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특집] PC통신시장, 대기업군단이 몰려온다

이제까지 3파전을 형성한 국내 PC통신 시장이 올들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데이콤.한국PC통신.나우콤 등 전문업체들이 주도해온 이 시장에 삼성.현대.한진 등 대기업이 잇따라 진출, 국내 PC통신시장은 바야흐로 춘추전국시대의전운에 휩싸여 있는 것이다.

처음에 대기업이 이 시장에 진출한다고 했을 때 판도변화에 대한 예측은단순한 직감일 뿐이었다.

PC통신사업이 고도의 전문성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자금보다는 인력이 중요하다는 분석이 우세했고 이에따라 전문인력이 부족한 대기업이 자본만으로기존 시장을 잠식하기에는 상당한 시일이 경과해야 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그러나 지각변동은 말 그대로 순식간에 다가왔다. 신생 PC통신업체가 서비스개시 두달만에 10만여명의 가입자를 확보하면서 더 이상 "설마"라는 의문은부질없게 돼버렸다. 단순한 예측은 이제 엄연한 현실이 되었다.

지각변동의 주체는 단연 삼성데이타시스템의 유니텔. 유니텔은 시스템이마비될 정도로 엄청난 속도로 기존 가입자를 잠식하면서 3개월여만에 가입자를12만명으로 늘리고 있다.

여기에다 최근 현대전자가 인터네트를 기반으로 한 온라인 서비스인 아미넷을 발표, 5월부터 상용화하기로 하고 PC통신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상태여서업체간 경쟁은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또 에이텔의 포스서브팀이 고스란히 한진정보통신으로 옮기고 올 하반기를목표로 서비스 제공을 추진하고 있어 가입자 유치를 위한 업체간 각축전은난마처럼 얽힐 공산이 커지고 있다.

이처럼 시장 상황이 급변하자 천리안.하이텔.나우누리 등 기존 업체는 물론유니텔 등 신규업체도 더 많은 가입자를 확보하기 위해 서비스 차별화에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들 업체들은 가입자가 빠르게 접속할 수 있도록 접속조건을 최적화하고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는 것을 서비스 차별화의 주안점으로 보고 있다. 당연하게도 회선증설과 IP(정보제공자) 및 DB(데이터베이스)확대야 말로 현재국내 PC통신 서비스가 안고 있는 가장 근본적인 문제이기 때문이다.

가입자들의 불만도 이를 뒷받침해주고 있다. 최근 한국정보문화센타가 PC통신 가입자를 상대로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가입자들의 불만 중 대부분(64.

5%)은 속도가 느리거나 접속이 어렵다는 내용이었으며 그다음(19.5%)이 볼만한 정보가 없다는 것이었다.

한편 업체들이 서비스 차별화에 대해 이처럼 공통적인 인식을 갖고 있음에도불구하고 각사가 연초에 세운 올해 사업계획을 유심히 들여다보면 이를 추진하는 데는 업체에 따라 약간씩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천리안과 나우누리의 사업계획은 "도약"이라는 말로 대표될 수 있으며 하이텔은 "안정성장"에, 또 유니텔은 "조기안정화 및 도약"에 역점을 두고있다.

천리안은 올해 신규가입자 15만명을 확보, 총 가입자 수를 50만명으로 늘리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갖고 있다. 이같은 계획은 전년과 대비해 무려 43%이상의 성장률을 달성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나우누리도 올해 10만명 정도의 신규가입자를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전년과비교하면 무려 1백%에 가까운 성장률을 달성하겠다는 포부인 셈이다.

반면 천리안에 이어 시장점유율 2위를 달리고 있는 하이텔은 7만명의 신규가입자를 유치, 30%의 신장률을 보이겠다고 밝혀 양적 성장보다는 서비스의안정화에 치중할 것임을 시사하고 있다.

또 그동안의 무료서비스를 마치고 4월부터 상용서비스를 개시하기로 한 유니텔은 올해안에 30만명의 가입자를 확보, 서비스 개통 1년만에 2위 업체로급부상한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각업체의 이같은 사업계획은 전년도 영업실적과 무관하지 않다. 올해의 사업계획에 전년도 영업실적이 여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뜻이다.

지난해 가입자 증가세가 가파랐던 천리안과 나우누리는 올해에도 영업목표를크게 늘려잡은 반면 하이텔은 지난해와 엇비슷한 목표를 정했으며 유니텔은거의 "파괴적인" 목표를 수립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처럼 가입자가 늘어나는 것과는 달리 오히려 서비스 이용 환경은그만큼 악화되고 있다. 특히 가입자가 이용할 수 있는 회선이 크게 부족한상태다.

가입자가 아무런 불편없이 PC통신 서비스에 접속할 수 있으려면 포트당 가입자수가 25 이내여야 한다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그러나 국내 PC통신업체들은 이를 훨씬 상회하고 있다. 즉 천리안이 44,하이텔이 33, 나우누리가 25로 나우누리를 제외하면 각사가 회선문제로 골머리를 썩이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각 업체들은 올해에 대대적인 회선 증설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특히 28.8Kbps의 고속회선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지난 1월현재 8천5백회선을 확보하고 있는 천리안은 이 회선들이 대부분저속회선이여서 사용자들이 불편함을 느끼고 있다고 보고 올해안에 28.8Kbps급의 고속회선 9천개를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현 01421망을 대부분 고속회선으로 전환하고 PC통신 및 인터네트에 함께 쓸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신생 서비스인 유니텔도 회선확충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유니텔은 2월말현재 총 2천9백28회선을 갖고 있으며 상용서비스가 시작되는 4월 안으로회선수를 총 6천7백10개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특히 자체로 인터네트라인이라할 수 있는TCP-IP망(01433망)을 4천4백10개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2월말 현재 6천9백24회선을 확보하고 있는 하이텔도 상반기내에 1천5백회선을 증설, 포트당 사용자수를 29명 수준으로 낮추고 하반기에는 추가로 3천회선을 늘릴 계획이다.

포트당 사용자수가 25명으로 국내 업체중 가장 풍족한 회선상태를 보이고있는 나우누리도 상반기 중으로 1천여개의 고속회선을 늘려 총 8천여개의 회선을 확보할 예정이다.

서비스를 차별화하기 위해 회선증설과 함께 업체들이 고심하고 있는 또 하나는 양질의 DB를 누가 많이 확보하는가의 문제다. 또 양질의 DB를 제공할우수한 정보제공업자를 어떻게 만날 수 있는가의 문제다.

따라서 각 업체들은 우수한 정보제공업자를 먼저 확보하는 데 발벗고 나서고있다. 우수 IP를 공개 모집하는가 하면 DB개발과 관련된 장비를 지원하고정보제공료도 대폭 인상하고 있다.

특히 신생 서비스인 유니텔이 멀티미디어와 공익성을 갖는 분야를 전략적DB로 지정하고 대대적인 DB개발 사업에 나서고 있어 기존 업체들에게 미치는영향이 적지않다. 현재 1백52개의 DB를 보유하고 있는 유니텔은 오는 연말까지 DB수를 2백60개로 늘리고 특히 조선왕조실록, 한국학 등 공익성이 있는 DB를 전략DB로 삼는다는 방침이다.

현재 6백28개의 DB를 보유하고 있는 하이텔도 생활.문화.오락.연예.게임.

성인 관련 정보를 중점으로 전략 DB 50개를 선정, 집중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음성.사진.동영상 등 멀티미디어 정보를 지원하는 DB를 공개 모집하고있다.

해외 DB를 포함해 총 2천9백5개로 타 서비스에 비해 월등한 DB를 보유하고있는 천리안도 멀티미디어 DB 및 오락 DB 개발에 주력하고 특히 각 계층에맞는 서비스를 차근차근 개발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현대전자의 아미넷도 현재 60~80% 정도 선에서 결정되고 있는 IP에 대한정보이용료 배분율을 90% 이상으로 올린다는 방침이다.

이처럼 사업자들이 볼거리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은 가입자 유치와함께 그동안 채팅 위주의 BBS 성격으로 발전해온 국내 PC통신의 체질을 개선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돼 고무적인 일로 평가되고 있다.

또한 PC통신사업자들이 올해의 역점사업으로 펼치고 있는 것은 인터네트다.

지난해부터 인터네트 열기가 세계 곳곳을 강타하면서 미국에서는 온라인 PC통신의 인기가 내리막을 걷고 있다. 컴퓨서브 등 주요 업체의 주주들이 잇따라 주식을 매각하고 있어 PC통신사업 자체가 일대 위기에 빠져들고 있다.

올해로 10년 이상의 역사를 지켜온 국내 PC통신 시장에도 인터네트 열풍이불기는 마찬가지다. 미국처럼 인터네트가 PC통신사업 자체를 벼랑으로 내몰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천리안 하이텔 나우콤을 비롯한 각 사업자들에겐 인터네트가 새롭게 다가오는 무거운 짐일 수밖에 없다.

자사의 PC통신서비스와 인터네트를 결합해 가입자들이 가장 쉽게 인터네트를사용하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야말로 올해 국내 PC통신사업자들에게 주어진 최대의 과제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결국 각 사업자들은 웹과같은 멀티미디어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서비스의 완결점으로 보고 있다.

누가 먼저 그 서비스를 완성해낼 것인가. 그 길을 향해 옮겨 놓는 사업자들의 발걸음이 무겁고 버거울수록 가입자들은 더 편리하게 더 좋은 정보를얻을 것임은 자명하다. 【이균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