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온고지신]기관 간 협력으로 정보보호 힘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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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교일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책임연구원
<정교일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책임연구원>

3차 산업혁명으로 지금은 참으로 편리한 디지털 세상이 됐다. 24시간 은행에 가지 않아도 송금이 되고 지갑에 현금이 없어도 휴대전화로 결제도 된다. 하지만 이러한 정보화 혁명의 이면에는 금융사기가 생기고 해킹에 의한 피해, 금품을 요구하는 랜섬웨어 등 생기면 안 될 부산물도 생겼다. 편리하게 지내려고 만든 기술이 오히려 좋지 않은 목적으로 탈바꿈해 우리 생활을 어렵게 만드는 주객전도(主客顚倒) 형국이다.

이처럼 내 손안 휴대폰은 또 하나의 공격 대상이 됐다. 물론 기업이나 정부를 대상으로 사이버 공격도 끊이지 않는다. 심지어 국가 간에도 사이버 피해가 일어나고 있다. 세계의 많은 해커 그룹에게 우리나라는 세계 6번째 공격 대상 국가라고 한다.

시나브로 다가온 '4차 산업혁명'이라는 단어는 우리에게 어떻게 보면 식상한 이야기가 됐다. 생활 곳곳에서 우리는 새로운 혁명의 물결을 마주한다. 4차 산업혁명 특성인 초지능화와 초연결성은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 빅데이터, 모바일로 대변되는 'ICBM' 기반 정보통신기술(ICT)과 인공지능(AI)으로 모든 사물과 인간을 연결해 더욱 지능화된 사회로 변화시키고 있다. 앞으로 우리와 함께할 무인자율자동차와 지능형 로봇, 스마트시티는 우리네 생활을 더 풍요롭게 만들어 줄 것으로 믿고 있다.

반면에 AI기술은 해커에 적용돼 공격무기로 점차 변신하고 있다. 많은 전문가들은 개인정보 유출, 이에 따른 불법 개인정보 거래, 사회 인프라 마비와 안전 위협 등 지금까지 나타난 현상보다 더 복잡하고 규모가 큰 위협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한다.

단순하게 보면 앞서 제시한 무인자율주행차를 해킹해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이동시키거나 갑자기 멈춰 탑승자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다. 가정에서 사용하는 지능형 로봇도 해킹해 가족 일상을 일거수일투족 지켜볼 수 있다. 이로써 인간을 이롭게 하고자 만든 최첨단 기술이 각종 사회 기반시설을 공격해 오히려 혼란에 빠트릴 수도 있다.

이와 같은 위협과 공격은 현재 기술과 수준으로 효과적인 대응이 가능할까. 수많은 개인정보를 노출 시키지 않으면서 안전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고, 각종 해킹에 대해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으며, 통신·교통 등 편리한 생활을 유지할 수 있으면 좋겠다. 대응을 위해선 블록체인, 분산ID(DID), 양자암호 등과 같은 새롭게 등장한 핵심원천기술을 부지런히 연구해야 한다. 예상되는 위협을 AI 기반으로 예측해 사이버 안전에 노력해야 하고, 설사 사고 이후라도 AI 기반으로 분석해 새로운 위협에 지속 대응해야 할 것이다. 이제는 부품이나 칩 단계에서부터 서비스 수준까지 총체적 분석과 대응이 시스템적으로 요구된다.

사이버 위협은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기 때문에 외국과의 협력 체계를 긴밀히 유지하고 구축해야 한다. 사이버 안보와 관련된 정보는 산·학·연·관이 힘을 똘똘 뭉쳐 기술과 대응 체계를 공유하고, 분석해 동일하거나 유사한 피해를 줄이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 일관된 힘으로 함께 정보보호 대응에 시너지를 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제 안전한 사회 구현에 필요한 정보보호는 단순한 보험 성격에서 벗어나야 할 것이다. 그리고 보다 더 유기적인 기관 간 협력을 이끌어 내 국민이 체감하는 안전하고 편리한 지능화 사회 구축에 힘써야 한다. 이처럼 새로운 기술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효과적 대응책 마련은 4차 산업혁명 연착륙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이로써 국민들은 안전하고 편리한 ICT를 사용해 비로소 새로운 네 번째 파고를 실감하며 삶의 질이 높아질 것이다.

정교일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책임연구원 kyoil@etr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