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람은 넓은 방으로 들어가서 더 많은 복도를 지나간다.
마치 예술품과 그림, 조각 등으로 가득 찬 셀 수 없는 방을 지나는 듯한
느낌이 든다. 하라다의 진귀한, 티베트와 일본·중국 수장품을 잔잔한 빛이
비춘다.
『나로선 이곳을 찾아낸 게 굉장한 행운이었습니다.』
맨션의 여러 방을 지나며 제후가 고비에게 말한다.
『그 덕에 조용히 사토리2.0을 개선할 수 있었죠. 이제 후기 가상세계가
제대로 작동하는 데 한두 가지 요소만 더 있으면 됩니다.』
고비는 보물들 사이를 마치 꿈꾸는 몽유병자처럼 지나간다. 칼칼한 목소리
가 - 이게 내 목소리인가?- 하라다에게 묻는다.
『프로그래머들이 여기서 같이 일하고 있나요?』
『세상에서 제일 훌륭하고 헌신적인 전문자들입니다. 그분들과 같이 일하
게 된 건 한 개인으로서 영광이죠.』
백발의 노인이 인정한다.
『그런데도 무언가 부족한 게 있습니다. 필수적인 요소죠.』
고비가 묻는다.
『여기 기미코라는 사람 있습니까? 기미코 오노라고. 팀의 멤버라고 들었
는데. 옛날 친구거든요.』
『기미코 오노요? 네, 여기 있습니다. 자, 고비 씨, 여기가 제 보잘것없는
처소입니다. 여기서는 같이 의논하기가 수월합니다.』
다다미 바닥 위에 방석이 몇 개 놓여 있고 낮은 탁자가 있는 외에 가구라
고는 아무것도 없는 작은 방에 들어간다.
작은 사기주전자와 찻잔이 검은 옻쟁반에 놓여 있다. 석탄 불빛이 새어나
오는 화로 위에 주전자의 물이 끓고 있다.
『좀 쉬십시오.』
하라다가 말한다.
『그렇게 힘든 여행을 하셨는데 아직 우리의 이 낮은 기압에 적응할 여유
도 없었군요. 시차는 플럭스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죠.』
분위기를 좋게 하려는 듯 농담을 던진다.
하라다는 사기주전자에 끓는 물을 붓고는 헹구어낸다. 그리고는 차 통에서
찻잎을 조금 꺼내 주전자에 흩뿌리더니 물을 붓고 기다린다. 두 손은 무릎에
얹혀 있다.
하라다는 마치 깊은 명상에 잠긴 것처럼 눈을 감고 있다. 아니면 꿈을 꾸
고 있을까? 갑자기 다시 눈을 뜬다.
이제 그는 잔을 헹구더니 차를 따른다. 둘 다 맛이 베어들 때까지 마시지
않고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