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으로 바람 잘 날 없는 오라클

세계 최대 데이터베이스 소프트웨어 업체 오라클이 소송으로 바람 잘 날 없다. 구글과 소송에 이어 이번에는 휴렛팩커드(HP)와 다시 법정에 섰다. HP는 오라클 때문에 서버 판매가 영향을 받았다며 30억달러 손해배상을 요구하고 있다. 2일(현지시각)에는 오라클에서 해고된 전 재무팀 직원이 “클라우드 부문 실적을 부풀리도록 회계조작을 강요당했다”며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HP가 5년 전 제기한 소송 심리 재개

5월 31일 캘리포니아 산호세 주 법원배심원단은 오라클과 HP 간 소송 심리를 시작했다. 심리는 몇 주간 진행된다. 두 회사 간 소송은 2011년 6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HP는 오라클을 상대로 “서버 판매 부진과 관련한 합의를 어겼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30억달러 손해배상도 요구했다. 이에 법원은 2012년 8월 HP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오라클은 항소했고, 이번에 다시 심리가 열리게 됐다.

소송으로 바람 잘 날 없는 오라클

쟁점은 두 가지다. 누가 합의를 어겼는지, 또 오라클 행동으로 HP 서버 판매가 부진했는지 등을 밝히는 것이다. 두 회사 소송전은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이 된 대표적 사례다. 원래 두 회사는 서로 중요한 파트너였다.

그런데 오라클이 2010년 1월 선마이크로시스템스를 인수하면서 경쟁자가 됐다. 여기에 두 회사 간 긴장을 더 촉발하는 사건이 2010년 9월 일어났다. 오라클이 HP 전 최고경영자(CEO) 마크 허드를 공동 부사장으로 영입한 것이다. HP는 즉각 반발했다. 그리고 소송을 제기했다. 허드가 기업 비밀을 많이 알고 있어 사업에 영향이 있다는 것이다. 다행히 허드 건은 합의를 봤다.

2011년 3월, 오라클이 또 한 번 HP를 건드렸다. 자사 데이터베이스 신제품에 아이태니엄 칩 중단을 않겠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아이태니엄 칩이 조만간 없어질 거라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이라는 말을 곁들였다. 아이태니엄 칩은 인텔과 HP가 1994년 공동으로 개발한 제품이다. HP 고객 상당수가 오라클 데이터베이스를 사용하고 있고, 아이태니엄 서버 판매에 주력하고 있던 HP로서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었다.

이에 HP는 2011년 6월 “오라클이 허드 사건에서 합의한 사항을 어겼고, 오라클 행동으로 서버 판매가 떨어졌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IDC에 따르면 아이태니엄 서버 매출은 2011년 31억달러에서 2015년 8억7600만달러로 뚝 떨어졌다. 인텔은 2013년부터 새로운 아이태니엄 칩 공급을 중단, 오라클 말이 사실로 드러나기도 했다.

◇전직 직원한테도 소송 당한 오라클

오라클에서 선임 재무 매니저로 일했던 스베틀라나 블랙번(Svetlana Blackburn)은 2일 캘리포니아 북부 연방지방법원에 낸 소장에서 부당해고에 따른 손해배상을 요구하면서 오라클이 내부자 고발을 보호하는 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블랙번은 회사 상사가 클라우드 서비스 부문 실적을 부풀리기 위해 적절하지 않은 회계 기준을 들어 부적절한 보고서 작성을 강요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수치를 뒷받침할 만한 구체적이거나 예견 가능한 청구서가 없음에도 불구, 회계보고서에 수백만달러 매출 등이 발생했다는 내용을 추가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폭로했다. 블랙번은 지시를 거부하자 간부가 그런 내용을 보고서에 직접 추가했으며, 이를 고발하겠다고 맞서자 2015년 10월에 회사가 자신을 해고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오라클은 “회사의 회계 기준이 적절하며 블랙번이 악의적으로 소송을 제기했다”며 “블랙번을 해고한 것은 업무 실적이 좋지 않아서”라고 밝혔다.

방은주기자 ejb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