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포럼] 방송통신 정책의 선택과 집중

[미래포럼] 방송통신 정책의 선택과 집중

중국 상고시대 황제 때부터 전한의 무제까지 3000여년의 역사를 기술한 사마천의 사기는 기원전 91년께 집필돼 2000년이 넘게 준엄한 역사와 생생한 교훈을 전달하고 있다. 이 중에 ‘지방욕내원착(持方欲內圓鑿)’이라는 문구가 있다. 직역하면 ‘네모진 막대를 쥐고 둥근 구멍에 집어넣고 싶어 한다’는 것으로서 억지로 하지 말고 순리를 따르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이번 학기에 ‘방송통신 정책과 규제’라는 과목을 통해 ‘어떻게 하면 정부가 방송과 정보통신 관련 산업을 활성화해 국제 경쟁력을 강화하고, 국민이 좀 더 풍요로운 방송통신융합의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산업 및 규제정책을 펼칠 수 있나’를 젊은 후학들과 함께 공부하면서, 현재의 방송통신위원회와 IT특보 조직체계로는 산업육성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는 것이 용이하지 못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정책과 규제 기능을 총괄하고, 방송·통신 융합현상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방송의 자유와 공공성 및 공익성을 보장하며, 방송과 통신의 균형 있는 발전을 통해 국제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 설립 목적이었다. 따라서 위원회의 출범과 더불어 산업 분야마다 경직돼 있던 수직적 규제체계가 수평적 규제체계로 전환되면서, IPTV나 인터넷전화 등의 제반 융합분야에서 산업 활성화가 기대된다.

 그러나 방송통신위원회는 독임제가 아닌 대통령 직속 합의제 행정기구기 때문에 산업정책을 집행하기보다는 규제정책을 집행하는 조직형태의 근본적인 한계를 벗어나기는 힘든 측면이 있다. 이런 정부조직과 정책에서 유선에 이은 무선 인터넷 강국과 애플의 애플스토어와 같은 디지털 콘텐츠, 소프트웨어 분야를 육성할 수 있는 적극적인 산업정책과 지원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물론 방송과 정보통신 분야에서 어떤 정부조직과 정책이 우리에게 바람직한지를 결정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외국에서도 경제성장과 국제 경쟁력 강화 등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산업에 대한 지원, 조정 등의 정책 수단을 사용하는 산업정책과 이와는 구별되는 규제정책에 대한 비판과 논란이 16∼17세기 중상주의와 18∼19세기 자유방임주의, 20세기 국가개입주의 및 20세기 후반의 신자유주의 시대를 지나서도 거듭되고 있다.

 다만 주목할 것은 과거 우리나라 정보화의 성공 요인은 정부의 통신정책국(1982년)과 정보통신부 신설(1994년), 변화를 선도하는 정책수립(법령·제도 정비, 비전제시), 투자재원 확보와 기술개발 및 산업육성(TDX/CDMA), 정보화(수요)와 IT 산업 육성(공급) 연계 추진 등의 정책에 발 맞춰 기업이 초고속 인터넷이나 CDMA와 같은 전략분야에 집중 투자한 결과로 나타난 것이다. 물론 미래의 세계 방송통신 기술과 시장은 지금까지와는 상이할 수도 있겠지만 한정된 자원을 가진 우리가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어차피 선택과 집중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축구 경기를 보면 감독은 상황에 따라 수비 위주로 진행할 것인지 아니면 공격적으로 할 것인지를 결정하고 전반이나 후반을 가릴 것 없이 필요할 때 조직 대형과 선수를 변경한다. 통합기구로서 임무를 완수한 방송통신위원회도 이제는 더 늦기 전에 향후 운영과 정책방향을 심도 있게 고민하고 진화시킬 때가 왔다.

이봉규 연세대학교 정보대학원 부원장·교수/bglee@yonsei.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