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을 건 명품뿐”…백화점, 명품 행사로 소비불씨 잇는다

동행세일 기간 롯데백화점 면세명품 판매처에서 고객이 명품백을 살펴보고 있다./사진=연합
동행세일 기간 롯데백화점 면세명품 판매처에서 고객이 명품백을 살펴보고 있다./사진=연합

백화점이 하반기에도 명품 카드를 꺼내 들었다. 동행세일 기간 명품 재고 판매가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둔 만큼, 해외 브랜드 패션잡화 행사를 통해 애써 지핀 소비 불씨를 계속 이어간다는 계산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백화점은 14일부터 상반기 결산 해외명품대전을 연다. 의류와 주얼리 등 명품 패션잡화를 중심으로 100여개 브랜드를 최대 90% 할인 판매한다. 지난 5월 진행한 명품 시즌오프와 지난달 면세 재고품 판매에 이어 3개월째 이어지는 명품 행사다.

신세계백화점도 동행세일 직후 명품 행사를 전개해 매출 상승세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본점에서 오는 16일부터 19일까지 사흘간 30여개 브랜드 상품을 최대 80% 할인하는 해외명품대전을 연다.

행사에서는 자체 명품 편집숍 분더샵과 조르지오아르마니, 알렉산더왕, 폴스미스 등 해외 유명 브랜드를 대거 선보인다. 본점에 이어 내달 초까지 강남점·대구점·센텀시티점에서 순차적으로 행사를 연다.

이처럼 백화점이 명품 행사에 적극 나서는 것은 코로나19로 소비가 위축된 상황에서 명품 상품군만 고성장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롯데백화점은 동행세일(6월26일~7월10일) 기간 명품 매출이 작년 동기대비 50% 이상 신장했다. 같은 기간 전체 매출 신장률(4.0%)을 12배 웃돈다.

닫혔던 지갑도 명품 재고 판매에 맞춰 활짝 열렸다. 오프라인 매장은 번호표를 발급할 정도로 고객이 몰렸고 온라인몰에선 한때 서버가 마비됐다. 코로나 여파로 국내 소비시장이 급격히 둔화된 2분기에도 소비재 중 명품 상품군만 나홀로 성장했다. 롯데백화점 명품 매출 신장률은 4월 11%, 5월 19%, 6월 24%를 기록하며 꾸준히 상승세다.

코로나 펜데믹과 경기 침체가 명품 브랜드 입장에선 오히려 호재로 작용했다. 정부의 경기 부양책으로 시중에 풀린 막대한 돈이 필수재를 넘어 사치재 영역으로 확대됐다. 재난지원금으로 생필품을 사고 남은 여유 자금을 고가의 명품 구매에 보태는 경우도 늘었다.

여기에 '플렉스(FLEX)'로 대변되는 젊은 층의 명품 소비가 시장 상승세를 이끌었다. 생필품은 초저가를 찾고 고가의 명품백 구매에는 돈을 아끼지 않는 MZ세대(밀레니얼·Z세대)가 소비 시장의 큰손으로 떠오르면서 시장이 급속히 커졌다.

실제 올 상반기 롯데백화점의 30대 고객 명품 매출 신장률은 34.9%에 달한다. 20대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7%나 늘었다.

백화점을 찾은 고객이 가방 제품을 구매하고 있다.
백화점을 찾은 고객이 가방 제품을 구매하고 있다.

올 들어 매출이 두 자릿수 감소한 백화점 입장에선 명품에 기댈 수 밖에 없는 시장 구조가 형성됐다. 롯데백화점 잠실점의 상반기 전체 매출 구성비 중 해외 명품이 무려 37% 이상의 비중을 차지할 정도다.

다만 이 같은 명품 소비가 백화점 전반의 실적 개선까지 이끌기는 어렵다. 명품의 경우 해외업체가 내는 수수료 규모가 작은 저마진 상품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성장 자체가 둔화된 백화점 입장에선 명품 행사를 통해 외형 성장과 집객 효과를 꾀하겠다는 방침이다.

백화점 관계자는 “통상 여름 휴가철은 백화점 비수기지만 올해는 코로나19로 해외여행이 어려워진 만큼 모아뒀던 여행 자금을 명품 등 고가 상품 구매에 쓰는 소비자가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