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드위크가 한숨을 짓는다.
『그래도 우린 다들 여기 무사하게 있구먼. 하나가 줄긴 했어도. 자, 슬슬일을 시작해 볼까?』
돌아서며 해리스를 부른다.
『해리스!』
『예.』
『다 준비되었나?』
『예.』
『그럼 시작할까? 거의 새벽이 다 되었구먼. 수신율은 보통 이때 쯤이 제일 좋지.』 그리고는 미소를 지으며 고비에게 설명한다.
『두 매트릭스가 서로 가장 가까울 때 에너지가 최고로 활성화한다오.』해리스가 검은 상자가 올려진 카트를 고비 쪽으로 밀고 오는 것을 보며 채드위크가 말한다.
『빅터 녀석, 안됐어.』
고비는 손이 뒤로 묶인 채 의자에 앉아 있다.
『죄송합니다. 이걸 머리에 단단히 매야 하거든요.』흰 가운을 입은 영국인이 사과한다.
이마에서 머리카락을 빗어 넘긴 후, 머리에 기구를 장치한다. 클립 달린왕관 같다.
『사이보그는 틀림없는 사이보그였지. 그래도 같이 일하기는 참 좋았는데.
』 채드위크는 추억에 잠기는 표정이다.
『사실 정곡을 찔렀소. 눈이 상당히 예리하더군요. 그걸 알아보는 사람은별로 없을텐데 말이오. 빅터는 VBI(가상 수사국)를 개설하기 위한 비밀 연구프로그램에서 나왔소. 도시바-크레이 시스템의 인큐베이터에서였지. 그러니엄마를 알 턱이 있겠소? 자신에 대한 모든 것을 알고 있었겠지만 말이오. 불쌍한 아이가 자라면서 콤플렉스가 생기는 건 당연하겠지.』
채드위크는 계속한다.
『판독전용 수정란(read-only embryo)인 리멤브리오를 수정시킨 아버지는옛날 기관에서 꽤 높은 자리에 있었지. 자신도 물론 유전적 로봇이었고. 이런 게 빅터의 어린 시절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지는 충분히 상상되겠죠? 엄마는 크레이에 아버지는 두 번이나 제거된. 그런데, 해리스 대체 뭣 때문에 그렇게 꾸물거리나?』
『죄송합니다.』
해리스의 얼굴이 빨개진다.
『계속 시험을 하고 있지만 기술적인 문제가 있는 것 같습니다. 제가 착륙할 때 부딪쳤던 문제와 같은 문제인 것 같습니다.』
『그게 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