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AV업계 풍요속의 빈곤

일본 AV가전업계가 풍요속의 빈곤을 면치못하고 있다.

가전상가를찾는 고객들의 발걸음이 지난해보다 두드러지게 잦아지고 판매되 는 상품도 수량면에서는 늘어나고 있으나 가전판매점의 표정은 그리 밝지만은 않다. 아무리 판매대수가 늘어난다해도 높은 수익을 가져 다줄 만한 대형 히트상품이 없기 때문이다.

가전분야에서도냉장고나 세탁기 등 백색가전은 호조를 보이고 있다. 일본전기전문대형점협회의 판매실적을 보더라도 전년도에 비해 판매 실적이 증가한 달이 늘어나고 있다. 대체수요의 호조와 저금리에 따른 주택수요증가가 백색 가전의 호조에 일조하고 있다. 또한 스테인리스, 전자동 세탁기, 논프레온냉장고 IH(전자유동방식)밥솥 등 잇따른 신제품출시도 회복의 주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일본가전시장의 60%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AV기기도 대수면에서는 회복궤도에 들어섰다고 할 수 있다. 도쿄 아키하바라의 전자상가진흥회의 한 관계자 에 따르면, TV부문에서는 광폭TV와 TVCR의 판매가 호조를 보이고 있으며 스테레오는 미니미니컴포넌트를 중심으로 판매되고 있으나 하이 컴포넌트는 성 인층중심으로 팔리고 있다.

그러나AV가 호조를 보이고 있다는 것은 어디까지나 대수면에서의 이야기이다. 백색가전이 대수.금액면에서 모두 전년수준을 상회하고 있는데 반해 AV쪽은 판매단가의 하락으로 대수면의 증가가 수익에는 거의 도움을 주지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지난 93년 AV기기생산금액은 3조6백27억엔으로 2년연속 전년대비 20 %가량 감소했다. 이같은 기록은 지난 80년대이래 최악의 수준이다. 월별로 보더라도 10월까지는 거의 전년대비 두자리마이너스였으나 11, 12월에 접어 들면서 간신히 한자리수로 좁혔다.

올해에도이같은 경향이 계속될 것인지의 관건은 최근 전자상가에서 잘 팔리고 있는 제품의 동향에 달려있다고 볼 수 있다.

음향부문에서는"미니미니컴포넌트"가 주로 팔리고 있다. 미니미니 컴포넌트 는 공간을 적게 차지한다는 점이 최대의 강점으로 폭4백30mm의 풀사이즈컴포넌트 이나 폭3백50mm의 "미니컴포넌트"에 비해 횡폭이 2백10~2백80mm로 작다. 미니미니컴포넌트는 지난 86년 등장이래 소니, 파이어니어, 켄우드가 3파전을 벌여왔다. 이 3파전구도에 아이와가 지난 91년부터 종전제품 가격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저가전략을 구사하면서 일약 1위자리로 부상했다.

거의모든음향기기제품을 말레이시아공장에서 역수입해 저가격전략에 성공했던 것이다.

아이와 외에 다른 업체들도 지난해초부터 시작된 급격한 엔화강세를 계기로 해외생산이전에 의한 경비절감책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나 향후 1~2년 이내의 각사의 해외생산목표는 JVC가 60%, 소니, 파이어니어가 각각 50%로 아이와 에 비해 낮기때문에 가격이 최대의 관건인 미니미니컴포넌트분야에서 승부를 내기는 역부족이었다.

저가격미니미니컴포넌트로 이익을 올리지못한 AV업체들이 착안하고 있는 것은 "하이컴포넌트"이다. 하이컴포넌트는 횡폭은 미니미니컴포넌트의 크기이면서 음질은 고품질인 것이 특징이다.

하이컴포넌트는4년전 일본컬럼비아가 처음으로 시장에 선보인이래 지난해부 터 후발업체들의 잇따른 시장진출로 출하대수가 최초의 3배에 이르게 됐다.

그러나 스테레오전체를 두고 보면 대수면에서 3%정도에 지나지않아 단가하 대책에는 즉각적인 효과를 나타내기 힘들다.

컬러TV도 거품경제가 활발히 진행될 무렵 구입제품의 경우 교체시기가 가까워지고 있다. 일반적인 평균교체사이클은 TV의 경우 10년, VCR는 7년이 보통. 지난번의 성장기를 놓고 볼때 TV는 95~96년, 비디오는 93~96년에 수요가 급팽창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TVCR는 지난 80년 샤프를 통해 처음 시장에 소개되었으나 시장 정착은 83년 마쓰시타의 제품투입부터라고 할 수 있다. 상당기간동안 마쓰시타의 독무대가 계속된후 92년경부터 여러업체의 잇따른 참여로 시장이 격전지로 변했다. 일본전자기계공업회(EIAJ)의 예측에 따르면 94년의 국내수요는 90만대 로 컬러TV전체(8백20만대)의 10%를 넘고 있다.

한편대형TV부문에서는 광폭TV로의 이행이 전개되고 있다. 지난 91년 처음으로 광폭TV를 시판한 JVC는 25인치를 넘는 대형TV는 금년말까지 60% 정도가광폭TV로 전환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그러나광폭TV시장의 본격적인 상품화시기는 지난해 가을부터 인데다가 주류 를 이루어온 대형TV가 역수입품급증으로 단가저하가 진행되고 있어 22인치이 상의 제품에서는 아직 단가상승기미를 찾아보기가 힘든 상황이다. 광폭TV 자체도 계속되는 증산과 과당경쟁으로 향후 단가저하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번에몰아닥친 일본의 AV불황의 한 요인이 경제전반에 걸친 부진에 있다는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AV가 최고절정수준에 달했던 지난 85년의 생산액이 4조9천1백16억엔이었던데 비해 공전의 거품경제가 진행되던 91년에도 4조6천 9백60억엔을 기록한 것을 보면 경기순환의 탓만은 아닌듯 싶다.

그배경은 지난 82년에 등장한 CD에서 비롯됐다. 시판 5년후인 86년에 1백만 대를 돌파해 애널로그레코드를 순식간에 따라잡은 것이다. 85년 AV생산액의 절정은 당시까지 고가격이었던 CD기기의 덕택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현재 일본 AV시장에는 몇가지 기대주가 있기는 하지만 예전의 VCR 나CD와 같은 대형유망주가 없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지난87년에 처음 선보인 DAT(디지틀 오디오 테이프레코더)는 복사를 하더라도 원본과 똑같은 음질을 재현할 수 있는 디지틀녹음이 가능 하다는 점이 화근이 돼 소프트웨어업계와의 저작권문제로 시장형성에 실패한 대표적인 예로꼽힌다. 하긴 차세대디지틀 오디오기기로 선보인 DCC(디지틀 컴팩트카세트), MD(미니디스크)의 등장으로 DAT의 우수성이 다시 주목을 끌고는 있지만 아직은 좀더 두고 볼 문제이다.

또한업계의 기대를 한몸에 받고 등장한 하이비전(일본의 HDTV)은 경기 침체 에 부딪혀 지금까지 보급대수는 겨우 2만대정도에 그치고 있다. 올해에는 방송시간의 연장 및 보급가격의 실현으로 성장이 기대되었으나 우정성의 에가와 아키마사방송행정국장의 "하이비전방송 재검토"발언사건으로 분위기가 침체된 상태이다. 직후 동국장은 발언을 철회했으나 이 파문은 HDTV수신 광폭 TV에까지 미쳤다.

92년에등장한 DCC와 MD는 현재 순조로운 출발을 보이고는 있지만 아직 시장 형성기에 있어 AV시장에 공헌할 수 있는 시기는 오는 95년이나 96년경이 될전망이다. 최근들어 TVCR, MD, DCC 등 일부 호조를 보이고 있는 분야도 있기는 하지만 전체AV시장을 끌어올려줄 만한 호재가 없는 상태이다. 지난번 AV불황을 회복 하는데 원동력이 되었던 VCR나 80년대전반의 CD와 같은 대형제품부재가 일본 AV가전시장을 안타깝게 만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