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타치제작소, NEC, 후지쯔, 미쓰비시전기 등 일본의 주요 반도체업체들이 범용제품인 메모리 분야에 주문생산방식을 도입하고 있다.
주문생산방식이란 영업정보 및 수주정보 등을 취합한 뒤 이에 맞춰 필요한 물량을 생산하는 것으로, 일본업체들은 최근 들어 컴퓨터네트워크를 이용한 주문생산방식을 통해 생산물량을 조절하고 있다.
지금까지 범용메모리는 싸고 빠르게 생산하는 것이 이익확보의 지름길로 여겨져왔다. 그러나 최근 제품 종류가 급증하면서 일부 품목에 한정된 생산과잉과 가격하락 현상이 나타나 수요가 늘고 있는 제품을 정확히 파악하지 않으면 재고누적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 빚어지고 있다.
히타치는 최근 주력 메모리인 16MD램 생산에 생산, 판매 일체 시스템을 도입, 운영에 들어갔다. 이 시스템은 국내의 영업 및 특약점, 국내외 판매회사의 수주정보와 제조부문의 생산계획입안부문을 실시간으로 연결, 생산품목 및 물량을 신속하게 변경할 수 있게 돼 있다. 히타치는 앞으로 이 시스템을 고속 싱크로너스(동기식) 메모리와 S램 부문 등에도 도입해나갈 방침이다.
또 NEC도 영업 및 수주정보를 5단계로 나누어 전체 생산계획에 반영하고 있다. 현재는 국내 데이터만을 활용하고 있으나, 앞으로 이를 세계차원으로 확대 적용할 방침이다.
후지쯔는 지금까지 영업지원용으로만 활용해온 수주관련 데이터를 생산현장에도 적용한다.
미쓰비시도 지금까지 생산관리에만 사용해온 반도체부문의 범용 데이터 검색시스템을 올해안에 영업정보 데이터와 연계해 활용할 예정이다.
NEC 관계자에 따르면 메모리 종류는 데이터의 전송속도 및 정보 입출구 수, 패키지의 종류 등의 조합에 따라 4MD램이 2백여종, 16MD의 경우는 3백여종에 이른다는 것이다.
이들 제품은 웨이퍼 투입에서 출하까지 3개월이 걸리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예측생산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지금까지 반도체 생산업체들은 시장 성장률과 자사 점유율을 토대로 한 거시적인 예측에 의존해 생산물량을 결정해왔다.
그러나 세계 반도체시장 통계(WSTS) 등의 시장예측이 몇번이고 하향조정되는 등 시장통계에 대한 불신이 확산되고 있다. 실제로 99년 세계 메모리시장규모와 관련한 WSTS의 10월말 발표 액수는 6개월전 수치보다 약 37억달러나 축소됐다.
최근 들어 공급과잉 현상이 자주 발생하면서 반도체 생산업체들에게는 정확한 수요예측이 원료에 대한 제품비율 향상 만큼이나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제 반도체산업에도 정확한 판로와 수요예측이 불가결한 시대가 도래하고 있는 것이다.
〈심규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