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O비즈]세계 경제위기 돌파 해법은 `글로벌 IT 체계`

 올해 하반기 미국발 글로벌 경제 위기가 전 세계를 긴장시킨 가운데 국내 기업 글로벌 경영에 다시 한 번 빨간불이 켜졌다.

 움츠러든 투자 속에서도 글로벌 각지로 뻗어나간 기업은 경영 인프라 재정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실시간 의사 결정으로 해외 각 법인과 연구소, 공장 실행력을 높일 수 있는 글로벌 IT 인프라 구축은 글로벌 경영 성패 요소로 한층 부각되고 있다.

 ◇해외 법인도 국내 지사처럼=다시 악몽이 덮친 하반기 기업들의 화두는 ‘위기 타개’다. 이를 위해 지금 업계에선 글로벌 경영 체질을 바꾸는 정보화 혁신 활동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최근 국내 기업 대부분이 택한 것은 법인 및 공장마다 분산된 IT 인프라를 ‘하나’로 잇는 작업이다. 글로벌싱글인스턴스(GSI)라 불리기도 하는 이 방식은 같은 패키지를 기반으로 모든 서버와 데이터를 통합, 경영 현황이 한눈에 보이면서 본사 CEO 및 경영진 의사결정이 일순간에 전 세계로 전달 및 실행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삼성전자, LG전자 등에 이어 GSI 방식이 유행처럼 확대되면서 국내 대기업 해외 법인에서도 국내 소재 서버에 접속해 시스템을 사용하게 됐다.

 업종별로 특성은 다르다. 전기·전자 기업은 연간 30~40%에 달하는 제품 및 부품 단가 급락에 대응할 수 있는 의사결정 속도 향상을 위한 글로벌 IT 인프라에 중점을 두고 있다.

 완성차 및 부품 기업은 신차 출시를 앞당기기 위한 글로벌 R&D IT 체계, 최근 급격히 확대된 해외 완성차 및 부품 공장을 지원하기 위한 생산관리 IT 체계 등이 화두로 떠올랐다. 한편 일반 소비재 기업은 중국, 동남아, 인도 등 신흥시장 공략을 위한 해외 법인 IT 역할이 급부상했다.

 ◇글로벌 톱 전기·전자 기업들 ‘ERP 준비 완료’=삼성전자에 이어 올해 초 LG전자가 글로벌 ERP를 GSI 방식으로 구축 완료한 후 GSI ERP 시스템은 올해 삼성그룹과 LG그룹 계열사로 확산되고 있다.

 최근 GSI ERP를 구축한 삼성전기, 삼성SDI에 이어 올해 이후 삼성그룹 전 계열사 전반에 GSI ERP 확산이 이뤄지게 되며 또 LG그룹에선 LG이노텍 등도 올해 GSI ERP 개발에 본격 착수했다.

 지난해 초 가동한 삼성전자 글로벌 ERP시스템은 세계 최대 규모 GSI 시스템으로 꼽힌다. 글로벌 공급망관리(SCM) 시스템과 맞물린 글로벌 ERP 시스템으로 전 세계 법인과 공장 재무현황 및 물류를 손바닥보듯 들여다보는 삼성전자는 애플 등 신흥 공룡의 공세 속에서 스마트폰과 TV 등 하드웨어 경쟁력을 이어갔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영업 담당자들도 현장 재고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등 GSI ERP 시스템 구축으로 세계 120여개 이상 법인의 재무·물류 데이터를 집계할 수 있다는 것은 매우 큰 경쟁력”이라고 자신했다.

 삼성전자 GSI ERP가 경영 전반에 미친 긍정적 효과를 체감한 삼성그룹은 삼성전자 ERP 개념을 본떠 모델화한 ‘S(SAMSUNG)-ERP’를 전 업종 계열사에 확산하기로 했다. 올해 삼성그룹 핵심 화두 중 하나는 글로벌 경영에 성공한 삼성전자 DNA를 IT를 매개로 각 계열사에 이식하는 것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글로벌 ERP뿐만 아니라 글로벌 SCM, 글로벌 제품수명주기관리(PLM) 시스템 개선에도 잇따라 착수하면서 단일화된 시스템 구현 범위를 넓히고 있다. 본사 및 해외 법인과 연구소별로 따로 개발해 쓰던 시스템, 그리고 사업 부문별로 각기 쓰던 시스템과 데이터를 통합한다는 점이 공통분모다.

 LG전자 관계자는 “글로벌 ERP 구축 후 본사와 해외 법인 재무 흐름과 자원현황을 하나의 시스템에서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게 됐고 급변하는 환경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속도 경영 기반을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자동차 등 글로벌 공략 기업들, R&D 및 공장 IT 재정비=국내 자동차 산업에서는 글로벌 R&D를 위한 IT 인프라 재정비가 주 관심사다.

 현대·기아차그룹은 올해 전 세계 이목을 끌며 글로벌 PLM 프로젝트에 착수, 연내 1단계 완료를 앞두고 시스템 개발에 착수했다. 르노삼성자동차도 올해 ‘글로벌 뉴(New) 제품개발관리(PDM)’ 프로젝트로 세계 캐드 시스템을 통합하는 작업에 한창이다. 본사 및 연구소 등 글로벌 R&D 협업 시스템 전반을 기본부터 다시 수립하고 통합 PLM 시스템으로 부문별 협업 효과를 높일 수 있을 것이란 기대다.

 앞서 이달 8일엔 현대·기아차 본사와 해외 법인 및 각 공장 ERP 구축도 완료됐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본사와 각 해외 공장 간 각종 경영정보를 통합 관리하면서 글로벌 시장 공략에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강화하고 있는 신흥시장 공략을 위해 브라질·인도 공장 등에 ERP 구축 및 개선 작업도 진행한다.

 앞서 이달 초엔 자동차 부품업체 만도가 중국 법인 ERP 시스템 가동을 마지막으로 본사 및 해외 법인 GSI ERP 시스템 구축을 완료했다. 만도는 2008년 말 수요 감소로 자동차 업계 불황이 극심한 가운데 ERP 시스템 구축을 단행한 터라 돌아오는 위기에선 ‘ERP 효과’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또 현대모비스도 글로벌 부품 시스템 통합 등을 추진하고 있으며 GSI ERP 구현을 검토하고 있다.

 올해 적극적 행보를 보이고 있는 한국타이어는 올해부터 글로벌 IT 표준화 체계를 수립하기로 했다. 첫 단추로 글로벌 공장 통합 생산관리시스템(MES) 프로젝트에 이달 착수했다. 창립 이래 최초로 글로벌 공장 MES 시스템을 하나의 서버와 단일 패키지 기반으로 통합하기 위해서다.

 한국타이어그룹 관계자는 “통합과 분산 정책을 조화시켜 모든 IT 자원을 글로벌 관점에서 효율화할 수 있는 시스템 혁신을 올해 초 본격화했다”고 밝혔다.

 최근 CJ·롯데·포스코 그룹 등도 각 계열사 해외 법인 및 지사를 통한 해외 시장 공략이 급증하자 그룹 차원 신규 법인 또는 사무소 개설 등 해외 지원 방책 마련을 검토하고 있다. 특히 중국, 동남아, 인도 등 신흥시장 공략을 위해 계열사와 롯데정보통신, CJ시스템즈, 포스코ICT 등 각 IT서비스 기업의 동반 진출을 확대하겠다는 의도다.

 CJ그룹 관계자는 “해외 시장 공략을 그룹 차원에서 강력히 추진하면서 중국과 동남아 등지 사업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며 “IT 인프라와 업무를 통합 조직화해서 해외 사업 지원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롯데그룹도 그룹 차원 해외 신흥 시장 공략 지원 방안을 검토 중이다.

 포스코, 포스코건설 등과 신흥 시장에 동반진출하고 있는 포스코ICT는 올해 인도네시아 제철소 건설 사업에 참여하는 것을 시작으로 포스코가 내년까지 중국, 터키, 멕시코, 브라질, 인도 등에 해외 공장을 착공, 해외 IT 인프라 구축 협업을 강화하게 된다.

 

 <표>국내 주요 기업들의 최근 1~2년간 글로벌 IT 프로젝트 동향

유효정기자 hjyo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