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기업 특허 개방 봇물 터지길

 KT가 보유 특허 1000건을 협력사에 무상 양도해 서비스와 제품 개발을 지원하겠다고 6일 밝혔다. 그간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 협력 방안이 대금 결제와 같은 하도급 관행 개선에 집중된 점에 비춰 특허 개방은 매우 신선하다.

 사실 특허와 관련해 대기업은 많은 횡포를 중소기업에 부렸다. 특히 IT대기업들이 그랬다. 중소기업의 아이디어를 마치 자사 기술 특허로 둔갑시켜 놓는 일은 숱하다. 사업에 위협이 될 만한 중소 기술기업의 시장 진입을 막기 위해 엉뚱한 특허 압력을 행사하기도 한다. 심지어 기술만 빼앗고 협력사를 내팽개치는 일도 있다.

 이런 일이 자주 일어나니 공정거래위원회가 최근 대기업 특허 남용 조사를 강화한다. 하반기엔 중소기업의 협상력 제고 및 불공정 조항 예방을 위해 ‘특허 라이선스 가이드라인’도 마련할 방침이다. 정부 감시가 아니더라도 특허 개방은 대기업이 앞장설 일이다. 중소기업보다 대기업에 더 큰 이익이기 때문이다.

 대기업은 수많은 특허를 보유했지만 극히 일부만 상용화한다. 너무 많은 데다 그 가치도 제대로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당장 큰돈을 벌어줄 것 같지 않은 특허는 아예 검토조차 하지 않는다. 이렇게 방치된 특허를 중소기업이 가져다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다. 대기업은 미처 찾지 못했던 새로운 사업 아이디어를 얻는다. 사업성 검증도 미리 할 수 있다. 성공 사례가 나오면 더 많은 중소기업이 참여하니 더 좋은 사업 기회가 생긴다.

 다른 IT대기업과 마찬가지로 KT도 특허로 중소기업을 울린 일이 있을 것이다. KT는 특허 개방을 계기로 열린 생태계를 지향하는 좋은 기업 이미지를 쌓는 한편 획기적인 서비스 개발로 업계를 선도하길 바란다. 다른 IT대기업도 적극 동참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