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OBIZ/글로벌리포트]노무라 · 리먼브러더스 IT통합이 주는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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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보화가 기업 핵심 경쟁력으로 자리 잡으면서 인수합병(M&A) 시 IT통합도 중요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그러나 M&A 시 사전에 IT통합을 고려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M&A 후 IT통합 실패로 합병에 어려움을 겪거나 실패한 사례도 발생한다. 최근 국내에서도 기업 간 M&A가 활발해지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하나금융지주의 외환은행 인수가 곧 최종 확정된다. 이런 맥락에서 일본 노무라홀딩스가 리먼브러더스 해외사업을 인수해 추진한 IT통합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난 2008년 일본 최대 증권사인 노무라홀딩스가 대형 투자회사인 리먼브러더스 아시아·태평양 법인과 유럽·중동 법인을 인수했다. 당시 리먼브러더스 인수전은 산업은행과 삼성증권 등 국내 금융회사는 물론이고 영국 바클레이즈, 홍콩 HSBC 등 글로벌 금융회사도 뛰어들 정도로 높은 관심을 받았다.

 노무라홀딩스가 리먼브러더스 해외법인을 인수한 지 4년째를 맞고 있다. 노무라홀딩스의 리먼브러더스 해외법인 인수에 대해 미국 월가에서는 성공적으로 안착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당당히 메이저 무대에서 대접을 받고 있다는 소리다. 노무라홀딩스가 성공적으로 안착했다는 평가를 받기까지는 IT통합이 한몫하고 있다. 노무라홀딩스는 초기 IT통합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리먼브러더스의 IT개발을 담당하는 IT자회사까지 인수하는 등 IT통합에 적극성을 보였다.

 ◇초기 IT가 고려되지 않아 어려움 발생=노무라홀딩스가 리먼브러더스 해외법인 인수를 검토할 당시만 해도 IT통합은 고려되지 않았다. 미국 금융전문지인 뱅커에 따르면 노무라증권 최고정보책임자(CIO)도 인수가 임박해서야 리먼브러더스 해외법인 인수가 추진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고 한다.

 기업 M&A 협상에서 IT통합은 매우 중요한 요소다. 특히 이번 리먼브러더스 해외사업 인수처럼 일부 사업만을 분할해 M&A하는 형태는 더욱 그러하다. IT시스템을 분리한 후 다시 통합하는 방식이 전 시스템을 통합하는 것보다 어렵기 때문이다.

 인수가 확정된 후 본격적인 시스템 조사가 착수됐다. 막상 조사가 시작되자 어려움들이 발견됐다. 앞서 진행된 인수 전 실사가 체계적으로 이뤄지지 못해 뒤늦게 문제점들이 발견된 것이다. 가장 큰 문제는 어떤 시스템을 가동했고, 어떻게 작동했고, 이 시스템을 작동하는 핵심 인물이 누구인지 등을 알 수 없다는 것이었다. 일부 시스템 관리자가 근무하고 있었지만 시스템 운용에 대한 상세한 계획이나 도큐먼트는 갖고 있지 못했다.

 또 다른 문제는 무려 45년 전에 코볼로 구축된 시스템이라는 것이다. 이로 인해 당시 구축한 개발자가 존재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이 시스템을 해체하거나 분석할 수 있는 기술을 가진 사람도 없었다. 여기에 형편없는 시스템 관련 문서들도 IT통합을 어렵게 한 원인들이다. 리먼브러더스 해외법인 시스템에는 소프트웨어(SW) 라이선스부터 아웃소싱 등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업체가 관련돼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정확히 정의돼 있지 않았던 것이다. 이 결과 노무라홀딩스는 IT통합 과정에서 수많은 IT업체와 재협상을 추진해야 했다.

 ◇짧은 기간 내 IT통합 추진=노무라홀딩스는 공식적인 협상을 완료하고 중동지역 해외법인 통합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CIO는 인수되는 법인 IT시스템을 신속하게 통합해 종사자들이 혼란 없이 사용할 수 있게 해야 했다. 먼저 리먼브러더스 해외법인의 금융거래로부터 노무라홀딩스 산하 노무라증권 거래 처리 프로세싱 환경까지 집중 분석했다. 이 결과 리먼브러더스 플랫폼을 업그레이드한 후 노무라증권 애플리케이션을 얹는 방안이 대두됐다. 이는 기존 리먼브러더스 애플리케이션을 새로 개발한다는 것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런던지점에서 사용하는 신종 옵션 포트폴리오는 약 2만개의 가격 코드가 필요했다.

 노무라홀딩스와 리먼브러더스 해외법인의 IT통합 역시 속도가 매우 중요했다. 만약 노무라홀딩스가 리먼브러더스 전체 사업을 M&A했다면 시간을 두고 단계적으로 시스템을 통합했을 것이다. 그러나 노무라홀딩스는 일부 사업부만을 인수했기 때문에 이들 종사자에게 빠르게 새로운 통합된 시스템을 제공해야 했다. 노무라홀딩스는 최종 통합이 결정되는 시점에 노무라증권과 리먼브러더스 기존 시스템을 통합한 새로운 증권거래시스템을 시범가동했다. 6주 후에는 고유자산 트레이딩시스템도 시범가동했다. 이듬해 1월에는 거래량이 적은 소수 고객을 시작으로 통합 신시스템을 적용하기 시작했다.

 이에 대해 2007년 이탈리아 2·3위 은행인 방카인테사와 사웅파울로IMI 간 IT통합을 이끌었던 실비오 프라터네일 인테사사웅파울로 CIO는 “M&A에 따른 IT통합에서 시간이 돈”이라며 “통합 시간이 짧을수록 더 좋다”고 전했다. 통합을 한 후 단계적으로 시스템을 정교하게 만드는 방법이 효과적이라는 주장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IT통합 필요 주장도=노무라홀딩스와 리먼브러더스 해외법인 IT통합에 부정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리히트 웨이글 IBM GBS 리더는 “빠르게 이뤄진 IT통합은 계획된 운영 모델에 의해 진행되지 않았기 때문에 나중에 엄청난 대가를 치를 수도 있다”고 강조한다. 통합 당시에는 큰 문제가 없지만 향후 거래량이 늘어나고 사업 영역이 확대되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웨이글 리더는 장기적인 IT통합을 통해 성공한 사례로 스페인 산탄데르금융그룹을 꼽는다. 마드리드에 본사를 두고 있는 산탄테르금융그룹은 최근 몇년 동안 영국, 미국, 유럽, 브라질 금융회사를 잇달아 인수해 영업을 확대했다. 산탄데르금융그룹은 인수 때마다 2~3년이 소요되는 장기적인 방법으로 표준화 통합전략을 추진했다. 이는 지역시장 특성 및 피합병 회사 IT아키텍처를 충분히 고려해 통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산탄데르금융그룹은 영국 한 금융회사와 합병해 IT통합을 실시한 결과 연간 3억유로(약 4518억원)의 원가 절감 효과가 있었다.

 뱅크오브아메리카 역시 광범위한 합병을 추진하는 대표적 글로벌 금융회사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금융회사를 합병할 때마다 동일하게 적용되는 고유 프로세스를 가지고 있다. 이 프로세스는 지난 20년 동안 은행 관련 모든 M&A에서 활용됐다. 최근 세계가 주목한 M&A인 메릴린치와 IT통합에서도 이 프로세스가 적용됐다.

 국내 대형 은행 CIO는 “IT통합은 언제나 복잡한 작업이고 모든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면서 “그러나 M&A를 진행하면서 IT통합을 사전에 고려한다면 문제들을 개선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노무라홀딩스의 리먼브러더스 IT통합 과정

자료:뱅커

신혜권기자 hkshi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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