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커뮤니케이션즈의 무료 통화 서비스는 통신 및 인터넷 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국내외 사용자 3300만명을 둔 인터넷 메신저 ‘네이트온’을 기반으로 한데다, 어떤 식으로든 우리나라 이동통신 지배적 사업자인 SK텔레콤의 전략과도 깊은 연관성을 갖기 때문이다.
모회사인 SK텔레콤 입장에서는 매출과 수익성에 일정 부분 타격이 불가피하다. 그럼에도 SK는 통신사업 구조의 획기적 전환을 위해 그룹 차원에서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간단하면서도 보편적인 서비스 지향”=네이트온톡은 간편한 메시지 교환과 음성 통화에 초점을 맞췄다. 통합 커뮤니케이션 도구를 표방하며 작년 내놓은 ‘네이트온UC’가 복잡하고 무거운 기능 때문에 외면 받았다는 반성 때문이다. 네이트 아이디 없이 휴대폰 번호 인증만으로 로그인할 수 있게 한 것도 같은 이유다.
SK컴즈 안재호 본부장은 “네이트온UC는 유선 네이트의 기능을 그대로 모바일에 구현하면 된다고 생각한 것이 실수였다”며 “언제나 접속해 있는 모바일 기기의 특성을 반영해 ‘던지면 받는’ 간편하고 즉각적인 서비스에 주력했다”고 말했다.
사진과 동영상 외에 URL과 오피스 파일도 주고받을 수 있게 했으며 향후 더욱 다양한 콘텐츠들이 유통될 수 있게 할 계획이다.
◇“기득권 과감히 깨라”=SK컴즈는 모회사 SK텔레콤의 입김으로 모바일 환경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많았다. 결과적으로 SK텔레콤의 수익을 잠식할 수밖에 없는 서비스를 도입하기 쉽지 않았다.
하지만 통신 사업의 비즈니스 모델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압박이 더 컸다. 해외에선 스카이프, 국내에선 카카오톡 등과 같은 공짜 통신 서비스가 범람하는 상황에서 더 이상 고객들을 현행 비즈니스 모델에 가둬둘 수 없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SK컴즈가 네이트온톡을 발표하는 날, SK텔레콤 역시 이사회 결의를 통해 플랫폼 부문 SK플랫폼 분사를 공식화했다. 이 같은 움직임의 배경에는 통신 시장 기득권을 과감히 버리고 모바일 시대 주도권을 새롭게 확립하겠다는 SK텔레콤의 ‘탈(脫)통신’ 전략이 깔려 있다는 관측이다.
SK텔레콤은 데이터망 제공 업체로 자리매김하고 SK컴즈와 SK플랫폼은 메신저를 기반으로 모바일 플랫폼 전체를 장악한다는 구도다. SK플랫폼과 SK컴즈의 합병설도 계속되고 있다.
◇“플랫폼 도약 가능할까”=네이트온톡의 과제는 모바일 사용자들을 붙잡아 둘 플랫폼으로 성장하는 것이다. 메시지와 음성 통화, 유선과 무선을 넘나드는 끊김 없는 커뮤니케이션 경험의 제공이 관건이다. 여기에 만화와 운세, SK텔레콤의 호핀 등 다양한 콘텐츠를 올리고, 기프티콘 등 모바일 관련 비즈니스를 정착시킨다는 목표다.
SK텔레콤과 협력해 위치 정보 서비스를 제공하고 글로벌 진출도 추진한다. 이를 통해 사용자와 비즈니스 파트너들이 윈윈하는 플랫폼을 지향한다.
3300만명의 네이트온 가입자와 싸이월드 회원 한 명당 친구 평균 101명, 안정된 통화 품질 등은 네이트온톡의 잠재력을 보여준다.
반면에 이미 카카오톡이 장악한 시장에서 자기 자리를 찾기 쉽지 않을 것이란 비관론도 만만찮다. ‘친구들이 많이 쓰는 서비스를 쓰는’ 네트워크 효과가 강한 것이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기 때문이다. SK컴즈가 유선 메신저 시장에서 MSN메신저를 상대로 역전극을 펼친 경험을 재현할 수 있을지 주목되는 이유다.
KT가 직접 모바일 메신저 시장에 뛰어든데 이어 SK텔레콤 자회사가 mVoIP 서비스를 시작함에 따라 앞으로 모바일 메신저를 기반으로 다양한 서비스가 나올 것이란 기대도 높다. 다양한 실험적 서비스 경쟁은 물론이고 사활을 건 시장 쟁탈전이 벌어지고 기업 간 출혈경쟁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세희기자 hah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