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發 창업 가속화...기술 자회사 1000개 넘었다

대학 재정 새 수익 창구로 주목
기술지주사 자회사 빠르게 늘어
양적 확대 치중, 성공사례 적어
제도 보완해 질적 성장 이어져야

대학 기술지주회사 자회사가 1000개를 넘었다. 지난 2008년 설립 이래 12년 만으로, 최근 수년 사이 대학이 산·학 협력에 힘을 실으면서 성장세를 시현했다. 관련 제도 개선과 사후관리 강화로 대학발 창업의 외형 확대를 넘어 내실 고도화에 나서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3일 교육부와 한국기술지주회사협회에 따르면 대학 기술지주회사 자회사가 11월 말 기준 1019개로 집계됐다. 전체 대학 기술지주회사는 누적 75개에 이른다. 2007년 '산업교육진흥 및 산학협력촉진에 관한 법률'(산학협력법) 개정 이후 2008년부터 산학연협력 기술지주회사와 자회사가 설립된 지 12년 만이다.

대학 기술지주회사는 기존 학교 기술사업화의 단점을 적극 보완하는 기술사업화 모델이다. 제도 시행 초기에는 증가세가 더뎠지만 최근 대학 재정의 새로운 수익 창출 창구로 여겨지며 설립이 늘었다. 2014년까지는 200여개에 그쳤지만 2015년 이후 연간 약 40% 빠르게 증가했다. 대학창업펀드 조성 등도 대학발 창업을 촉진했다.

규모 확장을 이루면서 첨단기술 사업화 구조는 마련됐다. 그러나 자회사 성공 사례 성적은 미진하다. 그동안 외형 확대에만 치중, 대학과 정부 모두 기술지주회사 역량 강화에 소홀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현재 기술지주회사는 주무 부처인 교육부로부터 인가만 받으면 법인을 설립·운영할 수 있다. 그러나 기술지주회사 초기 자본금 규모가 영세, 실질적 투자 역량은 부실한 형편이다. 체계를 갖춘 운영을 위한 자본과 전담 인력도 부족하다.

자회사 숫자가 급증하는 동안 기술지주회사 전담 인력은 2018년 기준 165명으로 전년 대비 17명 증가했지만 평균 전담 인력은 2.4명으로 지난해 대비 0.2명 줄었다. 이마저도 상위 3개 기술지주회사의 인력이 총 39명이어서 나머지 기술지주회사의 전담 인력은 더 낮을 것으로 여겨진다.

그동안 기술지주회사 발전을 가로막는 자회사 의무 지분보유 비율을 20%에서 10%로 낮추는 산학협력법 개정안이 지난 2일 국회를 통과하면서 일부 제도는 완화됐다.

각 대학은 추가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지분 보유 비율 준수 유예 기간을 5년에서 10년으로 확대하는 시행령 개정을 촉구했다. 정부가 작업 중으로, 이달 국회와 국무회의를 통과하면 올해 안에 시행될 수 있다.

내실 성장을 담보하기 위해 정부와 대학 차원의 기술지주회사 후속 관리 강화도 요구된다.

천범산 교육부 산학협력일자리정책과장은 “그동안 대학 기술지주회사는 설립 요건을 확인하고 설립 인가를 내주는 형태”였다면서 “기술지주회사 관련 규제 완화와 함께 후속 관리를 통해 내실 성장을 유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천 과장은 “내년의 제도 개선 상황을 보면서 후속 정책 등을 연구해 필요하다면 2022년도 예산안에 사업을 반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학 기술지주회사도 협회 차원의 회원사 정보 교류 등은 물론 공공기술사업화를 담당하는 자회사에 대한 산·학·연·관 공동의 노력이 필요한 것으로 보고 있다. 김원용 한국기술지주회사협회장은 “대학 기술지주회사 자회사는 세제 혜택이나 기술 개발자인 대학교수의 발명자 보상체계 마련 등 현재 정부의 중소벤처기업 지원시스템에선 소외된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면서 “대학 기술지주 자회사에도 연구소기업과 같은 활성화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