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휴대폰 블랙리스트` 내년 2월 시작

SKT냐? KT냐? 통신사 관계없이 구입…

 내년 2월부터는 삼성전자가 새 갤럭시S 시리즈를 발표할 때 ‘SKT용’ ‘KT용’이라는 수식어가 사라진다. 소비자는 통신사에 관계없이 원하는 단말기를 약정 없이 사용할 수 있게 된다.

 10일 방송통신위원회 고위관계자는 “휴대폰 블랙리스트 제도가 2월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블랙리스트 제도는 방통위가 지난 6월 발표한 통신비 인하대책 중 하나로 기존 ‘화이트리스트’ 제도에 따른 이동통신사업자와 휴대폰 단말기 제조사 간 고리를 끊고 단말기 가격 시장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 도입된다.

 블랙리스트는 도난·분실 등 ‘문제 휴대폰’ 리스트만 관리하는 방식을 말한다. 따라서 블랙리스트에 등록되지 않은 단말기는 범용사용자식별모듈(USIM)만 꽂으면 어떤 통신사든 사용할 수 있다. 그 대신 개별 사용자가 자기 단말기 IMEI 번호를 관리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반면에 우리나라에서 사용되는 화이트리스트는 제조사가 이통사에 IMEI(단말기 식별번호)를 등록, 이통사가 단말기를 판매하는 방식이다.

 시행 4개월여를 앞두고 제도 윤곽도 점차 결정되고 있다. 우리나라에 도입하는 블랙리스트는 이통사가 IMEI를 관리해주면서 소비자가 따로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화이트리스트 방식의 편리한 구조는 그대로 가져올 예정이다.

 방통위 통신이용제도과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이통사 IMEI 등록 여부에 상관없이 휴대폰을 사용할 수 있지만 소비자가 이통사에 자기 단말기 IMEI 관리를 의뢰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유럽 등 해외 지역의 오래된 블랙리스트 제도에 비해 소비자 편리함을 높이는 새로운 제도를 선보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통사들이 공통으로 블랙리스트 DB를 공유하는 ‘제3의 센터’도 곧 확정할 예정이다. 한 이통사 관계자는 “현재는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3개 이통사가 블랙리스트 DB 공유센터를 논의하고 있으며 거의 확정 단계”라고 말했다.

 제조사는 블랙리스트 시행 후 출시하는 휴대폰 단말기부터는 IMEI 정보를 소비자에게 노출시켜 제품을 내놓게 된다. 아이폰처럼 단말기에서 조회가 가능하게 하거나 배터리·케이스·포장 등에 정보를 노출하는 방식이다. 이른바 ‘공용폰’에는 애플리케이션 장터나 내비게이션 등 특정 이통사용 프리 로드(pre-load) 서비스 탑재가 사라지게 된다.

 블랙리스트 제도가 시행되면 그동안 ‘노예 계약’에 가까운 약정을 거는 대신 보조금으로 단말기를 구매하던 유통 패턴이 크게 변화할 전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통사들이 보조금 대신 통신요금 혜택 등을 통해 소비자를 끌어들이게 될 것”이라며 “이통사와 제조사 간 유통 경쟁도 격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