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 관람석] 지상만가

「지상만가(地上滿歌)」라는 이상야릇한 제목을 가진 우리나라 영화가 있다. 한자를 들여다보고서야 이 제목이 「온 세상에 흘러 넘치는 노래」 정도의 뜻일지 모른다고 간신히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굳이 이렇게 표현해야만 했을까 하는 아쉬움을 주는 제목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영화의 내용이라는 것이 이 제목에 그다지 부합하고 있지도 않아 더욱 겉도는 느낌을 주고 있다. 지나치게 겉멋부린 제목이 아닐 수 없다. 문제는 이 겉멋이 제목 붙이는 데에만 그쳐 있지 않다는 데에 있다. 가혹하게 말해서 「지상만가」는 겉멋을 부리다가 주제를 망각해버린 영화다.

「지상만가」를 보는 관객은 20분이 지나고, 40분이 지나고, 한 시간이 지나도록 이 영화가 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를 알지 못한다. 그 이유는 뻔하다. 이 영화의 시나리오 작가와 감독조차 자신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파악하지 못한 채 영화를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지상만가」에서 시나리오 작가와 감독이 주제파악을 하지 못해 허둥대고 있다는 것은 기가 막힌 일이다. 왜냐하면 이 영화는 이 세상에서 가장 끔찍한 주제인 「부친 살해」를 그 첫 장면으로 다뤘기 때문이다. 그러나 첫 장면이 그저 장식에 불과했었다는 것은 이 첫 장면과 연장선상에 있는 그럴듯한 화면을 결코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는 것을 보면 안다. 기껏해야 술에 절어 도시를 방황하는 광수(신현준 분)라는 인물을 만들어 놨을 뿐이다. 그러나 이 인물이 갖는 심각한 고민에 대해 관객은 공감하지 않는다. 아울러 폐인이던 그가 갑자기 변모하는 것 또한 관객에게 설득력을 얻지 못하고 있다.

「지상만가」에는 세 명의 주인공이 나온다. 광수, 종만(이병헌 분), 세희(정선경 분)가 바로 그들이다. 이들 세 사람의 공통점은 한결같이 살아 있는 인물들 같지 않고 꼭두각시 같다는 점이다. 종만은 이 영화에 왜 필요했을까를 의심하게 만드는 인물이며, 광수의 특징과 대조되는 것만을 그 성격으로 갖고 있어서 지나치게 작위적이라는 느낌을 갖게 한다.

「지상만가」는 강제규가 쓰고 김희철이 감독한 영화이다. 강제규는 자신이 각본을 쓰고 연출한 「은행나무 침대」의 흥행 성공으로 스타가 된 감독이다. 시나리오도 많이 썼으며 그 영화적 상상력을 널리 인정받고 있는 작가다. 그러나 영화적 상상력이라는 것이 이렇게 두서없이 소란스럽기만 한 것이라면 매우 실망스러운 것이 아닐 수 없다. 이 영화 저 영화에서한 장면씩 빌려온 것을 영화적 상상력이라고 한다면 말이다. 그렇다. 한 장면 한 장면은 그럴 듯하지만 전체는 일관성을 잃고 있는 영화, 그것이 「지상만가」다.

<채명식, 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