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민 교수의 펀한 기술경영]<193>버킷 리스트 다루기

글자 작게 글자 크게 인쇄하기

버킷 리스트. '내가 진정 바라는 것들'이란 의미다. 죽기 전에 꼭 해봐야 하는 일들이란 의미로도 쓰인다. 실상 이만큼 알려진 데는 한 할리우드 영화가 있다.

2007년에 개봉된 동명의 이 영화는 두 노인 얘기다. 사업가 에드워드와 정비공 카터가 병실에서 만난다. 에드워드는 성공은 했지만 이혼 후 딸과도 연락을 끊은 처지다. 카터는 평생 가족을 위해 살았다. 의기투합한 두 사람은 버킷 리스트를 채우러 떠난다. 그러나 도중에 카트는 세상을 떠난다. 카트의 마지막 조언에 에드워드는 딸을 찾아가고, 거기서 손녀의 볼에 입을 맞춘다. 그리고 자신이 그동안 못 채운 '세상 최고 미녀와 뽀뽀하기'를 방금 채웠음을 깨닫는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모든 기업에도 버킷 리스트가 있다. 기업마다 다를 테지만 지속 성장은 빠지지 않을 것이다. 물론 손에 잡기란 쉽지 않다. 클레이턴 크리스텐슨 미국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에게도 오래된 질문이다. 성장 전략엔 어떤 기준이 있을까. 다섯 가지를 생각해 보자고 답한다.

첫째 기존 제품에서 소외된 소비자가 많은가였다. 가격이 비싼 탓에 엄두를 못내는 소비자가 많다면 여기에 해당한다. 둘째 기업 전략의 비대칭성이라 불린다. 만일 경쟁 기업들이 놓치거나 간과한 시장을 찾아냈다면 여기에 해당한다. 셋째 성능을 높이되 가격을 낮출 수 있는가다. 일단 경쟁이 시작되면 성장과 수익성에 관건이 된다. 넷째 소비자에게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제안인지이며, 다섯째는 기존 기업들이 쉽게 모방하거나 따라잡을 수 있는가다. 기술이든 유통망이든 모방하기 어려운 뭔가 갖고 있다면 긍정인 셈이다.

이렇게 본 성장 가능성은 상식이 말하는 것과 조금 다른 결론을 내기도 한다. 테슬라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 혁신에선 어느 누구에게도 뒤질 것 같지 않다. 2013년 모델S는 소비자 전문지 컨슈머리포트의 미국 최고 자동차로 선정됐다. 잡지 역사 이래 99점이란 최고 점수를 줬다.

어쩔 수 없지만 가격은 10만달러에 육박했다. 어찌 보면 고가 전략으로 시작한 셈이었다. 관건은 가격이었다. 올 상반기에 미국 전기차 판매 1위는 테슬라의 모델3이 차지했다. 모델3은 4만달러대다. 지금 전기차 판매 5위 안에 테슬라가 3개를 차지한다.

반면에 정반대 사례도 있다. 미국 미네소타에는 폴라리스 자동차라는 기업이 있었다. 전기 스노모빌을 만들었다. 2011년 크라이슬러의 '글로벌 전기모터카'라는 소규모 사업부 하나를 인수한다. 여기선 이른바 '동네용 전기차'를 다루던 곳이었다.

NEV라 불리는 전기차는 뭐로 보나 그렇고 그런 제품이다. 속도는 35마일 정도에 주행 거리도 변변찮다. 이 기업의 전략은 테슬라와 정반대다. 보잘 것 없지만 NEV에 여태껏 없는 기능과 성능을 붙이면 수요는 얼마든 있어 보인다는 것이다. 버킷 리스트는 같되 순서는 정반대인 셈이다.

어느 항공사의 유명한 광고 스크립트 가운데 '어디까지 가 봤니'란 것이 있다. 광고는 세계 이곳저곳을 소개한다. 주로 잘 알려진 곳이 아니다. 물론 대개 그 항공사의 취항 루트를 염두에 둔 곳들이다.

테슬라나 폴라리스는 너무 다른 기업이다. 그러나 버킷 리스트만은 비슷한 모양이다. 만일 우리가 다른 점이 있다면 뭘까. 혹 버킷 리스트에 무얼 채워 두었나는 것 아닐까. 우리 버킷 리스트엔 무엇이 들어 있나. 우리는 어디까지 가 봤나.

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jpark@konku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