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라클, 한국 데이터센터 확정...새해, 클라우드 정면승부 펼쳐진다

오라클 본사 전경
오라클 본사 전경

오라클이 한국에 데이터센터 설립을 확정했다. 아마존웹서비스(AWS), 마이크로소프트(MS), IBM에 이어 오라클까지 데이터센터를 확보하면서 새해 국내 클라우드 시장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오라클은 한국 내 데이터센터를 구축키로 결정했다. 별도 부지를 마련해 직접 데이터센터를 짓는 방식 대신 기존 데이터센터 공간(상면)을 빌리는 방식이다.

데이터센터 오픈 시기는 이르면 내년 상반기다. 이를 위해 최근 본사가 대형 데이터센터를 보유한 통신사, 시스템통합(SI) 회사와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라클에 정통한 관계자는 “본사가 한국 데이터센터 확보를 최종 결정하고 국내 데이터센터 사업자들과 규모와 시기 등을 조율하고 있다”고 전했다.

3개월 전까지만 해도 오라클은 한국 데이터센터 유치를 저울질했다.

오라클은 9월 미국에서 열린 연례행사 `오라클 오픈월드`에서 내년 상반기까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데이터센터 세 개를 추가로 설립한다고 발표했다. 오라클은 아·태 지역 가운데 호주(2개), 싱가포르(1개), 중국(1개)에서 데이터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신규 데이터센터 유치 지역에 한국을 포함할지는 밝히지 않았다. 7월 방한한 마크 허드 오라클 최고경영자(CEO)도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아직 한국에 데이터센터 설립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몇 개월 만에 오라클이 한국 데이터센터 유치를 확정한 데는 더 이상 국내 투자를 미뤄선 안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올해 초 AWS, MS, IBM 등 오라클 경쟁사들은 앞다퉈 한국에 데이터센터를 설립했다. 인프라형서비스(IaaS), 플랫폼형서비스(PaaS), 소프트웨어형서비스(SaaS) 등 분야별 최대 경쟁사인 MS는 별도의 데이터센터까지 설립하고 새해 상반기 오픈을 앞두고 있다. 그동안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DBMS)을 필두로 국내 정보기술(IT) 인프라 시장을 장악한 오라클이 클라우드 시장 주도권을 놓칠 위기에 처했다. 안정된 서비스를 책임지는 데이터센터 없이는 경쟁에서 뒤처진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오라클이 상면 임대 방식으로 국내 데이터센터에 투자하는 비용은 수백억원대로 추정된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오라클이 클라우드 영업에서 밀리는 부분이 데이터센터 보유 여부였다”면서 “본사도 데이터센터 없이 클라우드 고객 유치가 어렵다는 판단을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데이터센터 유치에 힘입어 한국오라클의 영업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한국오라클은 2년 동안 클라우드 인력 확보에 매진했다. 200명이 넘는 신규 인력을 확보하고 영업을 강화했다. 최근 `클라우드 올인` 전략을 강조하며 새해 공격 영업을 예고했다. 데이터센터 유치는 영업에 힘을 실어 주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오라클이 데이터센터를 구축해 시장에 본격 뛰어들면서 사업자 간 경쟁도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주요 클라우드 사업자들이 각자 데이터센터를 확보하면서 만반의 준비를 마치고 고객 유치만 남겨 뒀다. IssS, PaaS, SaaS 등 분야별 제품과 서비스군도 강화했다. 국내 클라우드 시장도 올해 클라우드법 제도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면서 새해 도입 확산을 기대하는 한편 연평균 30%대의 고성장을 예상한다. 사업자들 간 마케팅, 영업 등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김지선기자 riv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