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호의 창업 실전강의]<94>투자자에게 회사 정보를 얼마나 공개해야 하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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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는 자신의 경영 현황을 외부에 속속들이 공개하고 싶지 않을 유인이 많다. 특히 많은 부분에서 아직 견실하지 못한 스타트업 최고경영자(CEO)는 더더욱 그러할 것이다. 이 때문에 기존 기업들은 법적으로 공시제도를 통해 기업 내부 정보들을 외부에 의무적으로 공개토록 돼 있으며, 스타트업 기업 역시 투자자들에게 정례적으로 보고를 해야 할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많은 CEO는 외부 공시를 그다지 달가워하지 않는다.

실제로 CEO 내지 최고재무관리자(CFO)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보면, 공시제도를 준수하는 것이 가장 번거롭고 어려운 일이라는 응답이 많다. 상장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기업의 경우에는 공시제도의 여러 강제성 있는 규정들로 인한 불편함이 공시제도로 인한 혜택보다 크다고 말한다. 이럴 줄 알았으면 차라리 상장하지 않았을 거라며 어려움을 토로하는 경우도 있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 역시 공시제도에 대한 인적 물적 대응력을 충분히 갖추었음에도 불구하고 공시제도에 대한 불만은 여전한 상황이다.

국내 분위기와는 달리 해외 기업들 중에는 자발적으로 투자자에게 회사 내부 상황에 대해 세부적인 내용을 공유하는 기업도 많다. 원래 공시제도는 투자자 등이 자유롭게 판단하고 투자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해 주주와 투자자를 보호하고 증권시장 효율성을 높이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이 때문에 공시제도는 기업 입장에서도 적지 않은 순기능을 가져다 줄 수 있다. 기업 내부 상황도 모른 채 선뜻 투자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러한 상황에서 공시제도는 기업 내부 상황을 외부에 전달해 줌으로써 기업 입장에서는 외부 투자자를 원활히 모집할 수 있는 중요한 기반인 셈이다. 이 때문에 해외의 경우에는 법적으로 강제하고 있는 공시 내용 이외에도 해당 회사가 자발적으로 투자자들이 필요하다 판단되는 다양한 정보를 업로드 하는 경우도 많다.

대표적으로 슈퍼컴퓨터 제작부터 컨설팅 서비스 업무까지 다양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IBM의 경우에는 영업이익 내지 재무적 성과를 단순 합산해 공시하는 것은 투자자들에게는 무의미하다 판단했다. 이에 IBM은 공시 내용을 사업부보다 한 단계 더 아래로 내려 프로젝트별로 재무적 성과가 어떻게 달라지고 있는지를 지속적으로 공시해 투자자들이 보다 면밀하게 자신들의 경영 현황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고 있다.

유럽뿐만 아니라 아시아, 아프리카, 북미, 남미 등 전 세계를 대상으로 가공 식품을 공급하는 네슬레의 경우 경영 성과를 보다 면밀히 전망하기 위해서는 지역별로 판매 추이와 영업이익 변화 자료가 필요하다 결론냈다. 지금의 성과가 점차 급부상하고 있는 지역을 대상으로 한 성과인지 점차 쇠퇴하고 있는 지역에서 거둔 성과인지에 따라 해당 재무적 성과에 대한 평가는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실에 주목한 네슬레는 자신들의 공시 내용을 제품뿐만 아니라 지역별 시장 단위로 구분해 공개하고 있다.

이상에서 열거한 기업들은 자발적으로 상세한 공시 정보를 제공해 투자자들로 하여금 높은 신뢰도를 받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사례는 극히 일부다. 대부분 기업들은 회사의 경영 상황에 대한 상세한 정보 공개를 꺼린다. 물론 공시 과정에서 경쟁업체들에 회사의 중요 정보가 유출될 것을 걱정하는 나름의 타당한 이유도 있지만 대부분은 객관적이고 정밀한 정보가 공개될 경우 자신의 경영 활동을 스스로 옥죄는 유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다음 연도 매출 목표치를 구체적인 수치로 제공할 경우 해당 자료가 차후에 자신의 경영 성과 평가 과정에서 커다란 무게감으로 고스란히 전달될 것이다. 또 제품 원가 내지 판매관리 부분의 세부적인 정보를 제공하면 주주 내지 잠정적인 투자자들로 하여금 경영 효율화 내지 합리화에 대한 세세한 지적을 받을 수 있다.

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
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

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 aijen@mj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