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에 쉬워진 국어, 수학은 어려워 .. 수험생감소로 점수보다 백분위 봐야

출제진 "예년 기조 유지, 더 어려워지지는 않을까 조심'
응시생 첫 50만 미만. 재학생 감소폭 커져
감독관 확진자 무더기로 나와
올해 필적 확인 문구는 '많고 많은 사람 중에 그대 한 사람'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새로운 유형의 문제를 최소화해 수험생이 느끼는 체감 난이도는 낮았을 것으로 보인다.

출제진은 예년과 같은 기조를 유지했다면서도 코로나19로 인한 학습 부진을 감안해 '더 어려워지지는 않을까 조심했다'고 했다.

사상 처음 12월에 수능이 치러졌지만 폭설 등으로 인한 문제는 없었다. 다만 감독관 가운데 확진자가 나와 일부 혼란이 있었다.

3일 전국에서 실시된 수능 문항을 교사와 입시학원 전문가가 분석한 결과 1교시 국어영역은 지문 길이나 유형 형태 등 모든 면에서 봤을 때 예년보다 약간 쉬웠다. 1교시인 국어영역이 어려우면 응시자 심리에 상당한 영향을 끼치는 만큼 출제진이 고난이도 문제는 피한 것으로 풀이된다.

EBS 연계가 높고 연계가 되지 않은 지문도 어렵지 않은 분야에서 출제가 됐다. 6월과 9월 모의평가에서 출제된 지문 제재와 형태가 유지됐다. 코로나19 상황 감안해서 쉽게 출제하려고 했던 의도가 보여진다는 입시 전문가들의 평이다.

대신 2교시 수학영역은 자연계열이 주로 치르는 가형과 인문계열이 주로 치르는 나형을 두고 반응이 갈렸다. 가형은 지난 해보다 다소 어려웠고 나형은 쉬웠거나 비슷했다는 평이 나왔다. 초고난이도 문제는 없었지만 중난이도 문제가 많아 중위권이 시간안배를 하는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민찬홍 출제위원장은 “6월과 9월 모의평가를 통해서 졸업생과 재학생 학력격차나 재학생 성적분포에서 특이점은 발견되지 않았다”며 “출제하는 데 있어서도 예년 기조를 유지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고 말했다.

올해 시험 지원자는 49만3433명으로, 처음으로 50만명 밑으로 떨어졌다. 코로나19로 졸업생 응시생이 다소 늘었지만 재학생 감소폭이 더 컸다.

인원이 줄어든 만큼 본인의 등급 역시 예년과 달라질 수 있다. 전문가들은 본인의 수능 가채점 결과에 대해서는 일희일비하지 말 것을 경계했다.

소명여고 오수석 교사는 “올해는 수능 응시 인원이 처음으로 50만명 미만이 된 해”라며 “난이도나 상위권 변별력에 관심을 갖는데 접수 인원에서 보여지듯 등급 구간과 인원, 백분위 등을 보고 자신의 상대적인 위치를 파악해서 대학에 지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사상 첫 12월 수능에도 다행히 폭설 등의 문제는 없었다. 하지만 감독관 중에서 확진자가 속출해 혼란을 겪었다. 안전한 수능을 치르기 위해 교육부는 수능 전 감독관 교사 재택근무를 요청했지만 지역에 따라서는 감독관이 일손 부족으로 학교에 나와 근무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매년 화제가 되는 수능 답안지 필적 확인 문구는 '많고 많은 사람 중에 그대 한 사람'이었다. 나태주 시인의 '들길을 걸으며'를 인용했다. 지난해에는 '너무 맑고 초롱한 그 중 하나 별이여', 2019학년도에는 '그대만큼 사랑스러운 사람을 본 일이 없다'가 문구로 등장했다. 지친 수험생을 위로하는 문구로 화제가 됐다.

국어 영역이 끝난 후 교사들이 시험 문항에 대해 분석하는 모습. 사진=교육부
국어 영역이 끝난 후 교사들이 시험 문항에 대해 분석하는 모습. 사진=교육부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