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가 '4차산업혁명' 외쳐도…국회 '과방위' 인기는 바닥

지역구 관리 도움 안돼 기피
과기·ICT 분야 전문가 출신 손에 꼽아
저조한 법안 처리율도 한몫

세계가 '4차산업혁명' 외쳐도…국회 '과방위' 인기는 바닥

코로나19 사태로 4차 산업혁명 대응 중요성이 더욱 커졌지만 관련 입법을 담당할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외면 받고 있다. 21대 국회의원 가운데 지원자가 많지 않아 정원을 채우기도 버거운 상황이다.

3일 여야 관계자에 따르면 21대 국회 전반기 상임위원회 신청에서 과방위를 지원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약 10명, 미래통합당 의원은 약 8명이다. 과방위를 1순위로 신청한 것으로 알려진 의원은 민주당 변재일·이상민, 통합당 조명희·허은아 의원 등이다.

20대 국회 기준 과방위 위원 정수는 21명이다. 다른 군소정당의 희망 의원을 더해야 겨우 맞출 수 있는 수준이다.

반면 국토교통위원회 등 전통적인 인기 상임위는 여전히 문전성시를 이룬다. 민주당의 경우 국토교통위에만 49명 신청이 몰렸다. 과방위 신청자의 5배 가까운 숫자다. 다음으로는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 신청자가 많았다.

상임위 가운데 국토위는 언제나 인기가 많다. 지역구 관리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도로, 지하철 등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으로 지역에 눈에 보이는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2018년 20대 국회 후반기 상임위 신청에서도 민주당 의원 중 45명 이상이 국토위에 지원했다.

민주당은 이번 원 구성 협상에서 과방위 위원장을 가져올 것으로 예측된다. 이 때문에 1순위는 아니지만 2~3순위로 지원한 의원들이 꽤 있다. 박광온·우상호·고민정·송갑석·김남국·정필모·이용빈 의원 등이 과방위를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민주당 관계자는 “과방위는 전통적으로 비인기 상임위원회로 언제나 '미달'이 난다”며 “초선 의원이 밀려서 가는 때가 많고, 이 경우 예산결산위원회 위원 등 다른 조건을 달고 배치되는 경우가 있다”고 전했다.

김영진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자세한 숫자를 말할 수는 없지만 과방위에 (2~3순위로) 지원한 의원이 꽤 된다. 미달 상황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통합당에서는 1순위 신청 의원 외에 박성중·양금희·김은혜·강기윤·박대출·윤두현 의원 등이 과방위를 후순위로 희망했다. MBC 앵커 출신인 배현진 의원은 문체위, 행안위, 교육위를 지원해 과방위에 올 가능성이 낮다.

통합당 관계자는 “인기 상임위인 국토위는 정수가 30명씩 된다”며 “과방위는 인기가 없기 때문에 항상 20명 수준”이라고 말했다.

21대 국회의원 중 과학기술과 ICT 전문가 수가 20대 때보다 적은 것이 과방위 지원자가 많지 않은 이유 중 하나다. 정부가 4차 산업혁명을 외치고 있지만 국회 내 이 분야 전문가는 손가락 안에 꼽는다.

근본적으로는 방송통신과 과학기술이 한데로 묶이면서 여야 이견이 큰 법안이 많은 것이 기피 원인이다. 전체 법안 처리율(20대 국회 26.9%)이 상대적으로 낮다보니 소속 의원은 우수 국회의원 평가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민주당의 한 3선 의원은 “국회의원 평가에서 본회의 법안 통과율을 많이 따지는데 과방위는 하위권에 든다. 의원들이 선호하지 않는 이유”라며 “이를 해소하려면 다음 대통령 선거 때 인수위에서 부처 조직을 개편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