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희망 프로젝트]<642>국회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

[대한민국 희망 프로젝트]<642>국회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
[대한민국 희망 프로젝트]<642>국회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
지난 연말 국회에서 자유한국당 의원 항의 속에 패스트트랙 법안이 처리됐다. 연합뉴스
지난 연말 국회에서 자유한국당 의원 항의 속에 패스트트랙 법안이 처리됐다. 연합뉴스

최근 TV 화면이나 신문지면, 인터넷 등을 통해 '패스트트랙'이라는 말을 많이 들었을 겁니다. 국회의원들이 고성을 지르며 몸싸움까지 벌이는 장면과 함께 말이죠.

선거법, 공수처법, 검경수사권조정, 유치원 3법 등 한번쯤은 들어봄직한 이러한 법안은 모두 패스트트랙 법안입니다. 말 그대로 '패스트(빠른)' '트랙(방법)'으로 법안을 처리한다는 뜻이죠. 다른 일반 법안과 달리 특별한 방법으로 처리해야 하는 시급한 법안입니다.

사실 패스트트랙은 2012년 개정된 국회법, 이른바 '국회선진화법'을 뜻합니다. 더 구체적으론 국회선진화법상 신속처리안건입니다. 부르기 편하게 패스트트랙이라는 용어를 쓰는 것이지요. 국회는 왜 신속처리안건을 만들었는지. 절차와 의미는 무엇인지 알아봅니다.

Q:패스트트랙은 무엇인가요

A:국회법에 규정된 신속처리안건을 말합니다. 정확하게는 2012년 5월 여야 합의로 개정된 국회법에 포함됐습니다. 이를 당시 개정된 국회법을 국회선진화법이라고 부릅니다. 국회선진화법, 그리고 신속처리안건을 이해하려면 국회에서 법률이 만들어지고 의결되는 과정을 알아야 합니다.

우리나라는 입법부인 국회와 행정부인 정부가 법률안을 발의할 수 있습니다. 국회의원 300명은 개개인이 하나의 입법기관입니다. 정부 역시 부처가 각각 법률안을 낼 수 있죠. 법률안이 발의되면 국회 내 상임위원회에 보내집니다. 국회의원 10~30명이 모인 상임위원회가 법률안을 논의합니다. 상임위를 통과하면 법제사법위원회로 넘어가 법률안이 헌법에 위배되는지, 형식에 맞는지 등을 심사(체계·자구심사)받습니다. 마지막으로 본회의로 올라가 투표로 의결합니다. 국회를 통과하면 대통령에게 보내지고 대통령은 법률안을 법률로서 공포합니다. 국민에게 실제 영향을 미치는 것이지요.

국회에서의 법률안 의결 과정은 원칙적으로 모두 다수결로 진행됩니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발생됩니다. 상임위건, 법사위건, 본회의건 과반 이상을 차지하는 정당이나 세력이 있다면 어떤 법률안이든 모두 통과시킬 수 있습니다. 악법이라도 과반 이하인 정당이나 세력이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습니다. 그렇다보니 다수가 아닌 소수 세력은 법률안 의결 과정에서 소위 '몸'으로 막아서는 행동을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물리국회' '동물국회'로 불리는 물리적 충돌이 일어납니다. 모두 다수결에 의한 결정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생겨나는 일입니다.

Q:패스트트랙은 물리적 충돌을 저지하려고 생긴 건가요?

A:맞습니다. 국회선진화법은 '날치기' '물리충돌' 없는 선진 국회와 정치 문화를 만들고자 개정됐습니다. 핵심은 법률안을 국회의장이 직권으로 본회의에 상정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국회선진화법에 따라 국회의장은 교섭단체 대표의원(원내대표)와 협의해 법률안의 심사기간을 지정할 수 있습니다. 소관 위원회가 기한 동안 법률안의 심사를 마치지 못하면 국회의장은 법률안을 다른 위원회로 넘기거나 본회의에 부의할 수 있게 됩니다.

지난 연말 국회를 통과한 공직선거법 일부개정법률안,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도 이러한 과정을 통해 국회를 통과했습니다. 다수결의 원칙을 존중하라는 의미죠.

Q:그럼에도 다툼이 계속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A:소수의견이 무시됐다는 이유입니다. 국회선진화법은 다수결의 원칙이 존중되지 않고 물리적 충돌이 일어나는 것을 막고자 한 고육지책인데, 여전히 상황은 다르지 않습니다. 이유는 국회를 비롯한 정치권에서 협치가 실종됐기 때문입니다.

국회는 민의(民意)의 전당입니다. 민의란 국민의 뜻이라는 한자어죠. 우리나라는 국민 한명 한명이 모두 정치에 참여할 수 없으니 국민의 대표를 뽑아 국회로 보냅니다. 국회의원은 국민의 뜻, 즉 민의에 따라 법을 만들거나 수정하는 일을 하죠. 이 일은 직간접적으로 국민 생활에 영향을 줍니다.

사람들은 개개인마다 특성을 갖습니다. 모두 같은 생각, 같은 고민, 같은 분노를 느끼진 않죠. 그런 국민을 대표하다보니 국회는 항상 시끄럽습니다. 민주주의를 택한 모든 나라의 공통점이죠. 이 때문에 국회에선 싸움이 끝이지 않습니다. 갈등과 진통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입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협치(協治)'라는 말이 나옵니다. 상대와 싸우면서도(물리적으로 싸운다는 뜻이 아닙니다) 협상을 벌이고 가장 좋은 방안으로 타협하는 것이지요.

이러한 협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나의 주장과 상대의 주장이 끝도 없이 평행선을 달린다면? 민주주의 다수결 원칙을 따라 투표를 하게 됩니다. 대화와 타협, 협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다수결의 원칙에 따라 법률안을 처리할 수밖에 없는 것이지요.

Q:'살라미 국회'는 무엇인가요.

A:필리버스터는 무제한 토론에 의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를 뜻합니다. 의회 운영 절차의 한 형태죠. 대개 소수의견을 가진 국회의원이 다수의 법률안 의결을 방해하기 위해 진행합니다. 본회의장에서 장시간 토론을 벌이면서 표결, 다수결로 법률안을 통과시키는 것을 막아서는 행위입니다. 패스트트랙인 선거법과 공수처법 표결을 막기 위해 자유한국당이 사용했습니다. 이전에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도 진행했었죠. 소수의견을 가진 자가 필리버스터를 할 경우 법률안 표결에 시간이 더 걸릴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나온 것이 이른바 '살라미 임시국회'입니다. 말린 햄을 얇게 자른 것을 살라미라고 부르는데, 이것처럼 임시국회를 짧은 기간 진행하고 다시 새로운 임시국회를 여는 방안을 일컫습니다.

살라미 임시국회 전략(?)은 한국당의 필리버스터에 대응하기 위한 민주당의 방편이었습니다. 국회법상 필리버스터를 진행한 법률안은 다음 회기 때 즉시 표결됩니다. 3일전에 임시국회 소집요구를 할 수 있는 점을 이용해 3~4일에 한 번씩 임시국회를 열면 필리버스터로 인한 법률안 표결 지연책을 해결할 수 있죠. 지난 연말 여야간 고성과 몸싸움이 벌어졌던 이유기도 합니다.

Q:국회에서 여야 간 충돌을 막을 방법이 있을까요?

A:사실 정답은 없습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국회를 구성하는 각 정당이나 세력이 다수의견을 인정하고 소수의견을 존중하는 문화가 정착돼야지요. 그러기 위해선 '싸울 때 싸우더라도 품격 있게 싸우는' 협치 정신이 우리 정치권에 안착돼야 합니다.

주최:전자신문 후원:교육부·한국교육학술정보원

[대한민국 희망 프로젝트]<642>국회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

◇'민주주의를 만든 생각들(마키아벨리에서 아렌트까지, 근현대 편)' 구민정, 권재원 지음. 휴머니스트 펴냄

이화여대 사범대학 사회생활과를 나와 20년째 중학교에서 사회를 가르치고 있는 저자 구민정이 사회교사의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청소년뿐 아니라 정치 특히 민주주의에 관심 있는 독자들이 놓치기 아까운 15편의 고전을 소개한다.

근현대 편에서는 마키아벨리, 홉스, 루소 등 근대 민주주의를 연 사상가들의 생각과 토크빌, 마르크스, 아렌트 등 근대 이후 민주주의의 발전에 중요한 아이디어를 제공한 사상가들의 생각을 만난다.

대표적인 정치 사상가의 저작에서 민주주의 사상과 관련하여 눈여겨봐야 할 중요한 대목을 요약했다. 이해에 필요한 해설을 중간중간에 삽입했다.

[대한민국 희망 프로젝트]<642>국회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 스티븐 레비츠키, 대니얼 지블랫 지음. 어크로스 펴냄

민주주의 연구의 권위자인 두 저자는 독재자가 될 가능성이 다분한 극단주의 포퓰리스트들이 어떤 조건에서 선출되는지, 선출된 독재자들이 어떻게 합법적으로 민주주의를 파괴하는지 세계 여러 나라의 사례를 통해 생생하게 보여준다.

두 저자는 전 세계 많은 나라에서 민주주의가 매우 유사한 패턴으로 무너졌음을 발견한다. 그들은 그 패턴 속에서 '후보를 가려내는 역할을 내던진 정당' '경쟁자를 적으로 간주하는 정치인' '언론을 공격하는 선출된 지도자' 등 민주주의 붕괴 조짐을 알리는 명백한 신호들을 찾아냈다. 결과적으로 민주주의를 지키는 건 헌법 같은 '제도'가 아니라 상호관용이나 제도적 자제와 같은 '규범'임을 이야기한다.

안영국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