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학 대장은 좌우로 늘어서 있는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사이렌소리를 울리며 달려가는 구조대 차량을 향하여 많은 사람들의 시선이 따라왔다.
심재학 대장은 그들의 표정을 보면서 일관성을 생각했다. 불이 나면 모여드는 사람들에 대한 표정의 일관성이었다.
불이 나면 사람들이 모여든다.
사람들은 화재의 진화와 인명구조에도 방해가 될 만큼 많이 모여든다. 훨훨 타는 불길을 바라보는 인간들의 표정. 심재학 대장은 화재를 바라보는 인간들의 표정에서 일관성을 찾을 수 있었다.
그것은 두려움과 공포가 아니었다. 소멸도 아니었다. 하나의 생성을 기대하는 표정이었다.
인간이 동물을 지배할 수 있었던 것은 불의 힘 때문이었다. 그러나 인간도 동물이고, 불을 두려워 할 수밖에 없었다. 불의 속성은 소멸이다. 그러나 인류역사에 있어서 소멸은 또 다른 소멸을 잉태하는 생성을 의미한다. 그래서 불구경을 하는 사람들이 악의에 찬 흥미를 느끼는 것은 불이 지닌 양면성 가운데 지배력에 대한 아득한 기억 때문이요, 공포에 사로잡히는 것은 소멸로 인한 상실을 직간접적으로 익히 경험했기 때문일 것이라는 느낌을 지금도 갖게 되는 것이다.
구조대 차량이 이미 종각 지하상가에 일부 도착했다. 심재학 대장은 현장 지휘자의 행동요령을 떠올렸다.
도착 즉시 화재규모와 정도, 사고내용 파악.
주변상황 파악, 인원 장비의 출동상황 파악.
현장확인 후 인명구조, 소화작업 순서를 결정하여 도착대와 대원의 임무를 분담 지휘.
상황이 변하여 잘못이 있다고 판단하였을 때는 즉시 활동의 변경 등 필요한 조치 강구.
구조대 차량이 종로 지하상가 입구에서 멈추자 심재학 대장은 대원중 반을 내려놓았다. 종로 지하상가에서 종각역 쪽으로 인명구조활동을 벌일 대원들이었다.
심재학 대장은 나머지 대원과 함께 종각역 쪽으로 다가갔다. 종각역 입구과 주변의 환풍구에서는 검은 연기가 계속 솟구치고 있었다.
세계 최대의 서점?
심재학 대장은 종각역과 연계되어 있는 세계 최대의 서점에 화마가 침투했을 경우를 생각하자 현기증이 일었다.
『대장님! 저 앞에 뭐가 폭발한 것 같은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