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로에 선 IT코리아] 삼성 · LG 특허 대응력 선진기업에 비해 10년이상 뒤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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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LG 등 국내 기업들의 특허 대응 수준은 미국·유럽 업체보다 10년 이상 뒤쳐졌다.’

 국내 대기업에서 특허 업무만 20년 넘게 담당해 온 한 임원의 말이다.

 특허관리에 관한 한 우리나라는 소송과 법적 대응에 익숙하지 않은 문화적 특성이 있다. 또 국내 기업들이 특허를 출원하고 실적을 관리하는 데는 공을 들였지만 지식재산권을 활용하고, 이를 통한 공격과 방어에 나서는 데는 큰 비중을 두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삼성전자는 1984년 최초로 미국 특허를 등록시킨 이래 지난해 말 기준 세계적으로 총 10만452건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해마다 우리나라와 미국에서만 5000건 이상의 신규 특허를 취득하고 있다.

 하지만 특허 확보에 비해 글로벌 특허 전쟁 대응은 소극적이었다. 특허 침해에 대해 먼저 선제적 대응을 한 사례는 거의 없다. 반면 램버스의 특허 소송에 대해 삼성전자는 지분투자 2억달러를 포함한 9억달러(약 9900억원)를 지급하고 화해한 바 있다.

 하지만 같은 건에서 하이닉스는 끝까지 대응하면서 승소했다. 같은 판결이 내려질 수 있었다는 점에서 성급히 합의해 지불하지 않아도 될 돈마저 지급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삼성전자의 보수적 특허 전략은 제조사로써 제품을 팔아야 하는 입장이 반영됐다는 해석이다. 삼성이 보유 중인 특허를 이용하면 엄청난 로열티 수익을 얻을 수 있지만 이 보다는 제품을 더 많이 판매하는 데 치중했다는 것. 최근 삼성전자가 부품과 세트로 영역을 구분한 것도 이런 특허 대응에서의 역할 구분을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LG전자는 상대적으로 공격적 대응도 해왔다. 2002년 왕컴퓨터 인수로 얻은 특허를 활용해 회사가 세계 40여개 업체로부터 2억달러 이상의 로열티를 받기도 했고 미 가전업체 비지오를 상대로 미 국제무역위원회(ITC)에 특허침해 소송을 내고 승리한 경험도 있다. 최근에는 소니와의 특허 전쟁을 ‘크로스 라이선스’로 마무리 하기도 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모두 특허 센터를 확대하고 전문 인력도 대대적으로 보강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특허침해 소송, 무역위 제소가 늘고 있는 데다 IT코리아에 대한 견제에도 대비한다는 포석이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특허 대응을 경영 핵심 3대 키워드 가운데 하나로 제시하기도 했다.

 삼성전자도 최근 공격적 특허 대응으로 돌아서는 분위기다. 애플의 특허 소송에 미국 ITC에 특허침해 소송과 수입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는 등 초강수로 대응했다. 애플은 지난 4월 삼성이 특허를 침해했다며 법원에 제소를 했지만 ITC에 수입금지를 신청하지는 않았다. ITC 제소는 수입금지까지 갈 수 있기 때문에 일반적 소송보다 수위가 높다. 이에 앞서 삼성전자는 대만과 일본 4개사를 LCD 패널 기술 관련 특허권 침해 혐의로 미 ITC에 제소했다. AU옵트로닉스와 AU옵트로닉스의 고객 업체인 일본 산요, 대만 에이서, 벤큐 등 4개사가 LCD 관련 기술을 도용했다는 주장이다.

 삼성은 최근까지 경쟁사가 ITC에 특허 제소나 수입금지 가처분 신청을 할 경우에 일부 대응차원에서 ITC에 맞제소를 하기는 했지만 애플건과 같이 먼저 ITC에 제소한 사례는 극히 드물다. 그만큼 공세적으로 전환했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국내 기업들이 보다 공격적 특허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만만하다’는 인식을 줘서는 안되고 공세를 취해야 방어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소송과 협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개별 기업마다의 핵심 무기도 필요하다.

 모든 비즈니스 초기단계부터 특허에 대해 함께 고민하는 과정도 필요하다.

 김정중 LG전자 특허센터 상무는 “제품 기획, 연구개발(R&D) 시점부터 지식재산권을 같이 염두에 두다보면 꼭 제품화되지 않더라도 특허를 만들 수 있다”며 “이는 바로 쓰지 않더라도 향후 제품 개발에 활용되거나 잠재적 경쟁자들을 견제할 수단으로 활용된다”고 말했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