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명의 사이버펀치]<135>본질에 충실한 교육개혁인가?

[정태명의 사이버펀치]<135>본질에 충실한 교육개혁인가?

대학 입시를 위해 유명 강사에게 과외를 받고 대학생에게 보조 학습을 하던 부유층 자녀가 명문 대학에 입학하던 시절이 있었다. 아는 문제가 출제되면 합격되는 시험운도 작용했다. 이를 폐단으로 여기고 무시험 전형과 특수목적고·자립형사립고 정책을 강력 추진한 김대중 정부의 정책이 위협받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가족의 편법 의혹 입시 사태가 불거지자 정시 확대와 특목·자사고 폐지 정책을 들고 나왔기 때문이다. 계속 뒤집어지는 교육정책으로 국민은 혼란스럽다.

[정태명의 사이버펀치]<135>본질에 충실한 교육개혁인가?

교육 개혁은 학생 중심에서 출발해야 한다. 사실상 박정희 정부의 고교입시 폐지, 전두환 정부의 과외 금지, 김대중 정부의 무시험 전형, 노무현 정부의 교육 공공성 강화 등 학생 문제보다 사회 문제 해결 방식으로 교육 개혁을 논한 사례는 무수히 많다. 정부가 추진하는 교육 개혁 중심이 학생인지 묻고 싶다. 당면한 문제 해결에 급급한 리더십보다 교육 개혁 본질에 충실한 정책이 필요하다.

법·제도로 교육을 개혁할 수 있다는 망상은 버려야 한다. 교육은 특성이 다양하고 복잡한 생명체이기 때문에 단순히 법·제도를 동원해서 교육 정의를 완성할 수 없기 때문이다. 조국 전 장관의 자녀처럼 편법 스펙 쌓기로 진학하는 입시생은 극소수다. 오히려 입시제도의 그릇된 개혁은 충실히 스펙을 준비하는 대부분의 고등학생을 호도할 뿐이다. 수학능력시험 강화로 족집게 과외 등 사교육이 활성화될 우려도 있다. 아직은 정착하지 못한 입학사정관제도를 강화해 편법과 부정을 색출하고 엄단하는 길이 공정 입시를 담보하는 최선의 방법이다.

고교 서열화가 국가 발전에 암으로 작용하는 요소임은 틀림없지만 특목고의 일반고 전환이 문제를 해결한다는 생각은 위험하다. 특목고 설립 취지를 벗어난 의대와 법대 쏠림 현상이 문제라면 학교 설립 목적과 어긋난 학교의 정부 지원을 대폭 삭감하면 된다. 예를 들어 과학고는 순수 과학계 진출자와 성공한 동문 과학자를 배출한 실적으로 지원하는 방식이 대안일 수 있다.

학생부종합전형과 논술의 흠결을 최소화하려면 다양한 평가 요소를 입시에 적용해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다. 모든 평가 요소는 공교육 중심으로 이뤄져야 하고, 흠결을 만드는 편법 행위는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엄벌해야 한다. 신뢰를 쌓지 못하면 어떤 제도를 시행해도 성공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입시 소모전은 감소될 것이다. 입시생보다 대학 모집 인원 수가 많아져서 누구나 원하면 대학에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세칭 일류 대학에 입학하기 위한 준비는 학교 중심으로 이뤄져야 한다. 이를 위해 사교육과 공교육 협력 및 공유가 절실하다. 유능한 학원강사가 학교 강의에 참여하고, 교사는 학생을 돌보는 본연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사교육의 장점을 학교가 흡수하는 혁신과 함께 학교생활 평가가 우선돼야 한다.

[정태명의 사이버펀치]<135>본질에 충실한 교육개혁인가?

국가 교육은 모든 국민이 사회생활을 할 수 있는 기본 역량을 갖추도록 할 기회를 제공하는 동시에 탁월한 인재 양성에도 힘을 기울여야 한다. 국민교육은 원만한 사회생활을 위한 문자해독·기본셈법·사회질서와 윤리 등을 교육하도록 정부가 100% 지원하고, 영재교육을 강화해 인재를 집중 양성해야 한다.

교육은 시대와 사회 흐름에 따라 교육 체계·방식·내용이 끊임없이 진화한다. 정부는 주도하기보다 학교 스스로 변화하고 발전할 수 있도록 인내 및 지원을 해야 한다. 학교가 중심이 돼 국민의 기본 역량을 훈련시키고, 미래를 이끌어 갈 동량을 양성하는 본연의 임무를 다할 수 있을 때 국가의 내일은 밝다.

정태명 성균관대 소프트웨어학과 교수 tmchung@skku.ed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