
주형철 경제보좌관 <사진 김동욱 기자>

-혁신조달 정책 외에 최근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업무는 무엇인가.

▲다음날 국내에서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가 열린다. 아세안 10개국 정상이 모두 참석한다. 우리나라가 이들 국가와 미래지향적인 관계로 발전하는데 획기적인 이정표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특히 세계 5위권 경제규모인 아세안과의 자유무역협정(FTA) 확대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들 가운데 싱가포르와 베트남만 FTA가 체결돼 있는데 이번에 필리핀,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3개국과 양자 FTA 체결을 추가하려 한다. 협상이 타결되면 바로 발표할 수 있지만, 협상이라는 것이 시간에 쫓겨서 할 수는 없는 일이다. 협상을 잘 하는 게 국익에 더 좋은 것인 만큼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계기를 기반으로 좋은 성과를 내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최근 많은 경제학자들이 1년 내 대형 위기나 디플레이션 발생 우려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디플레이션을 걱정할 단계는 아니다. 상세하게 보면 명확하다. 물가 상승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농수산물과 유가 하락이 워낙 컸기 때문이다. 이것은 일시적이다. 그리고 고교 무상교육, 무상급식 확대, 건강보험적용 확대 등도 영향을 미쳤다. 때문에 이것을 디플레이션이라고 생각할 것은 아니라고 본다. 또한 전체적으로 교역이 많이 줄어서 성장률이 떨어졌는데, 그것을 기반으로 '심각한 대형 경제위기'라 하는 것도 너무 지나친 해석이다.

확장적 재정 정책을 펼쳐야 하는 적기라고 본다. 경제학자 누구에게 물어봐도 이에 대해선 공감할 것이라고 본다. 다만 재정을 기업 지원에 많이 하느냐, 아니면 사회 안전망을 강화해야 하냐를 두고 의견이 갈릴 수 있다. 청와대와 정부는 내년에도 경제 활력을 높이는데 예산을 많이 투입하려 한다.

-내년 경제 전망은 어떤가.

▲경제적인 측면에서 보면 분명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때문에 세계 경제가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단정지어 얘기할 수도 없다. 불확실성이 존재하긴 하지만 나름 우리 경제는 튼튼하다고 자부한다. 그만큼 촘촘히 관리가 잘 되고 있다.

경기 순환 사이클을 보더라도 조만간 경기저점을 찍고 오르는 추세가 될 것으로 본다. 과거 우리나라의 평균 수축기간은 18개월이었다. 2017년 9월을 고점으로 많이들 보고 있다. 그것이 맞다면 이제 오르는 시점이 왔고 늦어도 내년 초쯤에는 기술적 반응 시점이 올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세계적으로 디지털 경제가 가속화되고 있다. 그렇다면 그만큼 반도체 수요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미중 무역 분쟁 등으로 글로벌 변수가 있지만 내년 초 부터는 좋아질 것으로 본다.

주형철 경제보좌관 <사진 김동욱 기자>
주형철 경제보좌관 <사진 김동욱 기자>

정리=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

○주형철 경제보좌관은…

기업인 출신 정보기술(IT) 전문가로 지난 3월 청와대 경제보좌관으로 깜짝 발탁됐다. 네이트·싸이월드를 운영하는 SK커뮤니케이션즈 대표, 네이버가 설립한 소프트웨어산업 전문인재 양성기관인 NHN NEXT 교수, 서울산업진흥원 대표, 한국벤처투자 대표 등을 지냈다.

현 정부 들어 부활한 '경제보좌관' 직제는 사실상 거시경제쪽 운용 방향 설정과 점검 등을 주로 담당하는 자리다. 주 보좌관은 거시경제 보다는 현장에 밝은 실물경제 전문가에 가깝다. 문재인 정부 실물경제정책 가운데 혁신성장에 대한 컨트롤타워 부재 비판이 제기되자 현장 경험이 풍부한 기업인 출신 주 보좌관이 기용된 것으로 보인다.

주 보좌관은 최근 경제 활력 제고에 초점을 두고 있는 문 대통령의 국정 의지를 뒷받침하는데 주력했다. 취임 이후 7개월여 동안 산업별 기업인과 소통 간담회를 30여차례 가졌다. 다양한 산업군의 대기업, 중소·벤처기업인을 만나 기업의 가려운 곳을 찾아 청와대 곳곳에 가감 없이 보고했다.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지만 그간 산업계 애로사항으로 수백건이 주 보좌관을 통해 청와대에 전달됐고, 이 중 30% 이상이 개선됐다. 주 보좌관의 전문 분야인 콘텐츠 산업 관련 내용은 '콘텐츠 산업 3대 혁신전략'으로 탄생했다. 육상 풍력 활성화대책, 스마트 시티, 스마트 팩토리 등에도 기업 의견이 다수 반영됐다. 최근 인터넷 분야 국내 기업 역차별 문제에 대해서도 세심하게 들여다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