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민, 수수료 개편...공정위 "기업결합 심사에 미칠 영향 따져볼 것"

오픈리스트→오픈서비스로 명칭 변경
기존 방식 동일...수수료율 1%P 낮춰
점주들 "오히려 경쟁 부추겨" 시큰둥
공정위 "시장지배력 선조치 목적 파악"

배민, 수수료 개편...공정위 "기업결합 심사에 미칠 영향 따져볼 것"

배달의민족 광고 시스템이 4월부터 개편되면서 플랫폼 이용자의 사용료 부담을 키울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번 조치가 기업결합 이후 시장지배력을 염두한 결정이라면 공정거래위원회 심사에서도 고려사항이 된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배달의민족은 4월 1일부터 수수료 체계를 개편한다. 기존 프리미엄 서비스 '오픈리스트'를 오픈서비스로 개명하고 수수료도 낮춘다. 주문 1개당 6%에 달하는 광고비 수익을 챙겨가는 구조다.

앞서 배달의민족은 슈퍼리스트 서비스가 자영업자 부담을 키운다는 지적이 일자 지난해 5월 종료했다. 대신 지역별로 1개동에서 3개 음식점 업체를 입찰방식으로 선정해 플랫폼 최상단에 노출시켜 왔다. 지금까지 운영된 오픈리스트 서비스였다. 프리미엄 광고를 원하는 음식업체를 3개자리에서 순서를 정해 돌아가며 서비스를 신청한 모든 업체를 홍보해준다. 1일부터는 같은 방식에서 수수료율만 1%포인트(6.8→5.8%) 낮춰 서비스를 진행한다.

문제는 음식점 점주들 반응이다. 수치상으로 수수료율을 낮췄지만 플랫폼을 이용하는 음식점 반응은 시큰둥하다.

영세업자들이 주로 사용하는 저렴한 서비스인 정액제 울트라콜 서비스가 경쟁력을 잃게 된다는 게 골자다. 현실적으로 오픈서비스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오픈서비스의 업체 제한 수가 사라지면서 사실상 경쟁이 부추겨지고 있다는 게 점주들 반응이다. 코로나19로 영업매출을 배달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플랫폼 존재감은 더 커지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번 배달의민족 수수료 개편을 들여다보고 있다. 변경된 수수료 정책은 딜리버리히어로와 배달의민족 기업결합 심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수수료 개편이 기업결합 이후 시장 지배력을 감안한 선(先)조치라면 심사에 있어 따져보게 된다.

공정위 관계자는 “기업결합 이전의 개별사가 플랫폼 이용료 등 정책을 바꾸는 것이 실질적으로 심사에 미칠지는 세부사항을 따져봐야 한다”면서 “만약 결합 이후의 시장 생태계 등을 감안해 결정한 조치라면 고려할 사안”이라고 짚었다.

공정위는 이번 기업결합 심사를 진행하면서 소상공인, 경쟁사 등 이해관계자 의견을 듣는다.

소상공인 단체 반발이 커서다. 수수료율 인상으로 음식 가격이 올라갈 수밖에 없고 이는 결국 소비자 부담으로 전가될 것을 우려한다. 일각에서 공정위가 수수료 인상 제한, 영업 확대 제한 등 시정조치를 부과하는 조건으로 합병을 승인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이를 의식한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는 “수수료는 올리지 않고 현재 상태를 유지할 것”이라며 강조해 왔다. 앞서 조성욱 공정위원장은 “소비자 후생의 네거티브 효과와 혁신 촉진 부분을 비교해 균형감 있게 접근하겠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전문가는 “플랫폼 업체가 수수료 정책을 용이하게 변경하는 것 자체가 시장지배력이 높기 때문”이라며 “승자독식구조는 소상공인과 소비자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유재희기자 ryu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