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정의 어울통신>이건희와 SW, 그리고 SW진흥원

 역시 소프트웨어(SW)다. SW가 다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한 마디가 컸다. 지난 주말, 이 회장은 ‘2011 선진제품 비교 전시회’에서 SW 중요성을 역설했다.

 아예 작심한 듯하다. 삼성전자가 5년, 10년 후를 위해서는 소프트웨어·디자인·서비스 등 소프트분야 기술을 갖춰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SW 인력을 열과 성을 다해 뽑고 육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회장 지적이 시선을 끄는 것은 세계 최고 IT기업 반열에 오른 대기업 오너가 직접 SW 중요성을 거론했다는 것이다. 그것도 강조 화법을 여러번 동원했다. 필요한 기술은 악착같이 배워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는 얘기까지 내놨다.

 그가 누구인가. 그는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꾸라’는 말로 기업의 변신을 요구하고 ‘신경영’ ‘창조경영’ 등 신조어를 쏟아내면서 기업 혁신을 경쟁력 요체로 지목한 인물이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SW 중요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이 회장이 SW를 강조하고 나선 것은 사실 애플과의 경쟁을 의식한 측면이 강하다.

 컴퓨터 기업 애플이 불과 몇 년 사이에 세계 최고 휴대폰 기업으로 변신할 수 있었던 파워의 원천이 SW에 있다고 보는 듯하다.

 10년이 넘도록 세계 휴대폰시장을 석권해온 노키아를 제치고 단숨에 세계 1위 기업으로 올라선 애플의 성장사는 놀라움 그 자체다.

 노키아·삼성·LG·소니에릭슨 등 글로벌 휴대폰 기업들이 위기로 내몰렸음은 물론이다. 다행히 삼성 휴대폰만은 위기를 넘겨가는 상황이지만 아직 안심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당장 아이폰5가 출시되면 시장 상황을 장담할 수 없다.

 그 다운 어법이다. 21세기 기업 경쟁력 요체를 정확히 짚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삼성의 과제에 다름 아니다. 더 이상 하드웨어 경쟁력만으로는 세계 시장을 아우를 수 없다.

 문제는 정부다. 더 적확하게 표현하면 MB정부 측근들의 SW에 대한 인식은 거꾸로 가고 있다. SW는 융합을 기치로 내건 MB정부의 주요 정책기조에서 밀려나 있다.

 SW산업에 대한 몰이해 때문일까. 정부가 4대강 사업에 주력하면서 제대로 된 SW 정책은 고사하고 예산 절감 우선순위가 SW가 된지 오래다. 예산 절감 압력은 SW 단가 인하 압력으로 되돌아온다.

 토목·건축 등에 기댄 하드웨어적 사고에 젖은 탓이 크다. 21세기는 SW시대다. SW는 이미 자동차·조선·항공·가전·의료·바이오·로봇·PC·휴대폰 등 모든 산업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자리매김했다.

 SW 패권주의가 실감나는 시대다. 그런데도 SW진흥원은 해체됐다. SW산업의 효율적 진흥·발전을 위한다던 SW진흥원이 사라지면서 선택과 집중이란 정책산업의 지위가 흐트러졌다. 부처 내 SW조직 역시 대폭 축소됐다.

 SW는 모든 산업을 좌우하는 경쟁력의 핵심 요체다. SW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는 얘기다. 다가오는 5년이 그런 SW산업을 좌우할 것이다.

 트렌드를 간파한 것일까. 아니면 시대를 관통하는 통찰력이라고나 할까. SW에서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하면 삼성의 미래가 없다는 이 회장 시각은 그래서, 우리 산업 전반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과연 정부가 IT산업 정책에 관한 한 낙제점 수준을 면하기는 한 것일까. 아직은 기업 문화와 그룹 경영에 관한 한 안팎의 상이한 평가가 여전한 그지만, SW에 대한 이 회장의 언급은 다시 한 번 곱씹어볼 만한 대목이다.

 박승정 통신방송산업부 부국장 sj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