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4·15총선 새로운 인물로 이미지 쇄신…각 당 인재영입 성공전략은

[이슈분석]4·15총선 새로운 인물로 이미지 쇄신…각 당 인재영입 성공전략은

정치의 중심은 '사람'이다. 선거철이 되면 흔히 당보고 뽑는다는 얘기가 나오지만, 정당 입장에서는 소속 당원들의 말과 행동에 희비가 엇갈린다. 때로는 예상치 못한 막말에 당 이미지가 훼손되기도 하지만 때로는 감춰진 미담이 알려지면서 지지율이 상승하는 경우도 있다. 당의 명운이 걸린 총선 시기가 오면 '사람'의 중요성은 더 커진다. 4·15 총선이 90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각 당의 인재영입전도 속도를 더해가고 있다.

[이슈분석]4·15총선 새로운 인물로 이미지 쇄신…각 당 인재영입 성공전략은

◇21대 총선 인재, 20·30·40세대 주목

21대 총선 영입인재 방향은 '청년'으로 모아진다. 20대부터 40대 중반까지를 아우르는 '20·30·40'은 각 정당이 매번 강조하는 총선 단골 키워드로 자리 잡았다. 고위층과 기득권층의 편법과 세습, 커지는 빈부격차, 점점 어려워지는 구직활동 등 기성세대가 강조하는 '노력' 만으로는 버티기 힘든 젊은 세대의 박탈감은 커지고 있다. 연예·결혼·출산을 넘어 일자리, 주택, 취미까지 포기하는 'N포 세대'의 고통을 감싸주는 모습을 얼마나 보여주느냐에 청년층의 지지가 오간다.

각 정당이 청년 이슈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새로움'이란 이미지 때문이다. 정치 전체적으로는 세대교체, 정당 차원에서는 인적쇄신의 모습을 유권자에게 심어줄 수 있다. 21대 총선 후보 공천과 관련해 더불어민주당의 하위 20% 공천 패널티, 자유한국당의 현역의원 절반 교체 얘기가 나오는 이유도 과거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는 의미가 강하다. 초유의 '동물국회' 사태 등 극한 갈등으로 점철된 20대 국회 평가가 나쁜 만큼 21대를 만들어갈 인물은 다르다는 점을 강하게 어필해야 한다.

인재영입 부문에서 청년 이슈를 선점한 곳은 더불어민주당이다. 민주당은 지난해 12월 26일 최혜영 강동대 교수(40)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총 8명을 연달아 영입했다. 민주당의 인재 영입은 공개되기 이전부터 20대 청년이 1호로 영입될 것이라는 소문이 돌면서 관심이 쏠리기도 했다. 20대 청년 인재는 과거 TV 예능에서 각막기증으로 눈을 뜬 어머니와 함께 출연해 관심을 받았던 원종건(26)씨로 민주당 두 번째 영입 인재에 이름을 올렸다.

이후 민주당은 김병주 전 한미연합사령부 부사령관(58)과 소병철 순천대 석좌교수(62)에 이어 최근 이용우 카카오뱅크 공동대표(55), 이소영 환경전문 변호사(34)까지 다양한 세대와 분야를 아우르는 인재 영입을 발표했다.

한국당은 인재영입 카드를 민주당보다 먼저 꺼내들었다. 지난해부터 영입한 인재가 1차 8명, 2차 2명, 3차 1명까지 모두 11명에 이른다. 반면 청년 영입은 새해 들어서 챙겨가는 모습이다.

지난해 10월 1차 영입 때 가장 많은 인재를 모았지만 교수·기업인·협회장 등 그동안 보수진영에서 활동한 인물이 다수였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60)는 금융위원장을, 김용하 순천향대 교수(59) 다수 학회 회장을 역임했다. 김성원 전 두산중공업 부사장(50)은 퇴사 후 현 정권의 탈원전 정책 반대 활동을 벌이고 있다.

두 달이 지난 뒤인 새해 초 발표된 2차 인재 영입에서는 체육계 미투 1호로 알려진 김은희 고양테니스아카데미 코치(28)와 꽃제비 아픔을 겪었던 지성호 북한인권단체 '나우' 대표(37)가 포함됐다. 기존 경력 중심이 아닌 스토리텔림 중심의 인재 영입 모습을 보여주었다. 최근에는 사진작가로 활동하며 세계 오지를 탐험하는 남영호 대장(43)을 소개해 청년 정치 트렌드를 이어가고 있다.

◇총선 공방 압축판 인재영입

인재 영입은 총선을 함께할 지원군 이상의 의미가 있다. 각 당은 때로는 경쟁자의 약점을 견제하고, 자신의 약점은 방어하기 위해 전략적 인물을 찾아 나선다. 최근 요직을 맡은 정세균 국무총리와 추미애 법무부 장관도 같은 사례다. 1996년 총선을 앞두고 김대중 전 대통령은 무역인 정세균과 판사 추미애를 영입했다. 대기업 임원 출신과 TK출신 판사를 영입하면서 새정치국민회의의 약점이었던 '좌파'·'운동권' 이미지를 극복하기 위함이었다.

전략적 인재영입은 이번 총선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대목이다.

민주당의 인재영입은 방어적인 성격이 강하다. 정부 여당이 최근 가장 강조하는 것은 경제 활성화다. 4차 산업혁명, 데이터 경제 등 용어를 사용해 가며 규제혁신과 신산업 발굴을 통한 새로운 먹거리 창출을 외친다. 반대로 가장 많이 비판을 받는 분야도 경제다. 그만큼 경제 분야 인재영입에 목말라 있다. 이 같은 민주당의 고민은 이용우 카카오뱅크 공동대표 영입으로 이어졌다.

안보 분야도 마찬가지다. 북미관계가 소원해 지면서 안보 관련 보수진영 야당의 공세가 거세지던 시점에서 김병주 전 부사령관 영입을 발표했었다. 원종건씨 영입도 최근 민주당의 지지율이 하락하는 계층인 '이남자'(20대 남성)이라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있다.

한국당은 야당인 만큼 지난해 1차 영입부터 공세적인 면을 보였다. 김성원 전 두산중공업 부사장과 정범진 경희대 교수 영입은 이번 총선에서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대한 공세를 예고했다. 경제전문가로 윤창현 교수와 김용하 교수를 영입한 것도 민주당보다 경제 아젠다를 선점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2차 영입부터는 기존 이미지를 개선하고 약점을 보완하는 묘를 발휘하고 있다. 지성호 대표는 한국당의 북한 관련 안보 중심의 이미지를 북한 인권까지 확장할 수 있는 인물이다. 김은희 코치는 그동안 여성 문제에 둔감해 보인 한국당의 이미지를 바꿀 수 있다. 남영호 대장은 보수와는 거리가 먼 모험을 대표하는 인물이다.

국회 패스트트랙 정국이 막을 내리면서 총선 인재영입전은 민주당과 한국당 이외의 당으로도 확대될 전망이다. 바른미래당은 개별 인재영입과 함께 청년단체를 영입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우리공화당도 한민호 전 문화체육관광부 국장, 최혜림 포스코ICT책임연구원, 서성건 변호사를 영입했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