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오라클, 첫 노조 설립...잘나가던 외국계 IT기업도 고용불안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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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오라클, 첫 노조 설립...잘나가던 외국계 IT기업도 고용불안 시대

한국오라클에 처음으로 노동조합(노조)이 설립됐다. 한국마이크로소프트(MS)에 이어 오라클까지 합류하며 외국계 대형 정보기술(IT) 기업이 속속 노조를 구성하는 분위기다. 외국계 IT기업도 고용불안에 시달리게 되면서 기업 종사자들이 노조 설립에 적극적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오라클노조는 최근 고용노동부로부터 정식 노조 설립 인가를 받고 노조원 가입 신청·접수를 시작했다. 한국오라클노조 상급 단체는 동종업계 기업인 한국휴렛팩커드(HP)노조와 한국MS노조가 가입한 민주노총 산하 전국사무금용노동조합연맹이다.

한국오라클노조측은 지난 주말 전 직원에게 메일 등으로 연락해 “외국계 IT 선두 기업에 다닌다는 자부심도 있었지만 수년 동안 동결된 임금으로 동종업체에 비해 급여가 높지 않다”면서 “투명한 기준도 없는 보상체계와 일부 직원에 한정된 주먹구구식 급여인상으로 직원들 간 불신과 위화감을 낳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당한 권리를 떳떳하게 요구해 고용불안 없고 할 말은 하는 일터를 만들자는데 공감했다”면서 “고용 보장, 투명한 회사 견제, 복지와 처우개선 등을 목표로 노조를 설립한다”고 노조가입을 독려했다.

한국오라클노조 측에 따르면 노조원 접수 첫날(16일 오전기준)에만 직원 200여명이 노조 가입을 신청했다. 한국오라클 직원(1000여명) 가운데 20%가량이다. 노조 측은 이달 중으로 50%가량이 노조에 가입할 것으로 예상했다. 최종 90% 가입이 목표다.

오라클 본사 전경 이미지
오라클 본사 전경 이미지

한국오라클 노조설립은 1989년 국내 지사 설립 이래 28년 만이다. 30여년간 국내외 IT 환경이 바뀌었다. 잦은 이직과 본사의 급변하는 조직 개편 등으로 외국계 IT기업 종사자가 느끼는 고용불안도 높아졌다. 한국오라클도 최근 조직개편과 인사이동, 퇴사 등으로 직원 내 고용불안감이 커졌다. 한국오라클노조는 고용불안 해결을 위해 회사 투명 경영을 선결 과제로 꼽았다.

김철수 한국오라클노조위원장은 “회사 발전에 걸림돌이 되겠다는 것이 아니라 조직개편, 인사이동 등 회사 주요 결정 사안에 대해 투명하게 공개하고 토론하자는 취지에서 노조를 설립한 것”이라면서 “인사위원회에 노조가 참여해 논의 사안을 노조원에게 공유하고 회사가 발전하는 방향으로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계 IT업계 노조 설립이 계속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국오라클에 앞서 7월, 한국MS에 지사 설립 이래 처음으로 노조가 설립됐다. MS는 7월 초 클라우드 서비스 중심으로 영업과 마케팅 조직·인력을 개편했다. 한국MS노조는 이 과정에서 회사가 일방적으로 인력을 조정했다고 주장했다.

이옥형 한국MS노조위원장은 “사측, 인사직원 등을 제외한 직원(370여명) 가운데 절반 정도가 노조원으로 가입하면서 빠른 속도로 노조원이 늘었다”면서 “사측과 단체교섭을 네 차례가량 했고, 고용안정과 복지 등 다양한 사안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전자신문 CIOBIZ] 김지선기자 riv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