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 생태계 위해 정부 현실적 대책 마련 시급"

개정 소프트웨어(SW)산업진흥법이 SW기업에 혜택을 주기 위해 현실적인 보완 대책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효율적인 SW 생태계 구축을 위해 공공정보화 예산 증액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전자신문과 국회의원 강은희 의원실이 4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공동 주최한 `공생발전형 SW생태계 구축을 위한 공공정보화사업 선진화 정책 토론회`에서 이 같은 내용이 제시됐다. 토론회 참석자들은 정부가 SW산업 현장을 인식하고 현실적인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개정 SW산업진흥법, SW기업에 도움 안돼

토론회 참석자들은 개정 SW산업진흥법이 실제 SW기업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SW기업의 요구와 변화된 환경을 반영한 현실적인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조창제 가온아이 대표는 “SW 패키지를 공급하는 업체 입장에서 사실상 SW산업진흥법 개정으로 이득을 본 게 없다”며 “오히려 대기업이 하던 업무를 중견·중소기업이 맡으면서 능력 부재가 불거지고 프로젝트가 제대로 마무리 안돼 피해를 보는 일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조 대표는 SW기업의 최우선 요구 사항은 `제값 받기`라고 지적했다. 외산과 달리 국산 SW는 가격이 할인된 상태에서 한 차례 더 낮게 책정된 후 공급이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수년 동안 국산 SW의 유지보수요율 15% 이상을 요구했지만 아직 실현되지 않았으며 정부가 직접 관련 가이드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지운 한국IT서비스산업협회 부회장은 SW산업진흥법을 전체적으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변화된 환경에 맞게 수정해 SW업계에 실질적인 도움을 줘야 한다는 설명이다. SW와 함께 IT서비스 산업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활성화에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부회장은 “SW산업진흥법은 지난 1987년 만들어진 SW개발촉진법을 근간으로 한다”며 “그동안 기업환경, 고객요구 등이 완전히 바뀐 만큼 적절한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IT서비스는 주로 대기업이, SW사업은 중소기업이 추진하고 있어 서로 갈등 관계처럼 비쳐지고 있다”며 “향후 SW와 IT서비스를 함께 진흥하기 위한 법이 만들어지기를 바란다”고 기대했다.

◇SW 생태계 구축, 정보화 예산 확보가 관건

SW 생태계 구축을 위해 가장 시급히 이뤄져야 하는 것은 공공기관의 정보화 예산 증액인 것으로 나타났다. 유지보수 요율 현실화나 SW 제값 받기, 정부의 SW산업 활성화를 위한 현실적 지원 등도 모두 예산이 확보돼야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박경철 한국SW산업협회 부회장은 “공공정보화 예산이 연간 3조2000억원으로 전체 예산의 1%도 채 안 된다”며 “미국은 공공정보화 예산이 2%를 넘는다”고 전했다. 예산을 늘리지 않는 한 SW업계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렵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SW를 일괄 배포하는 것도 결국은 예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공봉석 정부정보화협의회장은 “예산이 없기 때문에 SW를 개발해서 관련 기관에 배포하는 것”이라며 “자체적으로 SW를 구매하게 하려면 예산이 확보돼야 한다”고 말했다.

경직성 비용으로 신규 투자비용을 전환하는 방안 마련도 요구됐다. 심덕섭 안전행정부 전자정부국장은 “최근 유지보수 비용 등 경직성 비용이 50%를 넘어 신규 투자비용이 줄어들 게 됐다”며 “정부와 IT업계가 고민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이에 대해 기획재정부는 공공정보화 예산 증액은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완섭 기획재정부 예산실 과장은 “현 정부 출범 후 약 140조원의 예산이 추가로 필요해졌다”며 “기존 사업 중 상당수는 50%의 예산 삭감이 이뤄질 수도 있다”고 전했다. 오히려 기존 공공정보화 사업도 예산을 삭감하게 될 수 있다는 견해다.

박일준 미래창조과학부 정보통신산업국장은 “SW 생태계 개선을 위해 인력양성, 연구개발 지원, 소외계층 혜택 보기, SW 제값 받기 등 다양한 정책을 마련하고 있다”며 “관계 부처 협의를 거쳐 곧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날 토론회는 서동규 전자신문 부장 사회로 강은희 국회의원, 심덕섭 안전행정부 전자정부국장, 박일준 미래창조과학부 정보통신산업국장, 김완섭 기획재정부 예산실 과장, 이지운 한국IT서비스산업협회 부회장, 박경철 한국SW산업협회 부회장, 공봉석 정부정보화협의회장, 이상산 핸디소프트 대표, 조창제 가온아이 대표 등이 참여했다.

신혜권기자 hkshin@etnews.com, 유선일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