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오라클-구글 자바 API 저작권 소송/김경환 법무법인 민후 대표변호사

-구글이 이기는 배심원 판결이 나왔다. 어떻게 생각하나.

△구글이 복제한 것은 오라클 자바 SE의 선언코드와 명령어 구조다. 쟁점은 소스코드 복제가 아니다. 구조, 시퀀스 조직 등 명령어 구조(command structure)다. 명령어 구조가 저작권으로 보호 대상인지, 이를 참조한 것이 공정 이용(fair use, 미국 저작권법 제107조)인지가 쟁점이다. 전통적으로 소스코드 문언뿐 아니라 명령어 구조도 저작권을 인정한다. 다만 자바 API에 대한 구글 이용이 미국 저작권법의 제107(공정이용)에 해당, 구글 책임이 면제되는지가 1심 쟁점이었다. 이 때 논점은 △스마트폰으로의 변형적 이용 △자바 언어와의 호환성 △스마트폰업계 등 시장에 미치는 영향 세 가지였다. 미국 1심 배심원은 “변형적 재구성은 미국 저작권법 제107(공정이용)에 해당한다”고 본 것이다.

김경환 법무법인 민후 대표변호사.
김경환 법무법인 민후 대표변호사.

-컴퓨팅업계에서 광범위하게 사용하는 API를 저작권으로 인정할 수 있나.

△API는 프로그래밍 블록이다. 저작권으로 인정된다. SW 저작권은 문언 부분뿐만 아니라 구조, 시퀀스 등 비문언 부분도 보호 대상이다. 오라클이 명령어 구조 저작권을 주장하는 것은 일리가 있다. 이런 사용이 `공정 이용`에 해당하는 지가 문제다.

-우리나라 상황은 어떤가?

△영리 목적으로 활용하는 경우 `공정 이용`을 인정하지 않는 우리나라 법원 판결 추세에 따르면 구글이 질 가능성이 99%다. 하지만 SW 종속이 심한 우리나라 SW 업계 입장에서 보면 오라클이 이기는 것을 바라지 않을 것이다. 우리나라 법원이 이 점을 고려한다면 미국 1심과 동일한 결론이 내려질 수도 있다. 이번 미국 지방법원 1심의 배심원 평결은 저작권법이 가야 할 길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본다.

-구글은 자바 API 사용이 `공정 이용`이라고 한다. `공정 이용`은 무엇이고 우리나라는 어떤가.

△공정 이용은 저작권 침해가 인정되는 경우에도 공익이나 문화발전 등을 고려, 저작권의 권리를 제한하는 것이다. 공정 이용의 기준과 범위는 나라와 저작물 특성이나 종류에 따라 다르다. 통상 재판 목적과 연구 및 교육 목적 등을 위한 복제는 공정이용에 해당한다고 본다. 미국 저작권법 제107조에 해당하는 우리나라 조문이 저작권 제35조 3항과 제101조 3항이다. 기본 취지는 미국과 큰 차이가 없다.

-오라클 항소로 소송이 길어질 것 같다. 국내나 세계 정보통신(ICT) 시장에 어떤 영향이 있을까.

△항소법원, 대법원으로 갈수록 법리 판단이 전제되기 때문에 당연히 오라클은 항소할 수밖에 없다. 항소심에서도 구글이 이긴다면 당장 스마트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없을 것이다. 개발업체나 서비스 업체는 저작권 굴레에서 자유로워진다. 저작권자 권리가 제한되는 부작용이 있지만 전체 산업계 발전에는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다. 반면 항소심서 오라클이 이기면 스마트폰 시장에 악영향이 미칠 것이다. 천문학적인 손해배상금은 둘째 치고 개발자에게 미치는 악영향을 고려하면 산업계에도 악영향이 불가피하다. 반면 저작권자 권리는 더욱 보호될 것이고, 일부 저작권자는 이를 통해 독점적 지위를 공고히 할 것이다. 방은주기자 ejb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