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컴퓨터 주기판시장 대기업 주도 재편 배경과 전망

지난 10여년간 중소업체 고유의 업종으로 인식돼온 주기판 산업이 대기업 중심체제로 완전히 전환함에 따라 시장판도가 전면 재편되는 등 적지않은 파장이 뒤따를 전망이다.

이같은 판도재편은 국내 유일한 주기판 전문업체인 석정전자가 방산업체 희망전자개발에 전격 인수되면서 이미 예견됐던 일이다. 현재 국내에서 주기판을 생산, 공급해 온 업체는 중소업체인 석정전자를 비롯해 대선산업, 태일정밀 등 대기업을 포함, 총 4~5개 업체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중 태일정밀은 월 5천장 가량의 주기판을 생산, 자체 PC모델인 「티라노PC」 수급용으로 대부분 소진하고 있으며 대선주조 계열사인 대선산업은 지난해 부도처리된 상운의 기술인력을 흡수, 주기판사업에 참여한 이후 월 1만장 가량을 생산해 내수시장에 공급하고 있다.

따라서 중소업체로는 유일하게 주기판 사업을 벌여온 석정전자는 개미군단이라 불려온 대만업체들과 태일, 대선 등 대기업들 사이에 힘겨운 시장경쟁을 벌여온 것이 사실이다.

연간 80만장 이상의 주기판을 수출하는 등 국내 최대의 주기판 생산업체로 손꼽히고 있는 삼보컴퓨터가 주기판 내수시장 진출을 미뤄온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그러나 올초부터 판매부진과 자금난에 휘말리는 등 부도설에 휘말려온 석정전자가 최근 희망전자개발에 전격 인수됨에 따라 「주기판 산업=중소업체 고유의 업종」이란 등식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게 됐다.

희망전자가 석정의 경영권을 인수할 것이라고 밝힌 지 3일 후 대우통신이 주기판 사업진출의지를 밝혔고, 3일 후에는 또다시 삼보컴퓨터가 그동안 해외시장에만 수출해 온 주기판 내수판매를 시작할 것이라고 서둘러 발표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풀이된다.

관련업계는 대기업들이 잇따라 주기판 사업에 진출함에 따라 시장 판도재편은 물론 시장경쟁력 측면에서도 많은 변화가 뒤따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업계는 특히 대기업 진출 이후 가격경쟁력이 얼마나 개선될 것인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5대 PC메이커를 제외한 국내 주기판 생산업체들은 2~4개 라인의 생산설비를 가동해 월간 1~3만장의 주기판을 생산, 연간 총 37만장 규모의 주기판을 생산한 반면 대만업체들은 지난해 2천3백90만장의 주기판을 생산한데 이어 올해에는 2천8백10만장을 양산할 계획으로 알려져 대량 생산에 따른 가격경쟁력 면에서 크게 앞서고 있다.

업계는 신규 내수판매업체인 대우통신이 현재 자체 수급용으로 가동중인 월 1만5천장 수준의 생산라인을 연말까지 월 5만장 규모로 확대해 연간 60만장의 주기판을 생산하고 삼보컴퓨터도 연말까지 연간 3백만장 규모로 주기판 생산라인을 증설, 월간 12~13만장 이상을 생산하는 등 대량생산체제를 갖출 예정이어서 국산 주기판의 가격경쟁력이 한층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우통신과 삼보컴퓨터 등 대기업들이 주기판 내수판매에 돌입함에 따라 시장 판도가 크게 뒤바뀔 것은 분명하지만 아직 어느 업체가 시장주도권을 장악할런지 점치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그러나 대기업들의 참여로 국산품의 가격, 품질경쟁력이 크게 향상될 것이 확실해 현재 73% 이상인 대만산 주기판의 유통시장 점유율이 50% 이하로 하향조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하고 있다.

<남일희 기자>